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진 선임 강행, 방통위發 폭탄 터졌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26일 한국방송공사(KBS)를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진행한 가운데 자유한국당이 '긴급 정회'를 요청하며 감사가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당초 국감이 끝난 후 논의하기로 했던 MBC 방송문화진흥회 보궐이사 자리를 두고 방송통신위원회가 돌연 선출을 강행했기 때문이다.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은 신상진 위원장의 사회권을 넘겨받아 이날 오후 3시 3분경 감사 중지를 선언했다. 한국당의 불참으로 파행을 빚었던 오전 국감이 오후 2시 10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합의로 재개된 지 약 1시간여 만이다.

한국당은 이날 오후 3시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개최했다.

한국당은 오전부터 과천 정부청사에 위치한 방송통신위원회를 항의 방문해 "방통위가 방문진 보궐이사를 강행 처리하는 것은 방송의 공정성을 위반하는 것이며 민주주의 질서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최근 자진사퇴를 표명한 유의선·김원배 전 방문진 이사의 경우 지난 정권 당시 구 여권(자유한국당) 측에서 추천했으므로, 임기가 남은 해당 이사들의 자리는 자연히 본인들의 결정에 따라 재추천해야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한국당은 최근 언론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MBC와 KBS 이사들이 재직하고 있는 직장을 찾아가 외압을 가한 사실 등을 들어 유의선·김원배 전 이사의 자진사퇴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친문(親文) 성향이 뚜렷한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여야가 바뀌면 여당 몫은 바뀐 여당서, 야당 몫은 바뀐 야당에서 하는게 맞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보궐이사 추천권을 민주당이 가져가도록 용인한 것이다. 이효성 위원장은 "이같은 전례는 이명박 정부 때도 있었다"고 강변했다.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공방이 채 식기도 전에 인사폭탄을 터뜨렸다.  

한국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방통위는 곧바로 전체회의를 열어 유의선·김원배 전 MBC 방문진 이사의 후임으로 김경환 상지대 교수와 이진순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을 선임하기로 의결했다.

김경환 교수는 MBC 전문연구위원, 문화연대 미디어문화센터 운영위원 등을 지냈으며 이진순 정책위원은 MBC 작가 출신으로 희망제작소 부소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이들 임기는 전임자 임기의 남은 기간인 2018년 8월 12일까지다.

진보 성향을 지닌 신임 이사들이 선임되면서 총 9명으로 구성된 방문진 구도는 기존 4대3에서 4대5(한국당-민주당 순)로 뒤집혀버렸다. 방문진을 둘러싼 힘의 무게가 '민주당 인사' 쪽으로 기울게 된 것이다. 이는 곧 김장겸 MBC 사장에 대한 해임이 가능해졌음을 시사한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보궐이사 선임을 강행한 배경과 관련해 "이사 선임이 늦어지면 잘못된 시그널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고 주장했다.

해당 사실이 알려지자 한국당은 곧장 성명을 내고 "원칙도 상식도 붕괴된 반민주적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자유한국당의 보궐승계 권한을 강탈한 것인만큼 원천무효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한국당 의원들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간사 합의로 오후 2시 재개된 국감장에 참석해서도 "국정감사라는 대단한 주요한 사안을 두고 이처럼 파행을 빚어 죄송하게 생각하지만 정상적 국감이 어려운 상황이므로 정회를 요청한다"고 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이어 "MBC 방문진 이사가 넘어가면 이제 다음 타겟은 KBS 장악이 될 것"이라며 "이럴 거면 대체 야당이 왜 존재하느냐"고 성토했다.

반면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초 예정된 10시에 KBS 감사를 시작해야하는데 지금 시간이 얼마나 흘렀냐"며 "정당치 못한 사유로 국감을 거부할 때는 교섭단체 간사가 사회를 봐야 한다"며 국감 재개를 촉구했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KBS 국감도 중요하지만 그걸 여야 간 합의하는게 더 중요한 것 같다"며 "물리적으로 의총에 가시는 분들을 막을 순 없지만 최소한 그 문제와 관련해 저희들이 빨리 가닥을 잡아야 할 것 같다"고 중재에 나섰다.

사회권을 넘겨받은 박대출 한국당 의원은 "방문진 이사 보궐승계 원칙과 관련한 속기록을 전달해드리도록 하겠다. 일단 정회하겠다"고 선언하며 국감장을 나섰다. 이후 시작되는 모든 국정감사 일정 중단을 선언한 한국당은 오후 3시 비상의원총회를 열어 정부 및 방통위의 방송장악 대응책을 모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