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 가구든 대가족이든 1세대 1가구 배정…집 못 구한 이재민들 ‘흙집’ 구매
  • 북한의 일반주택. 함경북도 등의 수해 이재민들은 이런 집마저 없다고 한다. ⓒ통일부 블로그 북한주택 사진캡쳐.
    ▲ 북한의 일반주택. 함경북도 등의 수해 이재민들은 이런 집마저 없다고 한다. ⓒ통일부 블로그 북한주택 사진캡쳐.


    2016년 8월 말부터 9월 초까지 함경북도 일대에서 홍수가 발생, 7만 명에 가까운 이재민이 발생한 바 있다. 북한 당국은 이들을 위해 기존의 낡은 집을 모두 철거하고 새 주택을 짓는다고 선전했다. 그런데 이재민들이 1년 가까이 되어감에도 천막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북한 당국이 2016년 수해로 집을 잃은 주민들을 위해 전 국민이 총동원돼 새 주택을 지어 배정했다고 크게 선전했지만, 주택 배정규정이 까다로워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천막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지난 30일 보도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함경북도 소식통은 “2016년 수해를 입은 국경지역에 또 폭우가 쏟아졌다”며 “며칠째 내린 비로 농경지 일부가 물에 잠기고 산속에 있는 천막집이 무너지는 등 주민들의 피해가 심각하다”고 전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이번 장마에는 다행히 인명피해가 없었지만, 산속에 천막을 짓고 살던 많은 주민들이 땅바닥으로 나앉았다”면서 “천막에 살던 주민들은 2016년 수해 지역 주민들에게 배정되는 새 주택을 받지 못해 산속에서 살던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소식통에 따르면, 함경북도 경원군에 있는 천막촌에 사는 주민 대부분은 2016년 홍수로 집을 잃은 뒤 까다로운 주택 배정규정 때문에 집을 얻지 못한 사람들로, 북한 당국은 새 주택을 배정할 때 대가족이던 2인 가족이던 관계없이 1세대 당 1주택을 공급해 논란이 일었다고 한다.

    때문에 대가족을 이루고 살던 사람들은 주택을 배정받은 뒤 당국에서 입주 가족들에 대해 통제를 가하자 뿔뿔이 흩어졌다고 한다. 주택을 배정받지 못한 사람들은 당의 통제가 미치지 않는 깊은 산속에 들어가 천막을 짓고 살고 있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다른 함경북도 소식통은 “최근 국경 지역에 흙집을 지어 매매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면서 “산 속 천막생활에 지친 이재민들이 흙집이라도 집을 구해서 살기를 원하면서 일어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흙집은 보통 45㎡(약 15평) 크기에 1만 2,000위안(한화 약 200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고 한다. 흙집은 보통 1동에 4가구가 살 수 있게 짓는데, 산림경영소와 임산사업소가 결탁해 토지 사용승인을 받은 기업들이 주택을 지어 돈벌이를 하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하지만 돈 없는 이재민들은 작년에 홍수 피해를 입은 집을 수리해 어렵게 살고 있다”면서 “당국이 배정한 새 주택도 전기, 수돗물 공급이 되지 않아 주민들이 자체로 발전기와 우물을 마련해 사용하고 있다”고 실태를 전했다고 한다.

    이처럼 북한은 김정은 체제의 선전을 위한 사업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만, 정작 사업의 사후 유지관리나 주민들의 편의를 위한 노력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