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0회 우남 이승만(李承晩) 포럼: 최병구 전 노르웨이 대사
  • 제80회 '이승만 포럼' 강연자로 나선 최병구 전 노르웨이 대사.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제80회 '이승만 포럼' 강연자로 나선 최병구 전 노르웨이 대사.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역대 대통령 중 이승만과 같은 분이 한 분만 더 있었더라도 우리는 지금 통일된 한국에서 살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17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제80회 '우남 이승만(李承晩) 포럼'에 최병구 전 노르웨이 대사가 참석해 '이승만 외교의 교훈'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최병구 전 대사는 1954년 충남 당진 출생으로, 37년 간 외교공무원으로서 활약한 베테랑이다. 2002년 베트남 대사관 공사, 2004년 주미한국대사관 총영사를 지냈으며 2007년 노르웨이 대사를 역임했다. 저서로는 <외교의 세계>, <한국의 외교 안보> 등이 있다.

    최 전 대사는 1871년 독일 통일을 완성한 비스마르크의 '민족의 운명은 외교에 의해 결정된다'는 발언을 인용하며 "국가지도자가 외교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나라의 미래가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북한 외교 문제, 부존자원 부족으로 인한 높은 외부 경제 의존도 등 한국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한 최 전 대사는 "이승만 외교의 특징을 말하기 전 이승만의 '독립정신실천 6대 강령'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독립정신실천 6대 강령은 다음과 같다.

    △외교를 잘해야 한다.
    △세계를 향해 교류해야 한다.
    △새로운 문물을 자신과 집안의 나라를 보전하는 근본으로 삼아야 한다.
    △나라의 주권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도덕적 의무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
    △자유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

    최병구 전 대사는 "이승만이 1904년 이런 얘기를 하고 있다는 것은 그가 선각자이며 자유의 가치에 대해 깨닫고 있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 제80회 '이승만 포럼' 강연자로 나선 최병구 전 노르웨이 대사.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제80회 '이승만 포럼' 강연자로 나선 최병구 전 노르웨이 대사.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이승만 외교의 특징

    최병구 전 대사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미국 유학을 마치고 1910년 귀국했을 때 일본에 넘어간 나라 독립을 위해 다시 하와이로 떠나 미국에서 33년 간 외교·국제정치를 익힌 '준비된 대통령'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승만은 6.25 전쟁으로 폐허가 된 한국에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이끌어내는 등 무에서 유를 창조했고, 자유민주주의와 반공을 국가 기치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50년대 한국은 국가 예산의 반을 미국에 의존했지만 미국과 외교시 위축되지 않은 점, 국제정치학 현실주의 이론 정립이 2차 대전 이후 이뤄졌지만 1904년에 이미 현실주의 외교론을 펼친 점 등을 '이승만 외교'의 특징으로 꼽았다.

    ▶역대 대통령 외교 점수, 박정희 60점, 노무현·박근혜 10점

    '이승만 외교'를 준거로 최병구 전 대사는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의 외교 점수를 매겼다. 그는 "이승만 외교 점수가 100점이라면 박정희는 60점, 이명박 30점, 전두환·김대중은 20점, 김영삼·노무현·박근혜는 10점 이하"라고 언급했다.

    최 전 대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은 당시 시대를 감안했을 때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며 수출시장 개척, 외자유치, 베트남 파병 등을 예로 들었다. 베트남 파병으로 중동 건설 시장이 열렸고, 국민들의 해외 진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점을 높이 평가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소련·북방 외교를 높이 산 최병구 전 대사는 소련 고르바초프가 개혁·개방을 추진했기 때문에 가만히 있어도 수립됐을 관계를 괜히 거액의 차관만 들였다는 비판에 대해 "당시 선제적·전략적으로 접근하지 않았다면 어려웠을 것"이라 회고했다.

    다만 "소련·중국과 수교한 한국이 김일성과의 정상회담을 무리하게 추진해 북한 정권이 핵개발 결심을 굳히게 되는 역효과를 냈다"며 노태우 전 대통령 외교의 과오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외교에 대해선 노무현 정부 때 균열된 미국과의 관계를 회복한 점, G20 정상회의 개최로 국가 위상을 높인 점을 공(功)으로 꼽았다. 반면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때 단호한 응징을 하지 못한 점, 독도 방문으로 한·일 관계가 냉각된 점을 과(過)라고 평가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외교에 대해선 "햇볕정책은 북한의 실체를 직시하지 않은 실패한 정책"이었다고 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외교는 "국제 정치와 미국에 대해 잘 몰랐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외교 역시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같은 10점 이하의 점수를 매기며 "중국 본심을 읽지 못한 사드(THAAD) 외교가 최대 패착"이라고 했다.

  • 제80회 '이승만 포럼' 강연자로 나선 최병구 전 노르웨이 대사.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제80회 '이승만 포럼' 강연자로 나선 최병구 전 노르웨이 대사.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올바른 역사의식, 현실주의, 전략적 비전

    최병구 전 대사는 "대한민국 대통령이 외교를 잘 하려면 올바른 역사의식, 현실주의, 전략전 비전과 같은 자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역사의식은 나침반과 같고, 나침반이 없으면 방향을 잡을 수 없다"며 '국제사회 생존을 위해 한 나라의 지도자가 역사적 맥락을 깊이 이해하는 것은 필수불가결하다'는 헨리 키신저의 말을 인용, 올바른 역사의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한반도를 둘러 싼 강대국 간 세력균형 구도에서 한국이 생존하기 위해서 누가 친구고 누가 적인지 (국가지도자가) 명확히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며 현실주의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근시안적으로 임기만 생각하는 사람이어선 안 된다"며 5년 임기를 뛰어넘는 전략적 비전을 대한민국 대통령의 필수 자질로 꼽기도 했다.

    최병구 전 대사는 "누군가 나에게 외교 십계명의 첫째가 뭐냐고 묻는다면 주저 없이 '상대를 정확히 아는 것'이라고 대답할 것이며, 이것이 바로 이승만 외교가 주는 교훈"이라며 이날 강연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