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홍 전 회장, 신문·조카 바치고 靑특보 얻어" vs 중앙 "사실 무근..당장 사과해"
  • 홍준표 전 경남지사의 말 한 마디에 중앙일보가 머리 끝까지 화가 난 모습이다. 지난 18일 자유한국당 대표 경선 출마를 공식화한 자리에서 홍 전 지사가 "조카 구속시키고 얻은 자리가 겨우 청와대 특보"라며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을 공개적으로 비난하자, 중앙일보는 이튿날부터 홍 전 지사에 대한 '디스(Diss)' 기사로 자사 지면을 도배하며 강력한 유감의 뜻을 표시했다. 나아가 중앙일보는 "발언 철회와 공개 사과가 없을시 홍 전 지사에게 법적 책임을 묻겠다"며 민형사상 소송 가능성마저 내비쳤다. 대선에 출마했던 유력 야당 정치인을 상대로 사실상의 '전면전'을 선포한 것.



  • 중앙 "귀를 의심하게 만드는 극언" 분노 폭발


    지난 19일 중앙일보는 <홍준표의 무책임한 막말정치 어디까지 가는가>라는 사설을 통해 "홍 전 지사가 근거없는 무책임한 발언으로 중앙일보와 홍 전 회장의 명예를 명백히 난도질했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어제 7.3 전당대화 출마를 선언하면서 막말들을 쏟아냈다. 그는 "신문 갖다 바치고 방송 갖다 바치고 조카 구속시키고 겨우 얻은 자리가 청와대 특보 자리"라고 했다. 귀를 의심하게 만드는 극언이다.


    중앙일보는 "홍 전 지사는 교묘하게 주어를 생략했지만 이 땅에서 신문, 방송, 조카 구속, 특보라는 표현의 공통 분모는 딱 하나, 중앙일보와 JTBC, 홍석현 전 회장밖에 없다"면서 "우리는 신문이나 방송을 갖다 바친 적이 없다. 홍 전 지사는 누가 어디에 신문과 방송을 갖다 바쳤는지 주어와 목적어부터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중앙일보는 "홍 전 회장이 미국 특사에서 귀국하던 지난달 21일 '처음 듣는 말이라 당혹스럽다'고 말한 뒤 고사의 뜻을 전했고 청와대도 이를 받아들였다"며 홍 전 회장이 특보 자리를 (청와대 측에)요구하거나 원했던 사실이 없고, 이 점은 청와대와 여야 여러 정치인들도 다 아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홍 전 회장은 미국 특사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지난달 21일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에 위촉된 사실을 기자들로부터 전해 듣자 "저와 상의를 안하고 발표해서 당황스럽다"며 "(수락 여부에 대해)조금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정치권에선 "(특보직 위촉에 대해)처음 듣는 얘기"라는 홍 전 회장의 반응보다는, 이날 인선 발표로 선거 직전 문재인 후보가 홍 전 회장에게 외교·통일에 관련된 내각 참여를 제안했었다는 얘기가 단순한 허언(虛言)이 아니었음이 드러났다는 점에 주목했다.

    홍 전 회장은 지난 4월 19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4월 12일 문재인 후보가 우리 집을 찾아와 식사를 함께 한 자리에서 (나에게)외교와 통일과 관련된 내각에 참여해달라고 부탁했었다"는 사실을 고백했다.

    당시 홍 전 회장은 문재인 후보에게 "내가 장관으로 내각에 참여할 군번은 아니지 않느냐"며 "평양 특사나 미국 특사 제안이 온다면 그런 것은 도와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홍 전 회장은 인터뷰어로 나선 오연호 기자에게 "내가 지난 20여 년간 국제사회와 북한문제에 관심을 가져왔기 때문에 특사가 된다면 북한과 미국에 주는 메시지가 있을 것"이라며 차기 정권에서 요청이 들어올 경우 (외교 분야에 한해)얼마든지 도울 수 있다는 의사를 거듭 밝혔다.

    내가 가지고 있는 국제적 인맥과 상징성을 가지고, 문재인 정부를 위해서가 아니라 대한민국을 위해서 어떤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북한에 특사로 간다든지, 미국에 특사로 간다든지 하는 것은 얼마든지 할 수도 있다.


