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전성시대, 국회 기능 실종...전문가 ‘우려’
  • 민주노총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6.30 사회적 총파업'이란 이름으로 대규모 집회를 연 뒤, 행진을 하고 있다. ⓒ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민주노총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6.30 사회적 총파업'이란 이름으로 대규모 집회를 연 뒤, 행진을 하고 있다. ⓒ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정부 정책 왜곡과 경기 침체를 초래하는 '시민실패'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나친 편향성과 집단 이기주의에 함몰된 일부 좌파 시민단체가 무책임하고 과격한 주장을 고집하면서 정부의 합리성과 시장 투명성을 퇴행·왜곡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열린 각종 집회에서는 "촛불의 힘으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의 명령을 따라야 한다"는 주장이 단골메뉴로 등장하고 있다.

    이런 주장을 펴는 단체 가운데는 △사드 반대단체인 성주초전투쟁위, 김천시민대책위 △탈원전 단체인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안전한 세상을 위한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시민행동 △최저임금 인상에 주도적 역할을 한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이 포함돼 있다.

    성주초전투쟁위원회 등 6개 사드반대단체는 지난달 9일 "모든 문제의 책임을 북한의 핵과 미사일로 돌리는 것은 정부의 무능함을 고백하는 것"이라며 "사드 배치가 안보문제 해결에 도움 될 것이라는 판단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이들은 "한반도는 더욱 혼란스러워지고 국민들은 강화된 전쟁의 위험과 경제적 위기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지난 8월13일에도 "국방부는 사드 레이더의 출력, 안테나 이득, 레이더 빔의 각도 및 빔 폭 등 세부 제원을 전혀 공개하지 않은 채 전자파가 무해하다는 주장만 반복했다"며 "세부 데이터 공개 없이 고작 6분을 측정하고 안전성을 강변한다면 정부 발표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발했다.

    임종화 경기대 교양학과 객원교수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국방부가 사드 전자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고 발표해도 특정 시민단체들이 믿을 수 없다고 의견을 내는 것은 일반 국민의 상식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한미동맹 체제 아래서 사드 배치를 승인한 건데 시민단체들이 선동적인 구호를 내거는 것은 사회를 갈등과 혼란으로 점철시키려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원전(原電) 문제를 둘러싼 상황도 비슷하다.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는 지난 7월26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수정권 9년 동안 액화천연가스(LNG) 민간 확대, 재벌 위주의 수익 구조 등으로 에너지 공공성이 파괴됐다"며 "에너지정책은 현장 노동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안전한 세상을 위한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시민행동은 지난달 31일 "원전사고 위험을 항상 안고 사는 부산, 울산, 경남 시민들은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을 강력하게 염원한다"며 "신고리 5·6호기 백지화야말로 탈핵의 첫걸음"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성세대가 값싼 전기를 쓰겠다고 처분하지도 못할 핵폐기물을 미래세대에 떠넘겨서는 절대 안 된다"며 "세계는 이미 원전 없이 전기를 생산하는 것을 현실화시키고 있다"고 했다.

    성풍현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대체로 시민들의 함의가 모여지면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지만 주제에 따라서는 1명의 전문가가 1,000명의 일반 시민들보다 좋은 결정을 내릴 때도 있다"면서 "정부가 단체 특성상 책임성이 결여돼 있는 위원회를 자꾸 만들어 시민들의 의견을 듣고 결정하는 것이 과도한 수준에 오른 것 같다"고 꼬집었다.

    성 교수는 "예를 들어 일반 시민이 1개월 만에 원전 안전성 문제를 공부해 국가 에너지 정책의 향방을 결정하는 것은 대의민주주의와 거리가 멀다"며 "이런 일은 공무원이나 국회의원이 담당해야 하는데 지금은 정반대로 진행되는 것 같다. 그야말로 시민단체 전성시대가 도래하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고 했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시장 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럼에도 참여연대는 "최저임금 인상은 저임금·장시간 노동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의 시작"이라며 순기능만을 강조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정부가 야당과 협치를 통해 관련 제도 개선과 재원 확보에 나서야 한다"며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저성장에 빠진 한국경제의 체질을 내수 중심의 소득주도형 성장 방식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학과 교수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전년 대비 최저임금을 16.4%로 높게 인상했는데, 그 이면에는 시민단체와 노조의 힘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기본적으로 시민단체라는 것이 과도하게 영향을 미칠 경우 시민이 거리를 장악해 장기집회, 폭력시위까지 이어질 수 있는 등 국가 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 교수는 “선거를 통해 당선된 국회의원이 국민을 대표해 정책을 결정하고 정부가 집행해야 하는데, 현재는 심각하게 정치화돼 있는 시민단체가 그 기능을 대신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시민단체의 의견이 일방적으로 정부 정책에 반영되기 시작하면 정치·사회질서가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이슈가 터질 때마다 문재인 정부의 지지층 사이에서도 분열이 일어나는 모양새다. 한 쪽의 과도한 주장이 다른 한 쪽의 큰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모습이다.

    소상공인들은 지난 8월1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소상공인을 위한 공약을 여러 차례 발표했지만, 갑자기 내년도 최저임금을 과도하게 올려 자영업자들은 설 자리를 잃어버렸다"며 지지를 철회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소상공인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금처럼 노조 편에만 서서 3년 안에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겠다고 한다면 더 이상 지지를 할 수 없다"고 했다.

    학부모들은 8월27일 서울 청계광장 '국민총궐기 3차 집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현대판 음서제로 불리는 학생부종합전형 비중을 높이겠다는 것이냐"며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지만 교육정책까지 동의한 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제3의 이익집단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전국교직노동조합, 일부 교육관계자들에 의해 입시제도가 무참히 짓밟히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9월 말을 기준으로 60%대로 떨어졌다.

    리얼미터가 CBS의 의뢰로 지난달 25∼29일 성인 2,523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포인트)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67.7%를 기록했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7월 4주에 73.9%까지 오른 뒤 73.1%(7월 5주)→69.1%(9월 1주)→67.1%(9월 2주)→65.6%(9월 3주)로 4주 연속 하락하다가 소폭 반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