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정상회담서 사드 강조한 시진핑, 아베 만나서는 굳었던 얼굴 펴고 '웃음'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중국 시진핑 국가 주석과 한·중 정상회담을 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중국 시진핑 국가 주석과 한·중 정상회담을 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거듭된 친중 행보에도 중국의 반응은 아리송하다. 복잡한 동북아 외교관계 속에서 중국과 일본의 관계도 급변하는 모습이어서 문재인 대통령식 중립외교가 과연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지난 8일 부터 시작한 문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은 미국 보다 對 중국 외교에 무게를 싣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7일~8일 국빈 자격으로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환대로 맞이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으로 향한 뒤인 9일 곧바로 공동 언론 발표 내용을 놓고 논란이 있었다.

    김현철 경제보좌관은 이날 언론브리핑을 통해 "미국이 제시한 인도·태평양 라인에 (우리나라가) 편입될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미국 측의 주장일 뿐, 우리가 동의하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만 강조한 것으로 공동 발표문에 담겼다는 설명이다. 공동 발표 내용에는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동맹이 인도 태평양 지역의 안보, 안정과 번영을 위한 핵심축임을 강조했다'고 써 있다.

    지난 11일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이같은 모습이 확인됐다. 우리 정부는 중국과 관계 개선에 초점을 두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중국이 추진하는 유라시아 대외전략인 '일대일로' 구상을 지지하고 적극 참여한다고 밝힌 데 이어 중국이 껄끄러워 할 주제인 '사드 보복' 이야기도 꺼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풀이됐다.

    그러나 중국 측은 우리 정부가 손을 내밀었음에도 불구, 기존 사드 배치 관련 언급을 되풀이 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외교부와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 과정에서 "중대한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에 있어 양측은 중·한 관계와 역사에 대한 책임을 지며, 양국 인민에 대한 책임을 지는 태도로 역사의 시험을 견뎌낼 수 있는 정책 결정을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특히 이같은 내용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시 주석이 새로운 출발이고 좋은 시작이라 평가했다"고 브리핑 했던 내용과는 다소 달라 기자들의 질문이 잇따랐다. 결국 청와대는 지난 11일 심야에 관련 내용을 다시 브리핑을 해야 했다. 중국과의 여전한 거리를 좁히지 못한 모습이다.

    반면 중국은 미국과 가까운 모습을 보인 일본과는 관계 개선의 여지를 보였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홍콩과 일본의 언론들은 중·일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국가 주석은 그간 아베 총리를 상대로 환하게 웃었다는 점을 조명했다. 그간 굳은 표정을 짓던 것과 달리 이날은 환하게 웃으며 악수를 나눴다는 설명이다.

    시 주석이 비록 일본 방문에 확답하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양국간 묵은 감정을 고려하면 상당히 진일보한 관계 개선으로 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12월에 중국에 방문키로 했지만 시진핑 주석의 한국 방문에 관한 확답은 받지 못한 상태다. 때문에 시진핑 주석이 아베 총리의 제안을 받아들여 방한할 경우, 문재인 정부의 미·중 외교가 일본만 못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수 있다.

    일본은 미국과 관계를 계속적으로 강화하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 순방을 하면서 한국보다 일본에 더 오래 머물렀고, 아베 총리와 수 시간 이상 골프를 치며 개인적인 친교의 시간을 보냈다.

    정치권에서도 한·중 정상회담 관련 비판이 이어졌다. 자유한국당 강효상 대변인은 "이번 회담은 중국 방문 결정 빼고는 특별한 내용이 없는 외화내빈 (外華內貧)에 불과했다"며 "문 대통령은 연내 중국 방문을 위해 지난 달 31일 굴욕적인 한·중 합의문까지 발표할 것이냐"고 주장했다.

    강 대변인은 "(한·중 정상회담에서 사드 문제가 거론된 것은) 양국이 사드 문제를 언급하지 않기로 해놓고 시 주석이 주장함에 따라 용인한 것"이라며 "그렇다면 사드 보복에 대한 최소한의 유감은 받아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이는 중국의 외교적 결례이자 참으로 우리의 외교 무능을 드러낸 대목"이라며 "형식적 관계회복에 급급해 얻은 것이 없는, 전체적으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회담이 아닐 수 없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