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청 42년만에 독립안 발표 직후… 일선 소방관들 '따뜻한 환영'
  •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소방서를 찾아 일선 소방대원들과 간담회를 갖는 자리에서, 대원들로부터 열렬한 박수를 받고 있다. ⓒ청와대 제공
    ▲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소방서를 찾아 일선 소방대원들과 간담회를 갖는 자리에서, 대원들로부터 열렬한 박수를 받고 있다. ⓒ청와대 제공

    소방조직을 42년 만에 소방청으로 독립시키는 정부조직개편안을 마련한 문재인 대통령이 일선 소방서를 전격 방문해 소방관들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는 말대로, 소방청 독립에 따른 소방관들의 반응이 뜨거울 때 여론을 결집해 공공부문 인력 증원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의 추동력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7일 오전 서울 용산소방서를 찾았다. 지난 2015년 추석 연휴 때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의 신분으로 찾았던 장소를 다시 방문한 것이다.

    1층 차고지에서 소방관들과 간단한 입식(立食) 다과간담회를 가진 문재인 대통령은, 이후 4층 소방안전체험교육장으로 올라가 인근 꿈밭어린이집 원생들과 체험교육을 함께 진행한 뒤, 5층에서 본격적인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장에서는 최근 발표된 정부조직개편안에 따른 소방청 독립에 대한 일선 소방관들의 감사인사와 함께 추가적인 건의가 이어졌다.

    최송섭 용산소방서장은 이날 "국민 안전을 위해 소방청 만들기에 앞장서주신 점에 대해 전 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문제로 인해 각 시·도별 장비·인력 편차가 심하니,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국가직으로 전환해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3월 화마와 싸우던 중에 큰 부상을 입었던 최길수 대원도 "병가로 쉬면 그 빈자리를 누군가 메꿔야 되는데, 인력이 충분치 않다보니 '완치하고 오라'고 하지만 마음 속에는 미안한 마음 뿐"이라며 "인력 문제 때문에 병가를 쓰는데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고 호소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소방청을 독립하는 것은 이미 정부조직개편안에 그렇게 설계해뒀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이어 "소방직을 국가직으로 전환하는 것도 내 공약사항이지만, 지자체에서는 지방공무원 TO가 줄어들고 지방 소방관서의 소유 문제 등으로 반대하고 있는 것 같더라"며 "단체장들과 협의해서 지자체에 손해가 가지 않으면서도 국가직으로 할 수 있는 방안들을 추진해보겠다"고 덧붙여, 다시 한 번 박수를 받았다.

    그러면서 "소방공무원이 법적 기준인력보다 1만9000명 정도 부족한데, 이미 공약했지만 임기 중에 법제기준에 부족한 1만9000명 이상의 소방 인력을 확충하겠다"며 "추경안을 제출했는데, 추경안 속에 소방관 1500명 증원 계획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소방관이 6만 명 이상 있어야 하는데 현재 4만5000명을 밑도는 수준으로, 소방공무원이 1만9000명 가량 증원돼야 법제기준에 맞는 것은 사실이다.

    이 때문에 소방관들이 과중한 업무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 1층 차고지에서 다과간담회를 하던 도중에도 출동지령에 떨어져 일부 소방관들이 출동하는 일이 있었다.

    경찰이나 소방 등 민생치안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공무원을 증원하는 것에는 누구도 반대를 하지 않는다. 문제는 대통령이 현장 격려방문을 하던 중에 마치 이번 추경안에 포함된 공공부문 증원이 모두 이러한 분야에 해당되는 것처럼 '여론전'에 나선 것은 적절치 않다는 점이다.

    이번 추경안에 세금으로 창출하도록 돼 있는 공공부문 일자리는 모두 7만1000개인데, 그 중 민생·치안·안보와 직결된 일자리는 경찰 1500명, 부사관·군무원 1500명, 소방관 1500명 등이다.

    넓게 봐서 집배원과 가축방역관 등 3000명의 충원 요소가 있다고 하더라도 도합 7500명 정도다. 나머지 6만여 개의 일자리는 소방서에서의 '여론전'으로 돌파를 시도할 성격이 아닌 것이다.

    세금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납세자인 일반 국민들에게 중장기적인 부담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국회에서 엄격하게 옥석(玉石)을 가려야 할 문제인데, 대통령이 일선 현장 방문에서 '여론전'을 전개하는 것이 적절한지 논란이 될 전망이다.

    이외에 현장에 출동한 소방공무원들이 폭행·모욕 등 범죄행위의 위협에 노출되는 것과 관련해서도 대통령이 지나치게 안이한 인식을 보인 것이 '옥의 티'라는 지적이 나온다.

    소방공무원들을 향한 범죄행위는 주폭(酒暴)의 난동에 의한 것이 대부분으로, 상습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일벌백계로 엄단해야 할 필요성이 강한데도 '시민의 기대가 큰 탓'으로 주소를 잘못 짚었다는 것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김보람 대원은 "술 취한 분들에게 폭행을 당하거나 욕설을 듣는 일들이 굉장히 많다"며 "구급대원이 폭행이나 욕설을 당하는 일이 없이 마음놓고 환자만 돌볼 수 있도록 됐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소방관들이 최선을 다해 출동해도 도로 사정으로 늦어지기도 할텐데, 시민들이 그런 사정을 잘 모르고 '왜 이제야 오느냐'고 불평도 하고 험한 욕도 하는 것 같다"며 "그런 이야기들은 소방관들에 대한 불신이나 미움 때문이 아니라, 그만큼 더 절실하고 기대가 크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