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의초 폭력사건 보도한 기자 "양측간 진정한 사과와 화해 이뤄져야"

  • 서울 숭의초등학교 3학년 학생이 교내 수련회에서 같은 반 친구들에게 집단 구타를 당해 근육세포가 파괴되는 장애(횡문근 융해증) 진단을 받았다. 문제는 심각한 폭행피해자가 발생했음에도 불구, 아직까지 가해 아동들의 정확한 명단조차 특정되지 않았고, 사건 발생 두 달여가 지난 지금까지 아무도 당시 행위에 대한 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가해 아동 중엔 탤런트 윤손하의 아들도 있었다. SBS 8시 뉴스를 통해 해당 사건이 불거진 후 다수의 네티즌은 학부모 중에 유명 연예인이 포함됐다는 사실에 주목, 해당 연예인의 신원 찾기에 몰두했다. 답은 금세 나왔다. 윤손하의 아들이 가해 아동 4명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비난의 화살은 '공인'인 윤손하에게로 향했다.

    온갖 악플과 비난 게시글이 쇄도하자 윤손하는 소속사를 통해 해당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선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한편으론 일부 사실과 달리 전파된 부분에 대해선 억울한 점도 있다며 팬들의 이해를 구했다.

    안녕하세요. 배우 윤손하 소속사 씨엘엔컴퍼니입니다.

    우선 최근 불거진 SBS 8뉴스에 보도된 초등학생 폭력 기사관련으로 인해 많은 분들의 걱정을 끼쳐드린 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많은 분들의 우려를 낳고 있는 이 보도와 상황을 도저히 묵묵히 지켜볼 수 없어 실제일어난 문제의 사실관계와 진행상황, 그리고 윤손하의 공식적인 입장에 대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 번째로 SBS보도로 알려진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한 아이를 이불 속에 가둬놓고 무차별적인 집단 폭력을 벌였다는 사실은 상당 부분 다름이 있었습니다. 방에서 이불 등으로 친구들끼리 장난을 치던 상황이었고 아이들이 여러 겹의 이불로 누르고있던 상황은 몇 초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특히나 뉴스에서 야구 방망이로 묘사된 그 방망이는 흔히 아이들이 갖고 놀던 스티로폼으로 감싸진 플라스틱 방망이로서 치명적인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무기가 아니었습니다. 또한 바나나 우유 모양 바디워시를 아이들이 억지로 먹였다는 부분도 여러 차례 조사에 의해 사실이 아님이 판명 되었습니다. 단순히 피해 아이가 바나나 우유 모양을 한 물건을 아이들과 같이 확인하는 상황에서 살짝 맛을 보다가 뱉은 일이 전부였던 것입니다.

    SBS의 뉴스에서 이런 구체적인 사실들을 양측의 대조 검토 없이 피해 아이 부모의 말만 듣고 보도하였다는 사실과 피해 아이의 부모와 상담을 하던 담당교사 녹취가 악의적으로 편집되어 방송으로 나갔다는 점은 참으로 유감스럽습니다.

    두 번째는 문제 발생 이후의 윤손하가 취한 대처에 대한 상황입니다.수련회 며칠 후 피해 아이 부모님이 학교에 문제제기를 하였고 윤손하는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해당 아이의 상태가 걱정되어 학교 측에 연락처를 물었고 학교 측으로부터 진위여부를 파악 후 원만히 해결 할테니 조금 기다려달라는 얘길 듣고 기다렸습니다. 담임 선생님의 조치로 모든 학생들이 있는 곳에서 함께 있었던 아이들과 사과를 했고 그 이후 피해 아이를 포함한 아이들이 함께 잘 지냈다고 합니다.

    하지만 피해 아이 부모님 상황은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더 이상 지체할수 없었던 윤손하는 수 차례 연락을 했으나 받질 않았고 문자로 계속해서 사죄의 말과 아이의 건강상태 등을 물었습니다만 그 또한 묵묵부답이었습니다. 계속해서 연락을 받지 않아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도 찾아갔습니다. 해당아이의 부모를 만나 억울한 부분이 많이 있었지만 일이 더 이상 악화되는 상황을 막고자 이유 불문하고 아이와함께 눈물로 사죄하였고 피해 아이에게 필요한 조치 또한 약속했습니다만 쉽게 받아들여주시질 않았습니다. 학교에서의 10여차례 있었던 진술조사와 조사위원과 변호사가 동석한 학교폭력위원회까지 성실히 임하였고 그 결과 이 문제는 고의적이거나계획적으로 이뤄진 폭력상황이 아니며 해당 조치 없음의 결정과 화해와 양보에 관한 권고사항을 받았습니다.

    해당학생 부모의 요구는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첫 번째는 치료비에 관한 부분이었고 그 부분은 사실관계를 불문하고 처음부터 당연히 책임을 지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두 번째는 아이들이 바디워시를 강제로 먹인 것을 인정하는 진술을 포함한 사과를 공개적으로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조사와 확인에도 그 부분은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수 차례 사과는 이어왔지만 아이의 엄마로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아이에게 거짓 진술을 강요하는 것이 올바른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윤손하의 공식입장입니다.

