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아베, 對中 세컨더리 보이콧 동원 '추가적 역할' 요구 가능성
  • ▲ 한미일 3국 정상이 7일 오전(한국시각) 함부르크 주재 미국총영사관에서 열린 만찬회동에 앞서 기념촬영에 응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한미일 3국 정상이 7일 오전(한국시각) 함부르크 주재 미국총영사관에서 열린 만찬회동에 앞서 기념촬영에 응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G20정상회의가 열리는 독일 함부르크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이 첫 공식 일정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내각총리대신과 만찬 회동을 가졌다.

    한미일 3국 정상은 1시간 40분 동안 소수의 배석자만 함께 한 채 저녁식사를 하며 북한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 그러나 이날 만찬에서 논의된 내용은 중국과 의견을 달리하는 부분이 많아, 정상회의 기간 중 한미일 3국과 중국 사이의 치열한 힘겨루기와 여론전 양상이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7일 오전(한국시각) 독일 함부르크에서 미국·일본의 정상과 만찬 회동을 가졌다. 이날 만찬 회동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달 미국 순방 중에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동연 경제부총리·강경화 외무장관·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들어갔고, 트럼프 대통령은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렉스 틸러슨 국무장관·허버트 맥마스터 안보보좌관, 아베 총리는 노가미 고타로 관방부상·야치 쇼타로 국가안보회의 사무국장·아키바 타케오 외무성심의관과 함께 참석했다.

    배석한 강경화 장관은 만찬 종료 직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의 도발에 대한 한미일 3국의 공동 대응에 대해 심도 있는 협의를 가졌다"며 "대부분의 시간을 북핵·북한 문제에 할애했다"고 설명했다.

    한미일 3국 정상은 이날 만찬에서 △보다 강력한 안보리결의의 신속한 도출 △중국의 적극적 역할 주문 △G20정상회의에서 북한의 도발 관련 공동성명 채택 추진 등에 공감대를 이뤘다.

    3국 정상은 보다 강력한 안보리결의를 신속하게 도출해, 북한에 대해 이전보다 훨씬 강화된 압박을 가하는 게 중요하다고 의견을 같이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유엔안보리에서 긴급회의가 열렸고,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이 있은지 불과 이틀 만에 35개 국가 및 국제기구의 강력한 규탄 성명이 발표된 상황이다.

    이러한 여세를 몰아 과거처럼 수 주가 소요되던 결의가 아니라, 빠른 시일 내에 결의를 채택하는 것을 단기적 목표로 삼은 것이다.

    또, 한미일 3국 정상은 중국의 적극적 역할이 중요하다는데 주목하고, 전날 오후에 있었던 한중정상회담을 포함해 G20정상회의와 이 기간 중에 있을 양자회담을 최대한 활용해 중국과 소통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만찬 도중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중국이 많은 역할을 했지만 조금 더 할 여지가 있다"고 제기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중국이 분명히 더 할 바가 있다"고 동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부터 세션이 시작될 G20정상회의에서도 북한의 잇단 도발 문제를 공론화할 방침이다. 특히 3국 정상은 이 부분에 있어서 완벽한 의견 합치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20개 국이 넘는 정상들이 모였는데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에 아베 총리는 "(나도) 강력하게 말하겠다"고 거들었으며, 트럼프 대통령도 "(G20정상회의가 열리는) 향후 이틀간 이 문제를 중요하게 다루겠다"고 가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화 외무장관은 "오늘 3국 정상만찬은 우리나라 및 미국 행정부의 출범 이후 처음 이뤄진 것으로, 3국 정상이 당면한 북핵 현안에 대해 깊이 있는 협의를 가진 것은 물론 유대감과 친분을 다지는 매우 의미 있는 자리였다"며 "지난주 성공적으로 개최한 한미정상회담의 모멘텀을 바탕으로 한미일 3국이 긴밀한 공조 의지를 확고히 다지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러한 높은 평가와 3국 정상 간에 실제로 이뤄진 빈틈없는 공조 의지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유의미한 성과로 나타나느냐는 또다른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안보리에서 신속한 결의를 도출하기로 했지만, 전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긴급회의는 결론없이 끝났다. 심지어 규탄성명 채택조차 불발됐다.

    상임이사국 중 미국과 영국, 프랑스는 강경한 대북 추가 제재를 요구했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제재로 해결할 수 없다"며 반발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뜬금없이 사드 배치의 철회를 요구해 빈축을 샀다.

    상임이사국 간의 합의가 원만히 도출되지 못하면 3국 정상이 의견을 모은 '신속한 안보리결의 도출' 시도는 무위로 돌아가게 된다.

