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로이터, 美NBC 등 “폭동진압경찰, 독립투표하던 비무장 시민 공격”
  • 투표용지와 투표함을 압수하기 위해 투표소 문을 부수는 스페인 경찰들. ⓒ美CNBC 관련보도 화면캡쳐.
    ▲ 투표용지와 투표함을 압수하기 위해 투표소 문을 부수는 스페인 경찰들. ⓒ美CNBC 관련보도 화면캡쳐.


    스페인 경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카탈루냐 지방이 ‘독립 투표’를 실시하자 스페인 정부가 강경 진압하기 시작했다.

    지난 1일(현지시간) 스페인 경찰이 바르셀로나 등에서 치른 ‘독립 투표’에 참가한 시민들을 향해 고무탄을 무차별 발사, 경찰 12명을 포함해 80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英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英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스페인 경찰의 고무탄 발포는 “카탈루냐 독립 투표는 위헌적”이라는 정부의 발표와 지시에 따른 것으로, 카탈루냐의 바르셀로나, 지로나 등에 차린 투표소에서 투표함과 용지를 압수하고, 투표하러 온 시민들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고 한다.

    英로이터 통신은 “카탈루냐 지방 정부와 스페인 내무부에 따르면, 스페인의 폭동진압 경찰이 시민들을 공격하고, 시민들이 여기에 대항하면서 경찰 12명을 포함해 844명이 부상을 입었다”며 “이로 인해 10년이 넘은, 마드리드 중앙 정부와 바르셀로나 간의 분리 독립 갈등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英로이터 통신은 “카탈루냐 지방 정부에 따르면, 독립에 찬성하는 주민이 90%에 이른다고 한다”면서 “스페인 경찰이 시민들의 머리채를 붙잡고 끌어내고, 진압봉과 고무탄까지 사용해 투표를 저지하려 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유권자 226만 명 가운데 42% 이상이 투표에 참여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英로이터 통신은 “하지만 스페인 경찰의 투표함과 용지 압수로 많은 투표소가 한때 문을 닫았다”고 지적했다.

    英로이터 통신은 “스페인 정부는 카탈루냐 지방정부의 분리·독립 투표가 중앙과의 협의 없이 일방적인 선언에 따른 것으로 위헌적이라고 주장하며 경찰을 사용한 강경 진압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카탈루냐 지방의회 대다수는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고 싶어 한다”고 설명했다.

    英로이터 통신은 “투표 이전 여론조사에서도 북동쪽(카탈루냐) 지역 주민 40%가 독립을 지지한다고 응답했다”면서 “스페인 경찰이 투표소를 폐쇄하려 시도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투표소가 다시 열렸으며, 특히 유화적인 정책을 쓰는 카탈루냐 경찰이 감독하는 투표소에서는 아무 방해 없이 투표를 계속 진행했다”고 전했다.

  • 투표하러 온 여성을 강제로 끌어내 내팽개치는 스페인 경찰들. ⓒ美CNBC 관련보도 화면캡쳐.
    ▲ 투표하러 온 여성을 강제로 끌어내 내팽개치는 스페인 경찰들. ⓒ美CNBC 관련보도 화면캡쳐.


    수백여 명의 부상자를 낸 ‘카탈루냐 독립투표’의 원인은 사실 정치·경제적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카탈루냐 지방은 중세시대 ‘아라곤 왕국’이 있던 땅으로 지중해 무역의 중심지 가운데 하나였다. 아라곤 왕국과 카스티야 왕국이 합쳐 스페인 왕국을 건국한 뒤부터 지역적 차별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1701년부터 14년 동안 치른 ‘스페인 왕위 전쟁’에서 프랑스로의 편입을 희망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카탈루냐 지방은 스페인 GDP의 20%를 차지하는 경제 중심지로, 스페인 정부가 재정위기를 겪기 시작한 2012년 말 일부 지역에 대한 구제금융이 시작되자 “우리가 번 돈을 왜 다른 지역에 퍼줘야 하느냐”며 “차라리 독립하자”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2014년 11월 카탈루냐 의회는 자체적으로 분리 독립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했고, 이때 찬성표가 80.76%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