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덕 기 / 자유기고가 

  엊그제 도둑이 들었던 어느 집의 사연들이다.

  도둑은 한밤중에 떠들썩하게 왔다 갔다. 도둑이 들 줄을 그 집 식구들과 이웃들은 이미 대충은 짐작하고 있었다고 한다. 도둑이 가고 나서, 짐짓 화를 내며 대문 밖에 즉시 소금을 뿌리기는 했다. 이웃집 소금까지 빌어다가... 
  이어서 황급히, 이웃집에서 이전부터 달아주겠다는 대문 자물쇠를 임시로 설치하는 문제를 ‘협의’하기로 했단다. 

  그런데 정작 그 집 식구들은 훔쳐간 물건들이 어떤 것들이고, 값이 얼마나 되는지 잘 모른단다. 그 도둑질에 대해 이웃집들끼리만 이러 쿵 저러 쿵 서로 삿대질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있을 뿐이란다. 
  
  그리고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인지라 그 집 식구들 중에 꽤 여럿은 산 좋고 물 맑은 옆 동네와 이웃 나라로 피서를 떠났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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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녘 세습독재정권이 핵(核)탄두가 실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굳이 갖겠다는 이유가, 핵무기를 지렛대로 삼아 이 나라를 마음대로 주무르려는 속셈이란 것은 너무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저들이 남녘에 대한 핵공격을 가할 경우 예상되는 양키나라의 핵무기 보복 공격을 엄두도 내지 못하게 함으로써 이른바 ‘핵우산’(核雨傘)을 찢어버리겠다는 셈법의 실행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최종 목표가 ‘서울’이라는 것은 매우 불편하지만 진실이다.
  그런데도 “세습독재정권의 안전을 보장받기 위한 양키나라와의 협상” 때문이라고 우기면서 이 나라와는 크게 상관이 없는 듯이 설레발을 떠는 나라 안팎의 얼간이들도 많다. 하지만 그 얼간이들의 속셈 중에는 본질을 애써 감추거나 흐리면서 북녘의 세습독재정권을 도우려는 음흉함도 있다는 점을 결코 지나쳐서는 안 된다. 
  •   이미 수차에 걸쳐 설파(說破)했듯이, ‘북녘 세습독재정권의 가장 확실한 안전보장’은 양키 군대가 이 나라에서 완전히 물러가고, 보수패당(保守牌黨)이 절멸(絶滅)한 상태에서 ‘국민의 군대’가 모두 무기를 내려놓는 이름 하여 “적화통일”(赤化統一) 아닌가. 그리고 그 핵심 수단이 바로 핵(核)탄두가 실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라고 한다. 
      물론 고각(高角) 발사라는 것도 있다고 하니, 여차하면 이 나라 한 복판에 한 방 먹이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고. 

      이렇듯 상황의 엄중함을 반영해서인지 북녘의 ‘화성-14형’ 미사일이 2차로 발사되고서도 첫 번째 지시가 “강력한 무력시위 전개”였다고 한다. 이에 따라 이 나라 ‘국민의 군대’와 ‘양키 군대’는 사거리 300Km의 ‘현무-2’와 양키 8군의 ‘ATACMS’(에이태킴스) 지대지(地對地) 미사일 두 발씩을 쏘았다고 한다. 지난번처럼 표적에 명중시켰단다. 
      그런데 과연 북녘의 세습독재자가 이 미사일들의 발사를 보고 “어이쿠”하며 겁을 먹고 놀랐을까? 혹시, “큰 일 났네!”하면서 ‘군사당국자회담’을 비롯한 이른바 ‘대화’에 당장 응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을까?
      도둑맞고 나서 대문간에 “재수 없네”하며 소금 뿌린 격은 아닐지. 양키 군대의 미사일은 그렇다 치고, ‘현무-2’는 너무 아깝다. 두 발씩이나, 그저 허공(虛空)에 날려 보낸 ‘공갈 팡’은 아니었는지 쓸데없는 걱정을 해 본다.

