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해 칼럼] 마키아벨리의 딥마인드(DeepMind)

알파고를 청와대에 앉혀 놓으면 어떻게 할까?

"남북한 국지전, 전면전 또는 핵재난 가능성도 있다"

지영해 칼럼 | 최종편집 2017.06.05 14:4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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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반도는 한국전쟁 이래로 가장 위험한 상황에 처해져 있다. 당사자들이 위기를 잘못 관리하면 남북한간에 국지전 혹은 전면전으로 확대되거나, 심지어는 미국까지 개입되는 핵재난을 당하여 남북한이 한반도에서 동시에 소멸될 가능성마저 있다. 현재로서는 현상유지에서부터 통일, 혹은 남북한 공멸까지 어떤 결과도 가능한 극도의 불투명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새정부가 이런 위기상황에 직면하여, 위기를 헤쳐 나아가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가장 큰 이유는 새정부가 내치와 외치의 큰 틀을 설정함에 있어서 옳음과 그름, 정의와 부정의, 선과 악이라는 도덕적 프레임으로 상황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을 판단하는 시야가 심각하게 흐려져 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제까지 경제, 군사, 국내정치, 그리고 외교부문에서 새 정부가 보여준 움직임과 각종 수사(修辭)들이 이를 암시한다.


원래 합리성이 부족한 집단일수록 사물을 일차적으로 옳고 그름의 틀 속에서 보려는 유혹이 강하다.
그것이 그 집단을 환호하거나 분노하려는 욕구의 입구까지 가장 빨리 인도해 주기 때문이다.
동시에 그를 통해 항용 사회와 인습이 존경할 만한 품성의 징표로 요구하는 [행동하는 양심]을 빨리 보여 줄 수 있는 것도 또 하나의 유혹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어느 누가 개인적인 호-불호의 감정이 없겠는가?
옳고 그름은 큰 고민 없이 그 감정에 윤리적 옷만 입혀서 내보내면 되는 것이다.
오히려 아무나 쉽게 못하는 것은 방대한 증거와 전례를 수집하고 복잡한 종합과 분석의 과정을 통해 득실을 계산해 내는 것이다.
이것은 전문성과 땀과 인내를 수반하는 일이며 환호나 분노가 끼어들 여지가 없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나지도 않는 외로운 길이다.
오히려 때로는 겉으로 드러내어서 초래되는 인기나 환호가 사고과정에 영향을 미칠까 염려하여 조용히 물밑으로만 진행해야 할 때도 있다.
진정한 도덕적 판단은 그렇게 하여 나온 득실의 계산을 실제 정책으로 환원했을 때, 그 결과가 그 사회의 보편적 가치를 얼마나 강화하거나 파괴하느냐 하는 분석이 나온 다음에야 가능한 것이다.
지금처럼 도덕적 판단 위에 놓는 정치와 경제, 국방이 늘 위험한 이유는 콩밭에 가 있는 마음이 더 이상 지지와 환호의 목소리를 기다리지 못해 이 수고스러운 평가와 분석의 과정을 포기하기 때문이다.


현정부가 이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하나다.
도덕적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구글 딥마인드 (DeepMind)가 탄생시킨 알파고처럼 생각하는 것이다.
알파고를 청와대에 앉혀 놓으면 어떻게 할까?

그는 우선 가난한 자에 대한 인간적 동정심을 깨끗하게 버릴 것이다.
재벌에 집중된 부를 증오하거나 부도덕하게 생각하지도 않을 것이다.
소위 부패나 적폐라고 말해 오던 것들도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 얼마나 공헌하느냐에 따라 점수가 주어질 것이다.
북한을 같은 민족이라 하여 희망을 갖거나 친근감을 갖지도 않을 것이며, 북한주민을 인도적으로 도와야 한다는 압박감도 갖지 않을 것이다.
분노케 했던 위안부 문제나 강제징용문제가 일본과의 관계설정에 개입하는 것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나 생화학 무기 앞에서 공포에 떨거나, 스스로의 강력한 방어력에 도취되는 일도 없을 것이다.
나라를 독자적으로 방어해야만 당당한 자주국가라는 생각도 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그는 살아남아서 이기는 길을 계산할 것이다.
오히려 그렇게 함으로써, 그가 원하는 이 모든 것을 다 성취할 것이다.


정부가 알파고처럼 사고할 때만, 비로서 박스 바깥으로 나올 수 있고, 현재의 상황을 정확하게 볼 수 있다.
그때서야 정부는 자신의 행동을 제약하고 무능하게 만들었던 것은 스스로에게 강요했던 도덕적 테두리였다는 것을 깨닫고 그로부터 자유로워 질 것이다.
그와 동시에 그 동안 보이지 않았던 수많은 정책 옵션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커제 9단이 감정을 주체 못해 대국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을 때, 알파고는 냉철하게 살아서 이기는 길을 계산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떤 순간에도 흔들림 없이 정확하게 그 목표를 이루었다.
이것이 바로 500년전 이태리가 지금의 한국과 같이 혼란 상황에 빠졌을 때, 마키아벨리가 플로렌스(피렌체)에서 자신의 군주에게 권했던 생존의 길이기도 하다.


지 영해
현 영국 옥스퍼드대학 동양학과 교수
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전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원
영국 옥스퍼드대학 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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