    이 경우 '단기적 목표' 달성은 실패한 만큼 미국이 별도의 '트랙'을 밟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날 만찬회동에 배석한 정부 고위관계자는 "안보리에서 어떤 제재가 이뤄지는지 본 뒤, 부족하면 미국은 추가적인 제재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 한미일 3국 정상이 7일 오전(한국시각) 함부르크 주재 미국총영사관에서 열린 만찬회동에 앞서 기념촬영에 응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한미일 3국 정상이 7일 오전(한국시각) 함부르크 주재 미국총영사관에서 열린 만찬회동에 앞서 기념촬영에 응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끊임없이 회자되는 '중국역할론'도 추가적인 '역할'을 떠맡아야 할 당사국인 중국 스스로의 거부감이 강해 전망이 밝지 않다는 관측이다.

    당장 전날 오후에 베를린에서 열렸던 한중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역할론'과 관련해 분명히 선을 그었다.

    시진핑 주석은 '역할'을 요청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중국이 지금까지 충분하게 역할을 해오고 있다"며 "북한과의 관계를 감안할 때 충분하게 노력하고 있는데, 국제사회가 중국의 노력이 부족하다고 비난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발끈했다.

    한미일 3국 정상은 이날 만찬 회동에서 주로 경제적 제재를 논의했다. 만찬 회동에 우리나라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미국도 므누신 재무장관 등 경제당국자가 배석한 것은 이 때문이다.

    '최대한의 압박을 통해서 북한이 경제적으로 더 이상 감내할 수 없는 상황이 오게 해서 비핵화의 협상테이블에 나오게끔 한다'는 게 한미일 3국의 기본적인 전략인데, 북한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이 '추가적인 역할'을 계속해서 거부하면 이 전략은 통할 수가 없다.

    이와 관련해 미국이 중국을 '추가적인 역할'로 견인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만찬 회동에서 미국 측은 '세컨더리 보이콧'이라는 용어를 직접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안보리결의를 위반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중국의 기업과 개인에 대해 조금 더 제재하는 문제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한미일 3국 정상은 이날 만찬 회동에서 양자회담을 최대한 활용해 중국과 긴밀히 소통하기로 한 만큼, 이미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우리나라는 차치하고서라도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G20정상회의 기간 도중에 있을 시진핑 주석과의 양자회담을 통해 '역할론'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끝으로 G20정상회의에서 북한 관련 공동성명을 채택하는 것도 난항이 점쳐진다.

    문재인 대통령은 앞서 전날 오전에 한독정상회담을 하면서 G20정상회의의 의장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게 관련 요청을 했다.

    이에 메르켈 총리는 "G20의 모든 국가가 동의한다면 최종공동성명 채택도 가능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닐 것"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통상 문제를 둘러싸고 메르켈 총리와 시진핑 주석이 연대 전선을 형성하고 있는 만큼 어느 정도는 예견된 일이다. 앞서 메르켈 총리는 독일을 국빈방문한 시진핑 총리와 부부동반 만찬에 이어 정상회담과 실무오찬을 갖고 보호무역 조짐에 함께 맞서기로 했다.

    최대 대미 무역 흑자국인 독일과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공정무역' 주장에 맞서 동맹을 맺은 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G20정상회의는 원래 경제정상회의"라며 "그동안의 G20에서는 '모든 형태의 보호무역을 배격한다'는 말이 꼭 들어갔는데, 이번 회의에서 미국은 '모든 형태의'라는 말을 공동성명의 문안에서 지우려고 한다"고 귀띔했다.

    WTO 체제에서의 자유무역을 계속 향유하려는 독일·중국과, USTR(무역대표부)을 통한 독자적인 무역불균형 시정을 노리는 미국이 공동성명의 문안을 놓고 치열한 기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메르켈 총리가 북한 문제를 놓고 중국을 압박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는 분석이다. 같은 이치로 별도의 의장국 성명이 나오기도 쉽지 않다.

    심지어 우리 정부 고위관계자조차 "이틀 동안 여론이 모이면 (공동성명에서) 어떻게 도출되느냐는 의장국 독일이 판단할 문제"라면서도 "의장국의 재량에 달린 것이라 독일이 어떻게 한다고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다소 부정적인 어조로 내다봤다.

    결국 한미일 3국 정상은 이날 만찬 회동에서 공감대를 이룬 합의사항을 놓고 G20정상회의에 모인 여러 정상들을 상대로 치열한 여론전을 전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중국과의 힘겨루기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G20정상회의는 이날 오후 5시 30분 테러리즘을 주제로 하는 리트리트 세션을 시작으로 본격 개막하는데, 경제 문제를 주제로 하는 G20정상회의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북한 문제를 화제에 올릴 수 있는 세션은 이 세션이 유일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이나 "강력하게 말하겠다"는 아베 총리, 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와 관련해 참가국들 사이에서 어떠한 여론 형성을 시도할지, 또 그에 대해 시진핑 주석은 어떠한 반응을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