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인 ‘제임스 리’ 씨, 감금 당시 김상덕 前평양기술대 교수도 만나
  • 지난 4월 북한 측이 갑자기 불법구금한 김상덕 前평양과학기술대 교수. 미국 국적자다. ⓒ美CNN 당시 관련보도 화면캡쳐.
    ▲ 지난 4월 북한 측이 갑자기 불법구금한 김상덕 前평양과학기술대 교수. 미국 국적자다. ⓒ美CNN 당시 관련보도 화면캡쳐.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북한이 감금 중인 외국인은 4명이다. 그런데 실제로 북한이 불법적으로 감금 중인 외국인이 30명이 넘는다는 주장이 나왔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5일, 최근 북한을 방북했다가 불법감금 되는 경험을 했던 캐나다인의 폭로를 보도했다. 당사자는 ‘제임스 리(James Leigh)’ 씨로, 북한군 장성의 초청으로 방북했다가 북한 당국에 의해 강제로 구금됐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이 전한 ‘제임스 리’ 씨의 이야기는 대략 이렇다.

    ‘제임스 리’ 씨는 美정부기관과 군사관련 기업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그는 몇 달 전 여행을 하다 우연히 북한군 장성 출신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을 만났고, 그의 초청으로 북한을 방문했다고 한다.

    ‘제임스 리’ 씨는 북한 당국이 입국하는 외국인의 모든 전자기기를 해킹하거나 수색한다는 사실을 우려해 자신의 태블릿 PC와 스마트폰에 담긴 주요 정보를 모두 지우고 북한에 갔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시작됐다고 한다.

    북한 당국은 입국 때 압수한 ‘제임스 리’ 씨의 태블릿 PC와 스마트폰에 아무런 정보가 없다는 점에 매우 화가 난 듯 그를 끌고가 유치장에 감금했다고 한다.

    한국어를 할 줄 알았던 ‘제임스 리’ 씨는 북한의 유치장 관계자들이 “저자는 트럼프 美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김정은을 암살하거나 군사기밀을 얻기 위해 잠입한 첩자”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한다. 북한 당국은 그를 매 시간마다 데려가 심문을 받았다고 한다.

    ‘제임스 리’ 씨가 유치장에 감금돼 있을 때 옆방에는 김상덕 前평양과학기술대학 교수가 있었다고 한다. 그는 또한 캐나다인을 포함해 20~30여 명의 외국인 수감자들이 유치장에 있었는데 아무도 그들을 몰랐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제임스 리’ 씨는 얼마 뒤 북한 측이 갑자기 자신을 풀어줬고, 석방 후 며칠 더 북한에 머무르는 동안 당국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고 주장했다.

    방북으로 마치고 귀국한 ‘제임스 리’ 씨는 캐나다 외무부에 북한에서 있었던 일을 신고하는 한편 김상덕 교수의 가족들에게 연락해 그의 근황을 전달했다고 한다.

    ‘제임스 리’ 씨의 이야기가 흥미를 끄는 것은, 그가 본 유치장이 ‘북한 당국에 의한 외국인 납치’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고, 그의 경험이 북한이 외국인 대상 관광에 열을 올리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김정일 사망 이후 “외국인 납치라는 주장은 미제와 남조선의 모략”이라고 더욱 강하게 주장했다. 하지만 ‘제임스 리’ 씨가 평양 인근의 유치장에서 겪은 일은 김정은이 집권한 뒤에도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납치가 일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이와 함께 ‘제임스 리’ 씨의 태블릿 PC와 스마트폰에 중요한 정보가 없다는 이유로 불법 감금을 했다는 점은, 북한이 외국인 대상 관광 홍보에 열을 올리는 이유가 단순한 외화벌이가 아니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정보수집과 약점을 잡아 스파이로 활용하기 위한 의도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