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10명 중 8명, "최저임금 1만원 노동정책이 가장 부담"
  • 내년도 최저임금을 놓고 최저임금위원회 논의가 난항을 겪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 제공
    ▲ 내년도 최저임금을 놓고 최저임금위원회 논의가 난항을 겪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 제공

    #.1 기자 - 편의점 점장과 통화

    여보세요? 알바 공고 보고 전화드렸는데요”(기자)

    . 어디 사세요?” (편의점 점장)

    강원대학교 근처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혹시 수습기간이 따로 있나요?”

    그런 건 없는데. 내일 면접 보러 오실래요? 오전 9시부터 2시까지 매장에 있거든요

    혹시 최저시급은 맞춰줄 수 있나요?”

    그건 면접 때 설명해 드릴게요

    춘천의 한 편의점 점장에게 뒤늦게 기자 신분을 밝히고 시급이 얼마인지 물어봤지만 끝내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점장은 직접 오시면 설명을 드리겠지만 이 지역에서 최저시급을 맞춰주면 편의점 장사는 다 망한다”며 6,470원에 맞춰주는 곳은 아마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2 알바천국에는 지난달 27일 춘천시 후평동에 위치한 한 편의점에서 평일 주말 야간 스태프를 구한다는 채용 공고가 올라왔다.

    상세채용정보에는 시급은 정말로~ 6,470원입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정말로라고 강조한 부분에 의문점이 생겨 전화를 걸어봤다. 이곳 점장은 춘천에는 최저시급을 챙겨주지 않는 편의점이 대다수라며 혹여나 우리도 도매금으로 취급을 받을까봐 저렇게 올렸다고 말했다.

    이는 현행 최저임금제도가 업종별·지역별 매출과 수익 차이를 감안하지 않고 있어 발생하고 있는 문제라는 지적이다. 특정 지역에서는 이 제도가 사문화되고 있다. 임금 인상률이 가파르게 오를수록 이런 경향 더 뚜렷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11년째 춘천에 거주 중인 김OO(21) 씨는 지난 20169월부터 12월까지 거주지 인근에 있는 한 편의점에서 일을 했다. 그가 받은 시급은 5,000원이었다. 당시 기준 6,030원이 최저시급이라면 1시간 당 1,030원을 적게 받은 셈이다. 올해 초 PC방에서 야간(23~9) 일했을 때는 1월부터 2월달까지 6,100원을 받았다. 역시 최저임금 기준(6,470원)보다 적었다.

    강원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재학 중인 베트남 교환학생은 4,000~5,000원으로 시급을 받더라도 자국에 비하면 큰돈이라서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현재 시급보다 많은 7,000원을 준다는 고기뷔페 아르바이트 공고를 보고 일자리를 옮겼다. 그는 편의점에 비해 일이 고되기는 하지만 힘든 만큼 더 받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단 최저시급을 받지 못하는 경우는 춘천에 있는 편의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 12일 알바몬에 따르면 아르바이트생 중 법정 최저시급이 시간당 6,470원 미만으로 받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이 9.4%로 나타났다. 10명 중 1명꼴로 최저시급을 받지 못 하고 있는 셈이다. 알바몬이 최근 아르바이트생 1,086명을 대상으로 아르바이트 수입현황에 대해 설문조사 한 결과다.

    강원도 춘천 지역에만 악덕한 자영업자가 몰려서 영업하는 게 아니라면, 최저시급을 지급하지 못하는 이유는 경제적·지역적 등 요인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자영업자들은 치열한 경쟁과 장기적인 내수침체로 매년 100만 명이 창업하고, 80만 명이 폐업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최저임금 1만원짐까지 얹어지면서 영세한 자영업자들의 신음 소리가 사회 곳곳에 퍼지고 있다.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와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달 12일부터 이달 7일까지 소상공인 517명을 대상으로 온·오프라인 설문 조사한 결과에서도 자영업자의 한숨소리가 터져 나온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상공인 78.1%가 가장 부담을 느끼는 노동 정책으로 '최저임금 1만 원'을 꼽았다.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릴 여력이 없다고 대답한 이들도 27.2%나 됐다. 반면 우려되는 점이 없다는 응답은 4.3%에 불과했다. 현행 최저임금인 6,470원에도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응답이 무려 74.5%에 달했다.

    최저임금위원회의 임금실태 분석보고서(2017)에서도 이들의 열악한 경영환경을 짐작할 수 있다. 최저임금 1만 원이 실시되면 근로자의 46.1%가 월 209만 원을 받는다.

    연봉으로 계산하면 2,508만 원이다. 통계청의 자영업 현황분석 자료(2016)에서도 마찬가지다. 국내 자영업자의 51.8%는 연 매출이 4,600만 원에 못 미친다. 영업이익은 월 187만 원이다. 고용주와 직원 간의 소득 역전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점주보다 알바생이 시급을 더 많이 챙긴다는 요즘 소리가 단순히 엄살로만 보이지 않는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박병원 회장은 지난 5<뉴시스>와 단독인터뷰에서 “1만원으로 인상되면 편의점이나 식당 등 영세사업장 상당수가 망하게 될 것이라며 최저임금은 최대임금이 아니다. 지불능력이 안 되는 곳에서도 줄 수 있는 금액을 최저임금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우리나라 최저임금 인상률(5~8%)은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비교해 봤을 때 이미 높은 축에 속해 있다는 평가가 많다. OECD 국가 중 최저임금이 가장 높은 호주의 최저임금 인상률은 전년 대비 3.3%. 우리나라에서 2020년까지 1만 원으로 올리려면 앞으로 3년간 연평균 인상률이 15.7%로 대폭 상승돼야 한다. 호주와 비교했을 때 무려 12.4%가 차이가 발생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