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치 의식한듯 보이지만… 미국·중국 모두 불만 '리스크 잠복'
  • ▲ 경북 성주골프장에 배치된 주한미군의 사드 발사대. ⓒ뉴시스 사진DB
    ▲ 경북 성주골프장에 배치된 주한미군의 사드 발사대. ⓒ뉴시스 사진DB

    청와대 측이 미군에 공여된 성주골프장 부지의 환경영향평가 실시 방침에도 불구하고 이미 배치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철회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 밝혔다.

    이달말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국제적 논란으로 번졌던 사드 문제를 수습한 뒤 태평양을 건너려는 모양새다. 이로써 환경영향평가는 지지층을 의식해 절차는 계속 진행하되, 문재인 대통령이 공언한대로 철저한 "국내(정치)적 조치"에 국한될 전망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7일 취재진과 만나 "이미 기진행된 사항에 대해서는 환경영향평가에서 어찌할 수 없다"며 "이미 배치된 부분에 대해서는 환경영향평가를 한다고 해서 굳이 그걸 철회할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경북 성주골프장에 이미 배치·가동된 사드 레이더와 사격통제장치, 발사대 2기는 건드리지 않겠다는 뜻이다.

    사드는 발사대보다도 X밴드 레이더가 핵심이다. X밴드 레이더가 종말단계요격모드(TM)가 아닌 전진배치모드(FBR)로 운용될 경우 탐지거리가 2000㎞ 가까이 된다는 점에서 중국이 반발해왔던 것이다.

    발사대는 이미 적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을 레이더가 탐지한 뒤, 이것을 요격하는 말그대로 '순수방어무기'이므로 중국이 반발할 여지가 없다. 결국 이미 배치·가동된 레이더를 철회하지 않겠다는 것은 사드의 현존배치를 뒤엎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당장 이달말에 있을 한미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치러내기 위한 발언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중이 모두 만족할 수 없는 애매한 스탠스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추가 배치될 부분에 대해서는 환경영향평가가 끝나야 되지 않겠느냐"며 "(모 미군기지에 보관 중인 발사대 4기가) 어디로 가야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환경영향평가가 진행되는 과정에 추가로 배치하는 것은 어렵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기배치된 레이더와 발사대 2기는 건드리지 않되, 함께 1개 포대를 이루는 발사대 4기의 추가 배치는 환경영향평가가 끝나야 한다는 의미다.

    환경영향평가는 올해 안으로 끝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사드 1개 포대는 레이더와 발사대 6기로 구성되는데, 1년 이상 발사대 2기만 배치된 반쪽짜리 사드로 기능해야 한다면 미국 측에서 불만을 표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제임스 시링 미 국방부 미사일방어청장은 전날 헬기를 타고 경북 성주골프장을 찾아 현장을 둘러본 뒤, 사드 포대를 운용하고 있는 미군 장병을 격려했다.

    이처럼 미국에서도 사드 체계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사드 레이더로 북한의 선제핵공격을 탐지하더라도 요격이 쉽지 않은 '발사대 2기' 상황을 언제까지 두고보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 또한 애초에 문제제기를 하게 된 원인인 사드 레이더는 그대로 가동된다는 점에서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국제정치적 위험요소는 그대로 잠복해 있는 가운데, 환경영향평가가 강행되는 것은 지지층의 정서 등 국내정치적 요소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빼든 칼날이니 엉거주춤한 스탭으로나마 절차는 계속 밟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한 포석으로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이날 문답에서는 사드 배치의 '긴급성'마저 부인됐다. 대외관계를 의식해 이미 배치된 사드 레이더와 발사대를 문제삼지 않는 '실리'는 내주되, 국내정치를 고려해 대내적으로는 명분을 고집해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긴급한 사정'이 있을 때는 환경영향평가를 국방장관의 권한에 따라 생략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북한이 핵이나 여러 (미사일) 실험을 해왔던 것은 오래 전부터"라며 "법적 투명성과 절차를 생략하면서까지 정말 시급하게 조치돼야 할만한 필요성이 있었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