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입법은 국회가 중심… 수족에 머리가 휘둘려선 안 된다
  •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 통과 정국에서 보인 '오락가락 행보'에는 어떤 배경이 있는 것일까.

    '국회출장소장'이 된 듯한 모습이 과거 당당했던 을지로위원장 시절과는 영 딴판이다. 과연 청와대로부터 어떠한 압박을 받았기에 이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지난 주말 추경안 통과 정국에서 자유한국당을 배제하고 민주·국민·바른 3당 공조로 처리할 것처럼 호언하더니, 막상 의사정족수에 모자라자 한국당에 본회의 참석을 읍소해 겨우 통과시켰다.

    추경안을 통과시킨 뒤에는 "한국당이 국회를 농락했다"며 탓을 떠넘겼다. 여론이 좋지 않자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야 비로소 "남 탓을 하지 않겠다"며 "추경 처리 과정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3선 집권여당 원내대표라는 거물 정치인으로서 도대체가 중심을 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와 협상할 때에도 24일 본회의 처리 제안을 받아들일 듯 하다가, 30분 만에 입장을 뒤집어 항의를 받았다.

    여당 원내대표는 야당 원내지도부와 자주 만나고 긴밀히 소통하며 원내 협치를 이끌어야 하는데, 이번 추경안 통과에서 나타난 모습만 보면 그저 청와대만 바라보고 야당에는 위압적인 '갑질'의 행태다. 과거 을지로위원장을 했던 그 우원식 의원이 맞는가 눈을 비비며 다시 보게 된다.

    우원식 원내대표의 변신에는 청와대가 국회를 내려다보는 자세가 배경에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예산·입법은 국회가 중심이다. 행정부는 국회에서 의결한 것을 집행하는 기관이다. 집행기능을 맡기 때문에 '집행부'라고도 한다. 그런데 최근의 모습은 수족(手足)이 머리를 부리려 하는 꼴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G20정상회의 참석차 독일에 다녀온 뒤 5부 요인을 만난 자리에서 "엄청난 시간을 보낸 것 같은데, 국내에 들어오니 국회 상황이 그대로 딱 멈춰 있다"고 비판했다. 권력의 노성(怒聲)에 깜짝 놀라 벌벌 떨며 추경안 처리에 몸을 던진 것이라면 여당 원내대표로서는 자격 미달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 노무현정권 시절, 구 열우당의 원내대표를 맡았던 김한길 전 대표는 "당이 정치와 정책의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고 기개를 보였다.

    300명 개개인 각자가 모두 헌법기관인 국회를 이끄는 한 축, 집권여당의 원내대표가 이 정도 기개를 가지지 않는다면, 일신이 '출장소장'으로 전락하는 것을 넘어 국회를 통법부·거수기로 만들었다는 오명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