      그러나...
  •   “[7월] 3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해외로 출국한 사람이 10만 9,000여명으로 하루 최다 인원을 기록했다... 공사측은 이달[7월] 15일부터 다음 달[8월] 20일까지 37일 동안 인천공항 이용객 수는 약 684만 명으로 하루 평균 18만 4,000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북녘 세습독재정권이 핵미사일을 쐈다고 이미 한두 달 전에 계획한 해외여행을 미루거나 취소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것보다도 이미 이틀 전에 북녘의 미사일 발사 징후를 보고 받고도 하루 전 휴가 계획을 기자들에게 알린 후, 미사일 그것도 ICBM 발사 하루 만에 휴가를 떠나신 ‘국군통수권자’의 경우도 있다. 
      그러나 해외여행이나 여름휴가 자체에 대해 왈가왈부하자는 건 아니다. 특히, 북녘의 ICBM으로 세계가 떠들썩한데도 여름휴가를 즐기시는 ‘국군통수권자’나, 해외여행을 떠나는 국민들을 비난할 마음은 추호도 없다. 양키 나라와 뛔국 간의 가시 돋친 기(氣) 싸움과 물밑 거래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굳건하게 자주적으로 ‘코리아 왕따’를 고수하겠다는 우직함을 일부 언론에서 시비하는 건 소아적(小兒的)인 소치에 불과하다.
      단지 이 시점에서 여름휴가와 해외여행을 거론하는 것은, 북녘 ICBM과 마주한 이 나라 국민들의 의연함과 담대함과 우직함과 여유, 그리고 ‘개무시’가 북녘 세습독재자의 간담(肝膽)을 서늘하게 했을 가장 위력적인 무기이자, 실효성이 큰 대응책이 아니었을까 하는 문제의식의 발로일 뿐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 나라 ‘민의(民意)의 전당’에서도 그와 같은 의연함과 담대함과 여유가 묻어난다는 보도가 떴다. 다음은 ‘그당’ 소속의 ‘민의 대변자’라는 분들이 ‘민의의 전당’ 국방위원회에서 하신 말씀들이라고 한다. 
      “만약 전쟁이 벌어진다면 방어 무기가 전무한 북한은 우리를 당해내지 못할 것이라는 건 너무 당연한데, 단지 그들이 핵을 개발한다고 해서 우리가 너무 조급하게 모든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장소를 바꾼 것, 야간에 쏘아 올린 것 말고 사실상 [화성-14형 2차 실험이] 1차에 비해 기술적으로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 

      북녘과 전쟁을 하면, 이긴다? 글쎄, 언제 한 번이라도 전쟁을 결심해보시기는 했는지가 우선 궁금하다. 더군다나 이 나라 ‘국민의 군대’에는 자기가 먹고 자는 관사(官舍)의 관리병조차 ‘제대로’ 통솔할 줄 모르는 지휘관들도 흔하다는데... 

      이와 함께, ‘그당’ 일부 ‘민의 대변자’들께서는 사드(THAAD) ‘임시’(臨時) 배치마저도 ‘촛불 민심’에 거슬린다며 입을 삐쭉거리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서둘러 뛔국에 ‘진사(陳謝:까닭을 밝히며 사과함) 사절단’을 파견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고 한다. 역시 북녘의 핵미사일에는 잠자리채가 ‘딱’이라고 판단하고 계시나 보다. 
  •   이렇듯 ‘민의의 전당’에서도 의연함과 담대함과 여유와 낭만까지 뒤섞여 있다지만, 이 나라 국방 무력(武力)의 통솔자께서는 북녘의 ICBM이 위협적이라고 아등바등(?)하면서 “핵(核) 추진 잠수함 도입 검토”와 같은 잠꼬대를 읊으셨다고 한다. 그러니 임명 과정에서부터 “민의에 반(反)한다”는 구설수(口舌數)에 휘말렸지... 
      그래도 ‘북녘과의 대화’는 빼놓지 않았다니, 그런대로 구색을 맞추려 노력했다는 평가는 받게 될 것 같다.
      다만 한 가지만 콕 찝어서 지적한다면, 이제부터 이 나라에서는 ‘국민들의 뜻’(?)에 따라 ‘탈핵’(脫核), ‘탈원전’(脫原電)의 길을 가고자 한다는데, 필자가 과문(寡聞)한 탓인지 몰라도 ‘핵(核) 추진 잠수함’은 시대정신에 맞지 않는 거 아닌가?
      정책의 일관성 차원은 물론이거니와 안전성, 그리고 비용·성능 측면에서도 ‘신재생에너지 추진 잠수함’... 이게 단연 맞는 길인 듯하다.

      며칠 전의 북녘 ICBM 시험발사와 관련해서 이러저러한 사연들이 멈추지 않을 것만 같지만, 아무튼 이 나라에서는 북녘이 다음 ‘뻥’을 칠 때까지 일단 잊는 게 대응 매뉴얼의 마무리 수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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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안(代案)도 마땅치 않으면서, 웬 장광설(長廣舌)이냐고 질책하는 분들도 많을 듯싶다. 허나, 나름대로 이런 글을 쓰는 이유가 있지 않겠나.
      답답해서? 그냥? 휴가를 못 가서? 심심풀이로? 더위 먹어서?
      딱히 무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의 심정과 비슷할 것이라고 하면 너무 나간 건가?

      아! 매미 우는 소리 점점 시끄럽고, 말복(末伏)이 떡하니 버티고 있는 이 달이 어서 지나갔으면...
    <더  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