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시작되면 '보수정체성' 문제 등장할 가능성 커…한국당 방향 정리될까
  • 자유한국당 소속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 그는 오는 7월 3일 열리는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 당 대표 후보로 출마했다.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자유한국당 소속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 그는 오는 7월 3일 열리는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 당 대표 후보로 출마했다.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자유한국당이 오는 27일 당대표 후보자 TV토론회를 우여곡절 끝에 열기로 했다.

    TV토론회 성사에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의 태도 변화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를 놓고 해석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대표 토론회가 2차례 이뤄질 것"이라며 "오는 27일 〈TV조선〉에서 한 차례, 오는 30일 방송 3사에서 한 차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자유한국당의 TV토론회는 개최 여부가 불투명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4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전에는 원유철 의원이, 오후에는 신상진 의원이 각각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TV토론회에 응하지 않으려 한다"며 기자회견을 자처했다.

    원유철 의원은 "홍준표 전 지사의 입장변화가 없다면 홍준표 후보가 사퇴하든지 내가 사퇴하든지 사생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했고, 신상진 의원은 "이 문제는 후보자 사퇴 문제가 아니라 당원으로서 자격 문제"라며 "해당행위로 볼 수 있어 탈당도 심각히 고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한 지난 22일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홍 전 지사의 반응은 "글쎄…"였다. TV토론회 참석을 확실히 '불가'로 못박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긍정적인 입장도 아니었던 셈이다.

    홍 전 지사 측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후보자가 원주에서도 말했지만 TV토론회를 안 하려 한 적은 없다"며 "호남에서의 타운홀 미팅을 토론회로 바꾸려 한 것에 대해서는 최고위원들도 문제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호남에서 TV토론회가 갑자기 변경되는 것만을 문제삼았을 뿐, 서울에서 TV토론회는 문제 삼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홍 전 지사는 망설이는 제스쳐를 취했을까.

    정치권의 표면적인 해석은 홍 전 지사 측이 실수를 줄이는 전략이 유리하다는 판단 하에 TV토론회에도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는 설명이다.

    홍 전 지사는 지난 19대 대선에 자유한국당 후보로 등장해 보수를 결집, 득표율 2위를 기록했다. 인지도 면에서 타 후보에 비해 압도적인 홍 전 지사로서는 말을 많이 해야 하는 토론회가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해석도 있다. 홍 후보가 망설이던 토론회를 참석키로 한 것에는 '전당대회를 통해 대선 과정에서 오락가락했던 '보수 정체성' 문제를 한 번 쯤은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홍 전 지사는 성완종 리스트 재판 항소심에서 무죄가 확정되며 대선 후보로 떠올랐다. 그는 이 과정에서 일부 극소수의 친박계를 겨냥해 '양박'(양아치 친박)이라 주장하며 날을 세웠다. 대선 이후 당권 도전을 하는 과정에서는 친박계를 '국정파탄세력'으로 명명했다. 인적 청산 가능성도 내비친 것이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친박계 의원들이 주로 참석했던 태극기집회 등에 대해서는 거의 비판하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정치적 탄핵과 사법적 탄핵을 분리해 접근했다. 정치적으로 탄핵됐지만, 사법적으로는 잘못된 부분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같은 행보는 홍 전 지사가 친박계와 비박계를 모두 끌어안기 위한 것이었다. 탄핵정국으로 인해 극도로 불리하게 진행됐던 대선에서 홍 전 지사로서는 당력을 총집결시키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던 셈이다.

    때문에 토론회가 열린다면 다른 후보들이 홍 전 지사의 '오락가락한 행보'를 짚을 가능성이 크다. 홍 전 지사로서는 무대응으로 일관하기보다는 이참에 토론회를 통해 한국당의 '보수 정체성' 문제를 명확히 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홍 전 지사의 행보는 전통적 보수 지지층에 크게 어필했지만 그간 오락가락하는 측면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토론회를 통해 향후 한국당이 나아갈 방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