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 기류 악화… "미국 순방서 의회지도자 오해 있다면 풀어야"
  • ▲ 존 매케인 상원의원(사진 왼쪽)의 방한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 일정 불발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 2013년 셸던 화이트하우스 상원의원과 함께 방한했을 때의 모습. ⓒ뉴시스 사진DB
    ▲ 존 매케인 상원의원(사진 왼쪽)의 방한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 일정 불발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 2013년 셸던 화이트하우스 상원의원과 함께 방한했을 때의 모습. ⓒ뉴시스 사진DB

    2008년 미국 대선에 공화당 후보로 나섰던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의 방한이 전격 취소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일본의 진보 성향 유력 일간지 아사히(朝日)신문의 15일자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을 방문한 홍석현 특사를 만나 방한 의사를 밝혔던 매케인 의원은 지난달말로 예정됐던 방한 일정을 취소했다.

    방한을 전격 취소한 배경에 대해 이 매체는 "매케인 의원이 한국 방문 중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을 희망했지만 청와대가 일정을 잡아주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홍석현 특사를 만났을 때 매케인 의원은 당시 양국 간의 첨예한 논란이 됐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운용 비용과 관련해 "비용은 우리(미국)가 내는 것"이라며 "한미동맹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고 우리 정부의 입장을 편들어줬었다.

    이렇듯 우리 정부에 우호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미국의 유력 정치인이 대통령 면담 일정이 잡히지 않은 탓에 방한을 취소한 것이 사실이라면, 미 의회 내의 친한(親韓) 네트워크 손실 비용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외에도 지난달 29일 방한한 코리 가드너 상원 외교위원회 아시아·태평양소위원장도 문재인 대통령의 면담을 희망했으나 만나지 못한 것으로 보도됐다. 가드너 의원은 경질될 예정인 지난 정권 인사인 한민구 국방부장관을 만나고 돌아가는데 그쳤다.

    미국 상원 외교위에서도 우리나라를 직접 담당하는 아·태소위의 위원장을 맡고 있는 가드너 의원은 지난 2015년 방한했을 때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면담을 했었다.

    이번 방한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지 못하고 미국으로 돌아간 가드너 의원은 "사드 배치에 대해 국회 동의 절차를 밟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 문제를 만드는 것"이라며 강한 불만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딕 더빈 상원 민주당 원내총무가 지난달 31일 문재인 대통령을 면담한 이후, 국내외 복수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청와대 입장에서 불편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지만, 이로 인해 대통령이 미국 의회지도자들과의 면담에 소극적이 돼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 의회지도자와의 면담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만남을 피하게 되면, 미국 의회 내에서는 우리의 새 정부에 대해 의혹어린 시선이 더욱 커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느니만큼 국제 관계에 있어서도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외통위 소속의 의원실 관계자는 "미국은 대통령제라고는 하지만 의회가 예산편성권과 감사원까지 틀어쥐고 있는 등 의회권력이 막강하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 순방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등 행정부만 신경쓸 것이 아니라, 의회지도자들과도 적극적으로 만나 오해가 있다면 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대통령 일정과 관련돼 있고 외교 상대가 있는 내용이다보니 확인해드리기 어려운 점은 양해를 부탁한다"면서도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동맹 강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데, 중요한 위치에 계신 분들을 홀대해서 얻을 이득이 뭐가 있겠느냐"고 항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