숱한 논란에도 조용하던 민주당, "결격 사유 없는데도 적반하장" 돌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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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일 인사청문회장에서 물을 마시고 있는 이효성 방통위원장 후보자.ⓒ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19일 인사청문회장에서 물을 마시고 있는 이효성 방통위원장 후보자.ⓒ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5대 비리(非理) 완전체' 논란이 불거진 이효성 방통위원장 후보자를 놓고 여야가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25일에도 전체회의를 열지 못했다. 이 날은 법이 정한 이효성 후보자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최종 시한일이었다. 야3당은 청문보고서 채택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며 회의 개최에 동의하지 않았다. 야권에선 "이효성 후보자는 방통위원장 자격이 없다"는 의견이 팽배했다.

    이효성 후보자는 19일 인사청문회장에서 문재인 정부가 공약으로 내세웠던 '고위 공직자 5대 인사 기준'(위장전입, 논문 표절, 세금 탈루, 부동산 투기, 병역 면탈)에 모두 위배된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한 "딸의 이중국적을 지금에서야 알았고, (부동산 5배 차익은) 운이 좋았다"는 발언을 던져 여론의 빈축을 샀다.

    이에 야3당은 "이효성 후보자가 5대 비리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며 일제히 사퇴를 촉구했다. 

    정치 편향성과 관련한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이효성 후보자는 당시 청문회 모두발언에서 "인터넷 막말과 가짜뉴스가 사회갈등을 야기하고 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광우병 허위보도 논란과 관련한 야당 의원의 질의에는 "(해외에서 실제 광우병 발생 사례가 있는 만큼) 2008년 MBC 광우병 보도는 정당했다"고 주장했다. 

    '인사 참사' 논란의 중심인 이효성 후보자를 두고 자유한국당은 완강한 반대 의사를 피력 중이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25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절대부적격 끝판왕, 5대 비리 전관왕 이효성 방통위원장 후보자는 자진사퇴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이효성 후보자를 향해 "청문회 보고서 채택은커녕 청문회에 설 자격조차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언론시민단체들도 이효성 후보자에 대한 임명 철회를 청와대에 요구했다.

    바른언론연대 등 언론시민단체 10여곳은 지난 24일 성명을 통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이효성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가 공언한 적폐 및 임명 결격사유에 해당한다. 문재인 정부가 임명을 강행한다면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이효성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이렇다 할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소극적 자세를 보여왔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인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효성 후보자에 대해 "정도(正道)만 걸어온 분이라 인사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평했다. 여당 측은 인사청문회장에서도 "위장전입과 스카이라이프 시청자위원장직 역임 등이 아무 문제가 없다고 본다"는 취지의 발언 정도를 내놓는 것으로 그쳤다.

    이처럼 야권의 맹공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던 민주당은 청문보고서 시한일이던 25일 야당의 반대로 인해 보고서 채택이 불발되자 "대한민국 언론자유를 훼손시킨 자유한국당의 방통위원장 발목잡기는 언론개혁을 막는 적폐의 연장"이라는 비난을 쏟아냈다.

    제윤경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이효성 후보자는 심각한 결격 사유가 밝혀진 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한국당은 문재인 정권 인사에 사사건건 반대하며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시 공은 청와대로 넘어갔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국회는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이 제출된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청문보고서를 채택해야 하나, 그 최종 시한이던 25일 보고서 채택이 불발됐다. 이에 청와대는 10일 이내 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당은 여전히 이효성 후보자가 부적격하다는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이효성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수도 있다는 전망과 관련해 "국회나 야당의 의견을 묵살하고 독선과 독주의 길로 가겠다는 것을 또 한번 선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경고했다.

    국민의당은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미방위 소속 오세정 국민의당 의원은 "국민의당은 공식적으로 이효성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이라는 입장이지만 보고서 채택을 거부하는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세정 의원은 "청와대 인선 기준에 위배되는 부분들을 병기해서 보고서를 채택하자는 중립적 입장인데 한국당의 반대로 인해 아마 보고서는 채택되지 않을 것"이라며 "아마 대통령 임명 강행이 뒤따를 것이라고 모두 예상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국회에서 보고서 채택을 하지 않더라도 대통령이 직권으로 임명을 강행한다면 이를 막을 어떠한 장치도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보고서 채택 마감기일에 맞춰 성명을 발표했다는 점 역시 문재인 대통령이 이효성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실고 있다.

    그럼에도 자유한국당은 여전히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인사청문회 이후 20일 한국당 소속 미방위 위원들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면 특권·반칙·불공정의 '문재인 정부 적폐 1호'로 기록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24일에도 성명을 내고 이 후보자에 대해 재차 사퇴를 압박했다.

    정용기 원내수석대변인은 "문재인 정권 출범 후 비리 3종 세트, 부적격 3종 세트 등 문제 인사들이 난무했으나 게임 마지막 판의 보스 같은 인물은 이효성 후보자"라며 "청와대는 즉시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6일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한국당 간사인 박대출 의원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야3당은 이효성 후보자에 대해 자질 문제, 도덕성 흠결에 대해 기본적 인식은 같이 한다"며 "민주당 역시 어느 정도 (논란을) 인정을 하니까 이제껏 강하게 나오지 못한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박대출 의원은 이어 "분명한 결격사유가 있는데도 대통령이 이효성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한다면 힘없는 야당이 그걸 막을 방법이 없어 참 답답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한편, 문화일보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오는 30일까지 송부해 줄 것을 국회에 재요청했다. 새 정부 들어 공직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은 이번이 여섯 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