    저는 공인이기 이전에 한 아이의 엄마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제 아이가 소중한 것처럼 남의 아이 또한 소중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사실이 어찌되었건 이번 일이 단순히 아이들의 장난이었다는 가벼운 생각과 행동으로 임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누구보다 해당 아이의 건강 상태와 부모의 마음을 걱정하며 적극적으로 대처하며 애써왔습니다.

    유명인이라는 저의 특수한 직업이 이 문제에 영향을 미치도록 행동하거나 의도한적은 추호도 없습니다. 오히려 저의 그러한 직업이 저와 저의 아이에겐너무나 크나큰 상처로 남겨지게 된 상황입니다. 하지만 그런 어른들의 상황은 지금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피해 학생과 가해자라는 의심을 받게 된 학생들 모두 이제 10살 남짓 된 아직 너무나 어리고 모두에게 소중한 아이들입니다. 이 아이들의 상처를 하루빨리 치유하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고 노력하는 부모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시한번 심려끼쳐 드린점 너무나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다시는 이런 불미스러운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공인으로서 아이의 엄마로서 더욱 노력하는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러나 이 입장문은 논란을 진화하기는 커녕, 오히려 기름에 불을 붓는 격이 되고 말았다. 네티즌들은 "윤손하는 심각한 학교 폭력을 단순한 애들 장난으로 치부하고 있다"며 사과에 진정성이 결여됐다는 비판을 토해냈다. 이에 윤손하는 폭력을 변명하거나 장난으로 여긴 적은 없으며 여러 오해를 야기한 점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는 2차 입장문을 내보냈다.

    안녕하세요. 윤손하입니다.

    일련의 저희 아이 학교 수련회에서 발생한 일에 대해 다친 아이와 그 가족 그리고 학교와 여러 분들에게 고개숙여 사과드립니다.

    이번 일을 처리함에 있어서 우리 가족의 억울함을 먼저 생각했던 부분에 대해서도 사죄를 드립니다. 초기대처에 있어 변명으로 일관되어버린 제 모습에 대해서도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저의 미흡한 대처로 인해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며 진행되고 있는 이번 사안 에 대해서도 진심을 다해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저희 가족의 일로 심려를 끼쳐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하지만 성난 네티즌의 화는 가라앉지 않았다. 윤손하의 사후 태도에 격분한 네티즌들은 "윤손하가 현재 출연 중인 KBS 2TV '최고의 한방'에서 하차해야 한다"며 여전히 공세 수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해당 사건을 최초로 취재해 보도한 SBS 김종원 기자는 가해 아동들의 학부모 중에서 유일하게 윤손하만 피해 아동 가족을 찾아가 '사과'를 건넸다며 윤손하가 홀로 여론의 지탄을 받고 있는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김 기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피해 아동과 가족들에게 상처를 남긴 학교 측의 대응을 비판하고 싶었다"며 "가장 큰 고통을 받고 있는 건 역시 10살밖에 되지 않은 피해 아동인데, 학교에서 이 아이의 고통을 덜어주지 못하고 가중시키는 것 아닌가 하는 문제의식을 느꼈다"고 해당 사건을 취재·보도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김 기자는 "피해 아동과 가해 아동들 그리고 가족들 간에 진정한 사과와 화해가 이뤄져야 하는데, 이번 건에 대해 입장을 밝힌 윤손하 씨는, 문제 해결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유일하게 아들과 함께 피해자 엄마를 찾아가 사과를 한 학부모였다"며 "여론의 관심을 덜 받고 있는 가해자 학부모 중에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단 한 통의 연락조차 안 한 인사도 있다"고 개탄했다.

    김 기자는 "진정성 있는 사과, 그리고 그걸 잘 모아서 화해로 이끌어내는 학교가 우리에게 필요하다"며 "그게 학교가 경찰과 다른 점이고, 이번 건이 학교라는 공간에서 잘 해결될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라고 밝혔다.

    앞서 SBS 8시뉴스는 지난 16일 "서울의 한 사립초등학교 수련회에서 학생이 같은 반 학생 4명에게 발로 밟히고 야구방망이로 맞았으나, 학교 측은 피해자는 있지만 의도적으로 폭행한 가해자들은 없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면서 "피해 어린이 부모는 가해자로 지목된 어린이 중 재벌 회장 손자와 연예인 아들이 포함된 사실이 조사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학교 3학년 학생인 A군은 두 달 전 수련회에서 혼자 담요를 갖고 놀다 친구들에게 봉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4명으로부터 구타를 당했는데 한 명은 자신이 나오지 못하도록 담요를 붙잡았고, 다른 2명은 방망이로, 나머지 1명은 무릎 등으로 폭행을 했다는 게 A군의 진술 내용이었다. 또 이들 학생들은 A군이 밤에 물을 찾자 바나나우유 모양 용기에 담긴 '물비누'를 우유라고 속인 뒤 마시라는 말까지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A군의 어머니는 SBS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아이가 '엄마, 나 죽을 뻔했어. 애들이 담요 씌우고 나를 막 때렸어'라고 말해 선생님에게 전화를 했다"며 사건의 자초지종을 곧장 담임교사에게 알렸다고 말했다.

    이에 담임교사가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들을 추궁했으나 이들은 담요 위에서 방망이를 휘두른 적은 있지만, 그 안에 A군이 있었는지는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A군은 집단 폭행에 따른 후유증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 진단과 근육세포가 파괴돼 녹아버리는 '횡문근 융해증'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