    홍 전 회장은 당시 문재인 후보와 오연호 기자에게 "대미 대북 특사 제안이 들어온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뜻을 여러차례 피력했고, 이 사실이 대내외에 알려지는 것을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따라서 홍 전 회장이 문재인 정권 출범 후 특사 자격으로 미국을 다녀온 것과, 곧바로 통일외교안보 특보로 임명된 것을 양자간 밀약의 '징표'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마찬가지로 지난달 21일 귀국 직후 취재진에게 "당황스럽다"고 말한 것도 일종의 표정 관리 차원의 '언플'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많았다. 이날 홍 전 회장의 '특보' 임명 사실이 전해지자 자유한국당에서 "공직선거법상 매수 및 이해유도죄에 해당될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라는 논평을 낸 것도 이같은 정치권의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중앙일보는 홍 전 회장의 수상쩍은 '이전 언행'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은 채 "특보직을 고사하겠다는 의견을 청와대에 전달했고, 청와대도 이를 받아들였다"는 전혀 새로운 사실을 공개하며 홍 전 회장이 특보 자리를 원하지도 않았고 이를 수락하지도 않았음을 누차 강조했다.

    중앙일보는 여기에서 한 술 더 떠 18일 배포한 공식 입장문을 통해 "홍준표 전 지사가 자신의 발언을 철회하고 공개 사과를 하지 않을 경우 홍석현 전 회장 개인의 명예는 물론 중앙일보·JTBC 구성원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법적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신문과 방송을 갖다 바쳤다는 홍준표 전 지사의 주장은 어불성설입니다. 홍석현 전 회장은 특히 2017년 3월 18일 고별사를 통해 중앙일보·JTBC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이후 양사의 경영에도 일절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또 홍석현 전 회장의 조카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특별검사 수사에 따라 재판에서 사실관계를 다투고 있습니다. 조카를 구속시켰다는 홍준표 전 지사의 주장은 명백히 사실과 다릅니다.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직과 관련해선 특보 지명 발표 당일인 2017년 5월 21일 홍석현 전 회장이 미국 특사 활동을 마치고 귀국하는 자리에서 "처음 듣는 말이며 당혹스럽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곧이어 특보직을 고사하겠다는 의견을 청와대에 전달했고, 청와대도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홍준표 전 지사가 이처럼 사실과는 전혀 다른 주장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데 대해 거듭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합니다.


    중앙일보그룹의 수장, 홍석현 전 회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가 법적 소송 위기에 처한 홍준표 전 지사. 그러나 홍 전 지사는 이같은 중앙일보 측의 반발에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홍 전 지사는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개인도 기관과 동등하게 언론의 자유를 누리는 1인 미디어 시대에 개인의 정치적 판단을 봉쇄하기 위해 공적인 언론기관이 나서서 사과, 법적조치 운운은 참으로 어이 없는 짓"이라며 "누가 보더라도 권언유착의 의혹을 지울 수가 없기에 그 부적절한 처신을 지적한 것인데 발끈 하는 것은 유감스런 일"이라고 꼬집었다.

    요즘 대선 때도 누리지 못했던 기사 독점을 누리고 있습니다.

    대통령보다 더 막강한 권력을 쥔 분의 잘못된 처신에 대해 지적했더니 그 분을 모시고 있는 분들이 집단적으로 나서서 저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대선에서 패배하고 국민들에게 잊혀지고 있는 상황에서 옳고 그름을 떠나 저에 대한 비난기사는 아직 자유 한국당이 살아 있다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효과가 있어 그리 나쁘지는 않습니다.

    지금은 과거와는 달리 1인 미디어 시대입니다.

    과거에는 언론의 자유가 언론기관이나 기자들의 독점적 영역이었지만 지금은 개인도 헌법상 언론기관이나 기자들과 마찬가지로 언론의 자유를 누리는 1인 미디어시대가 되었습니다.

    개인도 기관과 동등하게 언론의 자유를 누리는 1인 미디어 시대에 개인의 정치적 판단을 봉쇄하기 위해 공적인 언론기관이 나서서 사과, 법적 조치 운운은 참으로 어이없는 짓입니다.

    노무현 정부 1기 때 주미대사로 간 것도 부적절 했는데 또 노무현 정부 2기 때 청와대 특보를 하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권언유착의 의혹을 지울 수가 없기에 그 부적절한 처신을 지적한 것인데 발끈 하는 것은 유감스런 일입니다.

    초심으로 돌아가십시오.


    한편 청와대 측은 20일 "문재인 대통령이 홍석현 특보를 위촉한 이후 (중앙일보 측에서)몇차례 사의표명을 해 해촉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 = 뉴데일리 / 뉴시스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