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담화문 발표, "인준 권한 가진 국회가 사정 두루 살펴달라" 호소
  •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17일 오후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김명수 대법원후보자 인준과 관련한 문재인 대통령의 담화문을 대독하기에 앞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17일 오후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김명수 대법원후보자 인준과 관련한 문재인 대통령의 담화문을 대독하기에 앞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유엔총회 참석차 출국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를 향해, 김명수 대법원장후보자를 인준해달라는 뜻을 담은 담화문을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오후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대독(代讀)한 담화문에서 "유엔총회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한없이 무겁다"며 "국회가 사법부 수장 공백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직후 격노했던 청와대 반응과는 달리, 김명수 대법원장후보자 인준을 앞두고 발표한 이날 담화문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한껏 조심스런 자세를 취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담화문에서 "사법부 새 수장의 선임은 각 정당 간의 이해관계로 미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민주주의의 요체인 입법·사법·행정의 삼권분립 관점에서 봐달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동안 국회와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노력했지만 부족했다"고 자책하며, "유엔총회를 마치고 돌아오면 각 당대표를 모시고 국가안보와 현안 해결을 위해 협력을 구하겠다"고 몸을 낮췄다.

    이처럼 문재인 대통령이 신중한 담화문을 발표한 이유는 '사법부 수장 공백 사태' 직전까지 이르게 된 책임이, 기본적으로 자질에 논란이 있는 후보자를 지명한 자기자신에게 있다는 점을 자각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 대법원장후보자 인준 권한이 헌법에 따라 전적으로 국회에 있는 이상, 화를 내며 싸우려 해봤자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전무하다는 점도 감안한 듯 하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 11일 김이수 헌재소장후보자 인준이 국회에서 부결되자 "국회에서 벌어진 일은 무책임의 극치"라며 "헌정질서를 정략적으로 악용한 가장 나쁜 선례"라고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이는 지난 6월15일 청와대 수석비서관·보좌관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 "국무총리와 대법원장·헌재소장·감사원장의 임명은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헌법에 규정돼 있다"며 "대통령은 국회의 뜻을 반드시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던 것과 모순되는 반응이라 논란을 빚었다.

    직후 '제왕적 대통령'의 헌법 무시, 국회 경시 파문이 일면서 보수 야당의 태도는 더욱 경직됐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추미애 대표의 막말 파문이 이어지면서 국민의당마저 등을 돌리는 모습을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자세를 낮추고 유엔총회 직후 각 정당대표의 청와대 초청 의사까지 밝히며 김명수 후보자 인준을 호소한 것은, 현재의 헝클어진 정국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날 발표된 담화문 곳곳에서도 이같은 뜻이 엿보인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담화문에서 "인준 권한을 가진 국회"라고 상대를 높이며 "사정을 두루 살펴 사법부 수장 공백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