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1~3위 전원 정치최일선 복귀 초읽기… '프레임 경쟁' 재연
  • 문재인 대통령이 4일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잠수함 내부까지 들어가, 함장 김태훈 해군대령으로부터 안중근함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청와대 제공
    ▲ 문재인 대통령이 4일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잠수함 내부까지 들어가, 함장 김태훈 해군대령으로부터 안중근함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청와대 제공

    올해로 순국 107주기를 맞는 안중근 의사가 정치권의 핵심 키워드로 돌연 부상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패한 뒤 와신상담하던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안중근 의사의 심정"을 언급하며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이튿날, 그를 대선에서 눌렀던 문재인 대통령이 '안중근함'을 시찰해 묘한 눈길을 끌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3일 휴가차 머물고 있는 진해 모 해군기지 인근의 잠수함사령부를 방문해, 1800t급 잠수함인 안중근함 내부를 둘러봤다.

    잠수함사령부에서 현황보고를 받은 문재인 대통령은 이후 안중근함으로 이동해 잠수함 내부를 둘러봤다. 현직 대통령으로 잠수함 내부까지 들어가본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안중근함의 함장인 김태훈 해군대령으로부터 성능과 탑재무기에 관한 설명을 들은 뒤 "무더운 여름날에 수고가 많다"고 장병들을 격려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둘러본 안중근함은 손원일급 잠수함의 3번함이다. 2008년 6월 진수돼 이듬해 12월에 취역했다.

    손원일급 잠수함은 초도함을 '대한민국 해군의 아버지' 손원일 초대 해군참모총장의 이름으로부터 명명한 이래, 3번함부터는 안중근·김좌진·윤봉길·유관순·홍범도·이범석 등 주로 항일 의열활동을 펼친 독립운동가들로부터 함명을 명명하고 있다.

  •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사진 왼쪽)는 3일 8·27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면서 안중근 의사의 심정을 거론했다. 사진은 대선을 앞두고 있던 올해 삼일절에 자신의 순흥 안 씨 선조인 안중근 의사의 기념관을 둘러보고 있는 안철수 전 대표의 모습. ⓒ뉴시스 사진DB
    ▲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사진 왼쪽)는 3일 8·27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면서 안중근 의사의 심정을 거론했다. 사진은 대선을 앞두고 있던 올해 삼일절에 자신의 순흥 안 씨 선조인 안중근 의사의 기념관을 둘러보고 있는 안철수 전 대표의 모습. ⓒ뉴시스 사진DB

    3번함 함명의 주인공인 안중근 의사는 공교롭게도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 유력 대권주자들이 현역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순흥 안 씨 집안의 대표적 독립운동가다.

    이 때문인지 전날 안철수 전 대표는 8·27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면서 "안중근 의사의 심정"을 거론한 바 있어, 이미 정치권에서 설왕설래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전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물러나 있는 것만으로는 책임질 수 있는 처지가 못 된다"며 "조국을 구하지 못하면 살아서 돌아오지 않겠다는 각오로 두만강을 건넌 안중근 의사의 심정으로 전진하겠다"고 천명했다.

    안철수 전 대표가 당내의 극렬한 반발을 무릅쓰고 일종의 정치적 배수진(背水陳)을 치면서 순흥 안 씨 선조인 안중근 의사를 거론해 정치권에 화제를 불러일으켰는데, 하필이면 바로 이튿날 지난 대선에서 그를 꺾었던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 자격으로는 처음으로 안중근함 내부를 둘러봤다는 게 묘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대선에서 2위를 기록했던 홍준표 후보는 이미 정치일선에 복귀해 자유한국당의 당대표가 됐다. 3위였던 안철수 전 대표는 오는 27일 치러질 국민의당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에 도전한다.

    안철수 전 대표마저 당대표에 복귀할 경우, 지난 대선의 1~3위가 대선이 치러진지 불과 100여 일만에 각각 대통령과 제1야당·제2야당의 당수로 포진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연출된다. 청와대에서 여야 영수회담이라도 갖게 되면, 대선 1~3위가 마주 앉는 모양새가 된다.

    따라서 "안중근 의사의 심정" 등 긍정적인 프레임을 둘러싸고 지난 대선에서 혈투를 벌였던 당사자들끼리의 선점 경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