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 후 당권 구도 변화까지 이루려면 '새로운 보수 아젠다' 제시해야
  •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 그는 대선 이후 미국으로 출국해 휴식을 취하다가 지난 4일 귀국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 그는 대선 이후 미국으로 출국해 휴식을 취하다가 지난 4일 귀국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오는 7월 3일 열리는 자유한국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경쟁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내주부터 활동을 재개할 것으로 알려졌고, 당권을 노리는 주요 후보군들에 대한 하마평도 난무하고 있다.

    문제는 누가 당권을 쥐느냐는 것보다 얼마나 단단하고 확실한 리더십을 세우느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대선 패배 이후 흩어진 민심과, 당 재건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확실한 보수 아젠다를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지사 측 관계자는 "(홍 전 지사가)오는 12일 경남 창원에 있는 경남도당을 찾아 당원과 당직자들을 만날 예정"이라며 "대선 기간 도움을 준 분들에 대한 감사 인사와 함께 한국당이 어떻게 나가야 할지 말씀을 청취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지난 4일 귀국한 뒤 휴식을 취하던 홍 전 지사가 전당대회를 앞두고 지역으로 다시 움직인 것이다. 자유한국당 내에서 가장 강력한 당 대표 후보로 평가받는 홍 전 지사의 움직임은 원유철 의원 등 다른 후보들의 발걸음도 재촉할 가능성이 크다.

    ◆ 홍준표의 최대 고민, '최고위원 2석'

    홍 전 지사는 지난 19대 대선에서 25%를 득표해 자유한국당을 2위에 올려놨다. 지난 대선이 탄핵정국 속에서 진행됐음을 감안하면, 현재 자유한국당 내에서 인지도는 단연 최고로 평가된다.

    홍 전 지사가 당초 자유한국당의 후보로 나설 수 있는 이유는 옅은 계파색 때문이었다. 그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이 불출마를 선언하자 보수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선을 그으면서도 보수의 가치를 살려줄 후보로 보수 성향 유권자의 지지를 받은 것이다.

    그러나 전당대회를 앞두고는 이 점이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조직이 움직이는 전당대회에서 확실한 당 장악을 위해서는 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당 최대조직은 친박계가 장악하고 있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시절 친박계 핵심의원 중 몇 사람이 당원권 정지 등의 징계를 당했고 대선 과정에서 조원진 의원이 새누리당으로 당적을 바꿨지만, 엄연히 친박계는 최대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홍 전 지사가 확실하게 당권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최고위원회까지 장악할 필요가 있다.본인이 당 대표에 당선되는 것에 만족해서는 곤란하다는 이야기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의견을 뒷받침해줄 선출직 최고위원이 최소 2명 이상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당 대표가 지명직 최고위원을 임명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서다. 당의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 최고위원회는 당대표와 더불어 4명의 선출직과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등이 포함된 9명으로 구성된다. 결국 홍 전 지사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선거는 물론 최고위원 선거까지 신경 써야 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자유한국당의 최고위원 자리를 놓고 벌써부터 여러 하마평이 나오는 실정이다. 확실한 친박계로 분류되는 김태흠 의원은 물론, 이철우·김광림·박대출·박맹우·박순자 의원 등이 거론된다. 원외 인사 중에서는 이성헌 전 의원,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 류여해 수원대학교 겸임교수 등의 이름이 나오고 있다.

    아직 확실하게 홍준표 지사 측 인사라고 콕 집어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계파색이 옅은 후보들도 여럿 나서면서 전당대회 이후 당권 구도 변화 가능성도 생긴 것이다.

  • 홍 전 지사는 대선당시 '작은 정부'를 보수의 아젠다로 제시했다. "기업에게 자유를 서민에게 기회를"이라는 문구를 사용한 바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홍 전 지사는 대선당시 '작은 정부'를 보수의 아젠다로 제시했다. "기업에게 자유를 서민에게 기회를"이라는 문구를 사용한 바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다퉈서는 반쪽짜리 당 될 수밖에…'새로운 보수 아젠다' 세워야

    다만 당 안팎에서는 "전당대회가 홍 전 지사와 친박계 간 대립 구도로 흘러가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 경우 홍 전 지사가 설사 당권을 잡는다 하더라도 계파 갈등이 여전히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홍 전 지사와 친박계는 최근까지 서로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홍 전 지사는 지난 7일 페이스북을 통해 "아직도 구체제 기득권을 고수하려고 몸부림치는 세력이 극히 일부 엄연히 존재한다"며 "보수가 궤멸 되는 줄도 모르고 자기 자신의 영달에만 매달리는 그런 몰염치한 인사들은 이번 전당대회를 계기로 청산되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친박계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홍문종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홍 전 지사에 대한 '대선 책임론'을 꺼내기도 했다. 대선을 거치면서 일시 봉합됐던 계파 갈등이 당권 경쟁 과정에서 재현될 조짐도 나타난 셈이다. 대선 당시 자유한국당은 홍 전 지사의 직권으로 바른정당 탈당파 의원들의 복당을 승인하는 것과 동시에 친박계 의원들의 징계를 일괄 해제한 바 있다.

    결국 전당대회를 통해 당을 온전히 하나로 만들기 위해서는 계파를 초월하는 홍 전 지사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있다. 당 전체가 공감할 수 있는 보수의 새로운 '아젠다'를 세워서 전당대회 이후 당권구도를 바꿔야 한다는 의미다.

    야당관계자는 "자유한국당이 대선에서 패배한 이유에 대해 많은 이들이 '프레임 전쟁'에서 완패한 것이 컸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와 효과적으로 각을 세우면서 향후 선거에서 자유한국당만이 내세울 수 있는 아젠다를 제시해야 초·재선 의원들도 홍 전 지사를 따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