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박선원·이수혁 목소리 제각각…'전술핵 배치'까지 거론
  • 문재인 대통령. 사진은 그가 쾨르버 재단 연설에 초청됐을 당시 모습이다. ⓒ청와대 제공
    ▲ 문재인 대통령. 사진은 그가 쾨르버 재단 연설에 초청됐을 당시 모습이다. ⓒ청와대 제공

    미국과 북한 사이 군사적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안보 브레인들이 서로 다른 해법들을 내놓고 있다.

    '전술핵 배치'를 주장하는 강경론이 있는가 하면, 여전히 '대화'를 우선 순위에 두는 목소리도 있다. 심각해지는 외교 안보 위기에서 문재인 정부의 딜레마가 읽혀지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코리아패싱'이 현실화 되는 가운데 뾰족한 방법이 없는 청와대가 우회적으로 답답함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문재인 대통령 대선 캠프의 '안보통'으로 불렸던 박선원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이 지난 13일 "북핵·미사일 폐기를 위해 북한과 주고 받을 협상 카드 중 하나로 우리나라에 미국 전술핵을 들여와야 한다"며 "우위에 선 입장에서 북한과 대화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비서관은 "북한이 괌을 위협하는 것은 우리나라에 핵 우산이 항시적으로 펼쳐져 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괌을 고립시켜 핵우산의 빈틈을 노려 그 동안 용산이나 평택의 주한미군을 먼저 공격하면 대한민국을 집어삼킬 수 있다는 계획을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년 저도 전술핵을 남한에 배치해 협상용 카드로 사용해야 한다"며 "우리나라에 공격 수단인 전술핵이 있다면 방어용인 사드는 배치하지 않아도 된다"고 덧붙였다.

    그의 주장은 문재인 정부보다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대선 당시 주장한 내용과 흡사하다. 홍 대표는 "핵에는 핵으로 맞서야 한다"며 미국 전술핵의 재배치를 주장했다. 실제로 국민의당 최경환 의원도 전술핵 배치 주장에 반대하는 입장을 피력했다. "남북관계, 한반도 문제를 다루는 데는 전략 이전에 철학이 필요하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전쟁은 안된다는 실천적 평화주의가 그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6자 회담을 주도한 민주당 외교통 이수혁 의원은 대화에 방점을 뒀다. 이 의원은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서로 말폭탄을 쏘아대고 있는 것 뿐"이라며 "큰소리로 전쟁을 하겠다고 할 때는 전쟁이 안난다"고 일축했다.

    이어 "최악의 안보위기를 맞고 있는게 사실이지만 나는 지금의 모든 과정이 협상을 향해 가고 있다고 본다"면서도 "(우리나라로서는)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는 이상 현실적으로 '강압외교'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의 의견은 그간 청와대가 내온 목소리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주장이다. 청와대는 지난 10일 NSC 상임위 회의를 개최한 자리에서 '모든 조치'를 강구하기로 결론냈지만 구체적인 언급은 삼갔다. 청와대 관계자는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외교·군사적으로 민감한 사안이어서 모든 조치로 표현할 수밖에 없음을 이해해달라"고 했다.

    이후에도 비슷한 기조가 이어졌다. 11일에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맥마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보좌관과 40분 간 통화한 자리에서도 '한·미 양국의 안보와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긴밀하고 투명하게 공조해나간다'는 약속을 재확인했다.

    정치권은 이른바 '코리안패싱'을 막아야 하는 청와대의 답답한 속내가 드러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 미국과 북한이 발언의 수위를 높이는 사이 상대적으로 소외됐기 때문에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기는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지난 독일 방문 당시 쾨르버 재단 초청연설 등을 통해 북한과의 문제를 대화로 해결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때문에 청와대가 직접 북한을 압박하는 발언을 내놓는다면 이러한 문재인 대통령의 기조가 흔들리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

    그렇다고 대화를 주장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 공조로 북핵 문제를 풀어왔다. UN의 고강도 제재가 현실화되는 시점에서 대화를 먼저 주장할 경우, 북한과 국제사회에 잘못된 신호를 줄 가능성이 있다.

    이같은 답답한 상황이 계속되면서 17일 취임 100일을 맞는 문재인 대통령의 거듭 지지율도 거듭 하락하는 모양새다.

    〈리얼미터〉가 14일 발표한 주간 여론조사 집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71.8%로 소폭 하락했다. 민주당의 지지율 역시 48.8%로 하락했다.

    북한의 괌 타격 위협과 미국의 보복 경고 등으로 한반도에 긴장구도가 조성되고, 박기영 과학기술 혁신본부장이 자질논란에 휩싸이며 임명 나흘 만에 자진사퇴한 것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80% 중반대의 지지를 받았던 문 대통령은 최근 70%대 지지율을 간신히 유지하는 상황이다.

    한편 같은 여론조사에서 자유한국당은 16.9%로 0.4%p 상승했다. 바른정당 역시 6.2%p로 0.4%p 올랐다. 국민의당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내홍이 수면위로 떠올라 1.5%p 하락한 5.4%를 기록했다.

    이 여론조사는 2017년 8월 7일(월)부터 11일(금)까지 5일 동안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56,074명에 통화를 시도해 최종 2,542명이 응답을 완료해 얻은 결과다. 무선 전화면접(10%),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방식,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방식을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9%p다. 응답률은 4.5%였다. 기타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