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우, 親洪 이철우와 '통추위' 결성…추석 후 바른당 앞날 '안갯속'
  • ▲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손을 치켜들고 나선 모습을 같은당 김무성 의원이 후열에서 다소 심드렁한 표정으로 외면하고 있다(자료사진).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손을 치켜들고 나선 모습을 같은당 김무성 의원이 후열에서 다소 심드렁한 표정으로 외면하고 있다(자료사진).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제4원내교섭단체인 바른정당의 향배가 추석 이후 정치권 최대 변수로 부상할 전망이다.

    지난 5월 대선에서 당의 후보로 출마했던 유승민 의원은 오는 11·13 전당대회를 통해 당권을 장악, '당의 얼굴'로 본격 등판할 채비를 마쳤다. 이런 가운데 이른바 보수합동파의 중심인 김무성 의원의 대응 방안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유승민 의원은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 9월 29일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선언했다.

    김무성 의원이 전당대회 불출마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사실상 '적수'가 없다는 평이 중론이다. 전당대회에서 유승민 의원의 당대표 선출은 기정사실이라는 관측마저 나온다.

    유승민 의원의 입장에서는 전면등판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 대선에서 경쟁자였던 문재인·홍준표·안철수 후보 가운데 문재인 후보는 대통령이 됐고, 홍준표·안철수 후보도 이미 각자 당에서 당대표를 맡아 연일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자신만 더 이상 뒷선에서 뒷짐이나 지고 있다가는 여론의 이목에서 멀어지기 때문에 차기 대권가도에도 악영향을 받게 된다.

    또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바른정당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어서 "당을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던지고 나왔다"던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처럼 당을 살려 끌고가기 위해서라도 키를 잡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유승민 의원의 '비대위원장 추대'를 막아내며 시간을 벌었던 보수합동파는 추석 연휴가 끝난 뒤 11·13 전당대회까지 한 달 여 남은 기간 동안 정치적 고심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17일 열린 바른정당 의원 만찬에서 김무성 의원은 유승민 의원과 입까지 맞췄지만, 정작 유승민 의원의 비대위원장 추대 여론이 나오자 "사당화(私黨化)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꺾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전당대회 개최로 방향이 잡힘에 따라 김무성 의원의 고심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당대회에서 민주적 정당성을 갖춘 대표로 유승민 의원이 선출되면 합동파의 정치적 운신 여지는 더욱 좁아진다. 그 전에 모종의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당 안팎에서 들리고 있다.

    합동파의 일원인 바른정당 김영우 최고위원이 지난 9월 27일 자유한국당 이철우 최고위원과 회동해 '보수우파통합추진위원회'를 결성하기로 한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의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김영우 최고위원은 29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문재인정부는 무슨 적폐청산이라 해서 광풍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보수 야당들이 서로 막말경쟁이나 하고 있어서는 안 되겠다"며 "보수가 좀 뭉쳐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하태경 최고위원 등 이른바 '자강파'가 "해당행위"라고 극렬히 반발하는데도 불구하고, 추석 연휴가 끝난 직후인 오는 11일 다시 보수통추위의 모임을 열겠다고 예고했다. 당 내 정치적 긴장감을 높여가며 분당(分黨)에도 대비하는 수순으로 읽힌다.

    다만 아직까지 합동파가 '집단탈당'을 결행할 만큼의 정치적 명분은 축적되지 않았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지금 상황에서 섣불리 행동했다가는 경거망동(輕擧妄動)이 돼서, 지난 대선 직전에 집단탈당했던 김성태 의원 등처럼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정치적 명분은 한국당으로부터 주어져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른정당 합동파가 주장하는 '당대당 통합'을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일단 수락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고, 그래도 유승민계가 보수합동에 계속 반발하면 비로소 탈당할 명분이 생기게 되는 '그림'이다.

    대선 이후 한국당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친홍(친홍준표)계의 핵심으로 분류되는 이철우 최고위원이 보수통추위에 참여해 김무성 의원과 정치적 교감을 나누고 있는 김영우 최고위원의 파트너가 됐다는 점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주목받고 있다.

    김영우 최고위원도 일단 '개별 탈당 후 입당'에는 선을 긋고 있다.

    그는 지난 9월 29일 C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개별적인 탈당은 이야기해본 적도 없다"며 "우리 두 당 뿐만 아니라, 외부에 있는 보수세력도 뭉쳐, 큰 틀에서의 통합을 추진해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07석 거대야당인 한국당과 10석 남짓으로 예상되는 바른정당 합동파가 대등한 위치에서 '보수통합'을 한다는 모양새를 갖추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원외(院外) 보수세력이 대거 가담하는 형식으로 보수대통합의 구색을 갖출 가능성이 점쳐지는 대목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예상되는 유승민계의 극렬한 반발이 문제다. 또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수 야권이 계속 분열해 있는 것이 집권 세력의 입장에서는 바람직하기 때문에, 청와대·여당이 '바른정당 구하기'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영우 최고위원이 "지방선거를 생각하지 않는 정당은 있을 수가 없다"며 "선거에 계속 져가면서 당을 이끌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듯이, 바른정당을 둘러싼 지금의 정계개편 움직임은 결국 지방선거를 앞둔 여러 가지 포석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4일 본지와 통화에서 "한국당은 바른정당이 비교섭단체로 전락하면 여론의 관심에서 급격히 멀어질 것으로 기대하지만, 실제로는 집권세력이 '살리기'에 나설 것이기 때문에 꼭 그렇게 되리란 보장은 없다"고 지적하며 "집권세력은 바른정당이 여야정 협의체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유승민 대표를 청와대에 초청하는 등 계속해서 존재감을 살려주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