改名 논란에 직격탄 "원내대표에 자기 사람 심기 위한 견제용이냐"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지난 2011년 12월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 시절, 유승민·남경필·원희룡 최고위원의 동반사퇴로 텅 비어버린 지도부 의석 너머에 있던 이주영 정책위의장을 곁으로 불러 대책을 숙의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지난 2011년 12월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 시절, 유승민·남경필·원희룡 최고위원의 동반사퇴로 텅 비어버린 지도부 의석 너머에 있던 이주영 정책위의장을 곁으로 불러 대책을 숙의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자유한국당의 차기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5선 중진의 이주영 의원이 오랜 정치적 동지인 홍준표 대표와의 결별을 공식화했다.

    한국당 이주영 의원은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홍준표 대표와의 사이에서 논란이 된 개명(改名) 문제와 관련해 입을 열었다.

    이주영 의원은 "나하고 진실공방이라도 벌이자는 것인가"라며 "개인적인 내용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나를 거짓말쟁이로 만들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가"고 매섭게 몰아붙였다.

    나아가 "원내대표 경선에 자기 사람을 심기 위한 견제용인가"라며 "대표의 이런 가벼운 처신이 당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가"라고 꼬집었다.

    단순히 개명 논란과 관련해서만 반박한 게 아니라, 홍준표 대표의 최근 언동 자체를 문제삼기도 했다. 두 사람 사이의 정치적 관계가 일단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이주영 의원은 "홍준표 대표의 막말에 가까운 일부 표현들이 당의 이미지를 더욱 비호감으로 만들고 있다"며 "독불장군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주영 의원은 홍준표 대표와 정치입문 이전부터 오랜 교분을 쌓아왔다. 이주영 의원은 청주지방법원 형사단독판사 시절 청주지방검찰청에 초임검사로 부임한 홍준표 대표를 만났다. 이 때 이주영 의원이 홍준표 대표에게 최근 논란이 된 개명 권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두 사람은 1996년 나란히 정계에 입문했으며, 2011년 홍준표 대표가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이 됐을 때에 이주영 의원은 정책위의장으로 호흡을 맞췄다. 이주영 의원은 홍준표 대표가 유승민·남경필·원희룡 최고위원의 동반 사퇴로 위기에 처했을 때에도 끝까지 곁을 지켰다.

    홍준표 대표가 2012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에게 패한 뒤 경남도지사로 하방(下放)한 뒤에는, 경남의 최다선 중진의원으로서 더욱 돈독한 관계를 맺었다.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 친박계가 홍준표 경남지사의 공천을 저지하려 시도할 때, 이주영 의원은 홍준표 지사의 편에 섰다. 올해 5월 대선에서는 홍준표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의 경남 선대위원장을 맡아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

    이랬던 과거가 원내대표 경선 문제로 틀어지게 됐다. 이주영 의원의 출마를 저지하기 위해 우회적 공격을 하던 홍준표 대표가 면담마저 거부하고 개명 논란을 들어 '저격'하면서, 두 사람 사이의 관계는 일단 돌이킬 수 없게 됐다.

    이날 개명 논란에 대해 이주영 의원이 강하게 반격한 것은, 이 사안을 들고나온 것에 대한 섭섭함과 분격이 진하게 묻어나온다는 분석이다.

    그간 정치권에서는 대체로 홍준표 대표의 개명 관련 사실관계를 이주영 의원의 권유에 의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한선교 의원도 전날 원내대표 출마를 선언한 직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이미 여러 해 동안 여러 번 보도됐는데 (홍준표 대표가) 왜 그동안에는 가만히 있었느냐"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법조계 또한 사정은 동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실게임'의 키를 쥐고 있는 윤영오 법무법인 금강 변호사는 1935년생의 고령으로 최근에는 활동이 없어 확인할 방법이 없다. 그러나 당시 두 사람과 함께 청주(지검)에 있었던 황교안 전 대통령권한대행 또한 홍준표 대표의 개명 사유를 이주영 의원의 권유 때문으로 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황교안 전 대행을 만났다는 한 검사는 "대선 정국에서 청주 시절이 화두에 오른 적이 있었는데, 황 총리도 (홍준표 대표의 개명을 이주영 의원이 권한 것으로) 그렇게 알고 있던 것 같았다"고 전했다.

    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정치에는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두 사람 사이의 틀어진 관계가 최소한 원내대표 경선 전에 개선될 가능성은 없어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주영 의원과 홍준표 대표의 결별로 내달 12일 치러질 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의 구도는 완전히 틀어지게 됐다.

    당초 홍준표 대표는 원내대표 경선을 친박(친박근혜) 대 비박(비박근혜)의 대결로 몰아가면서, 대여(對與)투쟁 적임자론과 함께 구(舊) 체제와의 단절, 친박 청산 드라이브를 화두로 삼으려 했다.

    하지만 원내대표 경선의 구도가 친홍(친홍준표) 대 비홍(비홍준표)의 구도로 변하면서, 뜻하지 않은 사당화(私黨化) 논란 등만 전면에 떠오르게 됐다. 당 내홍이 심화됨에 따라, 야성(野性)보다 화합(和合)이 원내대표 경선의 최대 화두가 된 것 또한 뼈아픈 지점이다.

    전날 대응을 자제했던 이주영 의원이 이날은 전면전을 다짐한 듯 강하게 맞받아친 것도 의원단 사이에서 여론을 환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이주영 의원이 혼란스런 비박비홍(非朴非洪) 진영에서 대표주자로 주가를 올리지 않았느냐는 관측이다.

    이와 관련,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MBC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요새는 계파라기보다는 현재의 당 운영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과 이렇게 운영돼선 안 된다고 하는 두 부류가 있다"며 "친홍(親洪) 반홍(反洪)까지는 (아니고), 친홍~비홍"이라고 구도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