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대북지원 시기, 남북관계 상황 등 전반적 여건보며 추진"
  • 21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통일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286차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의에서 위원장인 조명균(가운데) 통일부 장관이 회의 시작을 알리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뉴시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1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통일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286차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의에서 위원장인 조명균(가운데) 통일부 장관이 회의 시작을 알리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뉴시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부가 국제기구를 통한 800만 달러(한화 약 91억 원)의 인도적 대북지원을 추진하기로 21일 결정했다. 다만 지원시기는 남북관계 등 전반적인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진하기로 했다.

    통일부는 이날 오전 9시 30분부터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이하 남북 교추협)를 열고 유니세프와 세계식량계획(WFP) 등 유엔 산하 국제기구를 통해 800만 달러 규모의 인도적 대북지원을 진행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남북 교추협은 조명균 통일부 장관 주재로 기획재정부, 외교부 등 8개 부처 차관과 김용현 동국대 교수, 최영애 '여성 인권을 지원하는 사람들' 대표 등 2명의 민간위원이 참석해 회의를 진행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이번 결정은 ‘북한 주민의 인도적 상황 개선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분리해 계속 추진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기본 입장에 근거해 결정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통일부는 WFP의 아동·임산부 대상 영향강화 식품제공사업에 450만 달러(한화 약 51억 원), 유니세프의 아동·임산부 대상 백신 및 필수 의약품, 영양실조 치료제 지원 사업에 350만 달러(한화 약 40억 원)를 지원할 예정이다.

    통일부는 “이번 대북지원으로 북한 아동의 질병 예방, 영양실조 아동 치료, 임산부의 영양 강화 등을 기대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북한 취약 계층의 상황이 개선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WFP는 5월, 유니세프는 7월에 한국 정부에 대북지원을 요청해 왔다. 이에 정부는 내부 검토와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21일 남북 교추협에 안건을 상정했다.

    한국 정부는 '국제기구를 통한 800만 달러 인도적 대북지원'이 북한 주민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지만 외부에서는 과연 북한 주민들이 제대로 도움을 받을 지 우려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美상원의원들은 국제기구를 통한 800만 달러(한화 약 91억 원) 지원 방침을 밝힌 한국 정부의 계획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벤 카딘 美민주당 상원의원은 ‘미국의 소리’에 “대북지원이 주민들에게 직접 전달될 수 있는지, 혹은 북한 당국을 거치면서 목적이 변질되거나 김정은 정권을 지원하게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벤 카딘 美민주당 상원의원은 북한 주민들을 ‘국가에 의해 희생된 사람들’이라고 지적하며 “미국의 목적은 북한 주민을 다치게 하려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코리 가드너(공화당) 美상원 외교위 동아태소위원장은 ‘미국의 소리’에 “미국은 인도주의 지원에는 항상 열려있다”면서 “하지만 김정은이 불법적인 핵프로그램 개발에 자금을 쏟아 부은 탓에 주민들이 굶주리고 있기 때문에 인도주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그들이 깨닫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사진은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홈페이지에 게시된 '영양실조에 걸린 북한 어린이들의 지적·신체적 발달이 매우 우려된다'는 내용의 영상 일부.ⓒWFP 홈페이지 게재영상 화면캡쳐
    ▲ 사진은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홈페이지에 게시된 '영양실조에 걸린 북한 어린이들의 지적·신체적 발달이 매우 우려된다'는 내용의 영상 일부.ⓒWFP 홈페이지 게재영상 화면캡쳐

    크리스 쿤스 美민주당 상원의원은 ‘미국의 소리’에 “선의를 보이려는 한국 정부의 결정에 의문을 제기하지는 않겠다”면서도 “북한과 관련한 중요한 행동을 하기 이전에 동맹국들과 조율·협의를 하는 게 먼저 아니냐”고 반문했다.

    톰 카퍼 美민주당 상원의원은 북한 문제를 두고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이 서로 다른 역할을 맡고 있다는 분석을 제시했다고 한다.

    톰 카퍼 美민주당 상원의원은 ‘미국의 소리’에 “북한과 관련해서는 단지 표현을 누그러뜨리는 게 아니라 핵개발 위협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북한 주민들에게 진실을 알리는 것으로, 북한 주민들이 진실을 알게 되면 그들의 지도자를 참고 견디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美상원의원들의 우려와 유사한 지적은 그동안 국내 각계 각층에서도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 같은 목소리에 한국 정부는 국제기구가 평양에 상주 사무소를 두고 정기적으로 지원 시설을 무작위로 방문하는 등 모니터링을 철저히 하고 있다고 해명하고 있다.

    또한 한국 정부의 이번 800만 달러 인도적 대북지원은 현금이 아닌 현물 지원이며, 아동·임산부용 의약품, 영양식 등이라는 점에서 전용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21일 기자들과 만나 “대북지원이 실제로 이뤄지게 되면, 정부도 국제기구와 함께 물자들이 주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도록 사업 관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