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캐비닛 문건, 정유라 증언, 안종범 수첩 ‘증명력’ 약해...검찰, 7일 구형
  • 공판 참석을 위해 법정에 들어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사진 뉴시스
    ▲ 공판 참석을 위해 법정에 들어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사진 뉴시스


    올해 3월9일 첫 공판준비기일을 시작으로 다섯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진의 뇌물 등 혐의 1심 공판이 끝내기 수순에 들어갔다.

    아직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증인신문, 피고인 신문절차 등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증인에 대한 신문과 서증조사는 마무리 됐다.

    첫 준비기일부터 전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이 사건 공판의 쟁점은 크게 나누어 3가지.

    이를 사안별로 설명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부터 청탁을 받고,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편의를 위해, 관계부처에 압력을 행사한 사실이 있는지 ▲이 부회장이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박 전 대통령과 ‘경제적 공동체’ 관계에 있는 최서원(최순실) 모녀에게 ‘승마지원’ 등 금전적·물질적 지원을 했는지 여부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삼성의 설립기금 출연을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볼 수 있는지 등이다.

    ①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두 회사의 주식을 함께 소유하고 있던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진 사실, ②합병 후 순환출자고리 해소과정에서 공정위가 나서 삼성 측에 특혜를 줬다는 특검 측 주장 ③최순실이 독일에 설립한 코어스포츠와 삼성의 용역계약 체결 및 용역료 지급 사실 ④삼성의 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 사실 등 이 사건 핵심 사안은 모두 위 3가지 영역에 포함된다.

    이를 두고 특검과, 피고인 측 변론을 주도한 법무법인 태평양의 송우철 변호사팀은 매회 공판마다 팽팽한 법리 공방을 벌였다.

  • 박영수 특별검사. ⓒ 사진 뉴시스
    ▲ 박영수 특별검사. ⓒ 사진 뉴시스
     
  • 이재용 부회장의 변론을 맡고 있는 송우철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 ⓒ 사진 뉴시스
    ▲ 이재용 부회장의 변론을 맡고 있는 송우철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 ⓒ 사진 뉴시스

    법조계에서는 지금까지 진행된 공판상황을 볼 때, 그 흐름이 특검 측에 유리하지만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특검이 공소사실 입증을 위한 히든카드로 내세운 ‘안종범 수첩’이 직접 증거로서의 효력을 인정받지 못한 것은, 특검 입장에서 보면 뼈아픈 대목이다.

    특검은 ‘안종범 수첩’을 통해 박근혜-이재용 두 사람 사이의 대가관계를 입증하고자 했으나, 송우철 변호사팀의 방패를 뚫지 못했다.

    기대와 달리 ‘안종범 수첩’의 주요 내용이 그 뜻을 명확하게 알 수 없는 단어의 열거 혹은 조합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고려할 때, 특검의 공판준비가 미흡했던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들린다.

    특검이 ‘납치 출석’ ‘보쌈 출석’이란 비난을 무릅쓰고 법정에 세운 정유라씨의 증언도, 주요 내용 대부분이 어머니인 최순실씨로부터 전해들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반응이 많다.

    이제 남은 증인은 8월2일로 예정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그나마 박 전 대통령이 출석하지 않거나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더라도 증언을 거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31일과 8월1일 이틀에 걸쳐 진행되는 피고인 신문이나 8월 3~4일 열리는 공방기일은 사건 주요 쟁점을 정리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이들 기일에서 새로운 사실관계가 튀어나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

    최근 불거진 ‘지난 정부 청와대 캐비닛 문건’이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기대만큼 파급력이 크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박영수 특검은 청와대로부터 넘겨받은 문건 중 일부를 이 사건 재판부(형사 합의 27부 김진동 부장판사)에 제출하고, 문건을 작성한 현직 검사를 불러 증인신문도 진행했다.

    그러나 해당 검사는, 우병우 전 수석으로부터 삼성 현안을 살펴보라는 지시를 받고, 보고서 형태의 문건을 작성한 것은 맞지만, 그 이후 어떤 후속 지시도 받은 사실이 없다고 했다.

    이밖에 지난 정부 청와대에서, 삼성 합병 혹은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중앙부처나 공공기관에 직접 지시를 내리거나 압력을 행사했음을 입증할만한 문건이나 진술은 더 이상 나온 것이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서증조사와 증인신문 절차는 사실상 마무리됐다고 볼 수 있다. 재판부가 특검 공소사실에 대한 판단, 즉 피고인들의 유무죄에 대한 심증을 상당 부분 굳혔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들 절차가 종료되면 남은 절차는 결심과 선고뿐이다.

    특검의 구형량을 알 수 있는 결심공판은 다음달 7일 오후 2시 중앙지법 311호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며, 선고기일은 변론재개결정이나 기일 연기 결정이 나오지 않는 한, 8월 중순 쯤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