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인상 등 기업 옥죄기 비판 의식한 듯… "말씀 충분히 하시고 가시길"
  •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상춘재로 주요기업인들을 초청해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청와대 제공
    ▲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상춘재로 주요기업인들을 초청해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과의 만남은 시종일간 '기업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자리였다.

    문 대통령은 27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박용만 대한상의회장을 비롯한 9명의 기업총수들과 호프미팅을 갖고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논의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경제 살리기 보다 중요한 과제는 없다"는 말로 참석자들을 독려했고, 재계 인사들은 가감없는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과거 (기업인들과) 만남을 보면 한 번에 많은 분들을 하다보니까 조금 일방적인 느낌이 들었다"며 "(이번에는) 하고 싶은 말씀을 충분히 하실 수 있게 두 번으로 나눴다"고 말했다.

    이어 "주어진 각본도, 정해진 주제도, 시간 제한도, 자료도 없는 편하고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누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경청' 모습은 최근 법인세 인상 등 '기업 옥죄기'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참석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시종일관 기업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기를 살리는데 신경썼다.

    이날 기업인들은 문 대통령에게 규제완화·해외 진출 지원·남북관계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의견을 내놨고, 대통령은 주로 공감을 표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일자리 창출과 서비스 산업 육성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정 부회장은 "신세계가 경력 단절 여성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며 "골목상권과 상생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손경식 CJ회장도 "정부에서 서비스산업을 육성해 달라"며 일자리 창출과 서비스산업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손 회장은 전날 3008명의 직원들을 정규직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

    구본준 LG부회장은 "LCD국산 장비 개발을 위한 중소 장비업체와 재료업체 등을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LG디스플레이에서 1천 억원의 상생펀드를 조성했고, 이중 50%를 2·3차 협력업체를 직접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 부회장은 "참여정부 당시 노무현 대통령께서 파주공장에 대한 과감한 지원으로 큰 도움이 됐다"며 "이는 결국 일자리 창출과 지역발전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4차산업 혁명과 관련된 규제의 완화를 건의 드린다"고 했다. 정 부회장은 "중국에서 사드의 영향으로 매출이 줄면서 협력업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협력업체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기차, 자율주행차, 수소연료차 등을 개발하기 위해 국내외 스타트업과 상생과 협력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박정원 두산회장은 원전 문제에 대한 화두를 꺼냈다. 박 회장은 "만약에 신고리 5·6호기를 중단하는 것으로 결정된다면 주기기를 공급하는 두산중공업의 매출 타격이 불가피해질 것"이라면서도 "해외에의 사업 기회를 많이 가질 수 있도록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금춘수 한화 부회장은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해 태양광 사업 관련 입지 규제를 완화해 줄 것과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비율의 상향 조정을 건의했다.

    금춘수 부회장은 "상시업무 종사자 85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며 "태양광 사업 진천·음성 클러스터를 통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고 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제너럴일렉트릭(GE)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하여 어떻게 새로운 기업으로 변신했는지에 주목해야 한다"며 "포스코도 소재 에너지 분야를 바탕으로 융합솔루션 기업으로 전환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중견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초청받아 관심이 집중됐던 오뚜기의 함영준 회장은 "중소기업과의 협력 관계를 30년 이상 유지하면서 서로 성장해 왔다" 며 "앞으로도 중소기업과의 협력을 계속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인들의 목소리는 대체로 '친노동'으로 압축되는 정부 정책에 적극 호응하면서도 규제완화 등 '친기업'적 정책도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두산에게 원전 수출 지원 방침을 밝히는 등 즉석에서 기업 지원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특히 향후 재계와 긴밀한 소통을 이어갈 뜻을 꾸준히 내비쳤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이 정부가 '더불어 잘사는 경제'를 지향하기 때문에 협력업체들 뿐 아니라 노조, 근로자와 기업이 다 같이 잘사는 경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기업인들이 말하고 나면 대통령이 바로 응답하고 물어보고 토론하는 형식"이라며 "대화 형태는 자유스러운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박 대변인은 "사드·규제완화 관련된 내용 역시 대통령도 잘 듣고 공감한 부분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서비스 산업 규제는 제출 법안 그대로는 아니나 정기국회에서 논의되지 않겠냐는 취지의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며 "실제로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