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컨설팅 계약도 부실”, 변호인 “마필 삼성 단독 소유 계약상 명백”
  • 지난 1월 2일(현지시각) 덴마크 구금시설로 향하는 정유라 씨의 모습. ⓒ 사진 뉴시스
    ▲ 지난 1월 2일(현지시각) 덴마크 구금시설로 향하는 정유라 씨의 모습. ⓒ 사진 뉴시스


    27일 속개된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진 뇌물공여 등 혐의 8차 공판에서, 특검과 변호인단은 피고인들이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존재’를 인지한 시점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특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처음 독대한 2014년 9월을 전후로 해서, 이 부회장을 비롯한 피고인들이 ‘최순실 모녀’의 존재를 알고 있었을 것이란 추론을 폈다.

    반면 변호인단은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의 문자메시지 내용 등을 근거로, 이재용 부회장은 물론이고 최씨 모녀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각별한 관계를 가장 먼저 알게 된 장충기 전 사장도, 2015년 7월이 돼서야 상황을 파악했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변호인단은, 특검은 자신들의 논리 구성에 유리한 증거만을 취합해서 사안을 재구성하고 있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특검은 자신들의 논리 구성이 간접증거에 바탕을 두고 있어, 증거능력은 물론이고 증명력에 제한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 사건 참고인 및 피고인들 사이에 오고간 문자메시지, 통화기록, 피고인들의 출국기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론한다면, 이 부회장 등 피고인들이 최씨 모녀의 존재를 알게 된 시점은, ‘박근혜-이재용 1차 독대’가 이뤄진 2014년 9월 전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날 특검은 유독 ‘상식적으로’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면서,  ‘피고인들이 말을 맞추고 있다’는 논리를 전면에 내세웠다.

    특검의 공세에 변호인단은, 피고인들이 ‘정윤회의 딸 정유라가 승마선수라는 사실을 알게 된 시점’과, ‘정유라가 최순실의 딸이며, 최씨가 박 대통령의 비선실세라는 사실을 인지하게 된 시점’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음에도, 특검은 이런 사실을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검은, ‘승마선수 정유라가 삼성이 소유한 말을 탄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 사실을 소개하면서, 이재용 부회장이 2016년 8월 말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으로부터 내용을 듣기 전까지, 최씨 모녀 관련 사항을 알지 못했다는 주장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특검은 올림픽 승마지원과 관계된 삼성 측의 내부 결재 기안 등 자료를 설명하면서, 삼성전자와 코어스포츠와의 컨설팅계약은 불과 10여일 사이의 짧은 기간 안에 졸속으로 이뤄진 흔적이 뚜렷하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그 근거로 삼성전자의 승마훈련 용역비, 마필 구입내역 결재 기안, 컨설팅계약서 번역본 등을 제시했다.

    특검은 컨설팅 계약서의 내용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내용을 담고 있다고 부연했다.
    다음은 이에 대한 특검 측의 주장.

    “일반적으로 용역계약은, 계약을 한쪽에서 불이행할 경우, 불이행에 대한 해제나 제재, 컨설팅회사가 능력이 없거나 용역을 불성실하게 할 때 해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시키는 것이 일반적인데, (삼성-코어스포츠) 계약서에는 해지 조항이 없다. 결국 정상적인 용역이 아니라, (최씨 측이) 원하는 대로 해준 그런 계약이라는 것.”

    특검은 박상진 전 삼성그룹 대외협력담당 사장과 김종 전 문체부 2차관(구속 중) 사이의 통화기록을 근거로, 삼성이 최씨 모녀를 지원하는 과정에, 김종 전 차관의 입김도 작용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특검은 김종 전 차관과 박상진 전 사장의 통화내역을 보면, 2015년 12월부터 거의 매달 여러 차례 통화를 한 것으로 나온다며, “김종의 경우는 정유라 승마지원과 동계스포츠 영재센터 항목 모두에서 이름이 나오는데, 승마 관련해서는 삼성으로부터 계속 보고를 받은 것으로 나온다”고 덧붙였다.

    특검은 “삼성이 소유했다고 주장하는 일부 마필이 삼성의 자산으로 잡혀 있지 않은 사실을 유념해서 봐야 한다”면서, 삼성 측이 최씨 모녀와 박 전 대통령의 각별한 관계를 알고, 특혜성 지원을 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고 했다.

    변호인 측은 승마 관련 쟁점을 크게 3가지로 정리하면서, 특검의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재판부와 특검이 모두 동의하듯 승마 관련 핵심 쟁점은 피고인들이 최서원(최순실)이란 존재와 그 영향력을 언제 알았는지 그 시점이다. 두 번째는 마필과 차량 소유권의 문제이며, 세 번째는 이재용 피고인이 이런 내용을 알게 된 시점”이라고 정리했다.

    변호인단은 우선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피고인들이 검찰 참고인 조사 당시 진술을, 특검에서 번복한 사실에 대해 “이건 진실을 숨기기 위해 그런 것이 아니라, 검찰 참고인 조사가 이뤄진 2016년 11월 당시만 해도 아직 대통령의 힘을 무시할 수 없던 상황이었고, 독대 관련 사정을 구체적으로 답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변호인 측은, 승마협회 관련 자료와 관련해, 박원오 전 협회 전무의 역할 및 위상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호인 측은 “‘최순실의 딸 정유라에 대한 승마지원’은 박원오를 제외하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정유라씨에 대한 지원을 기획하고 추진한 당사자로 박원오 전무를 지목했다. 변호인 측은 박원오 전무의 경우, 국내 승마계는 물론이고 아시아권에서도 이름이 널리 알려진 영향력 있는 인물이었다고 평가했다.

    변호인단은 “삼성전자와 코어스포츠 사이의 컨설팅계약이 상당히 급하게 진행된 것은 맞지만, 이는 청와대의 질책과 관심 때문”이었으며, 내부 기안 전에 지원금이 먼저 집행됐다는 특검 측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삼성 기안문의 날짜를 보면 9월10일이고, 코어스포츠에 용역료가 최초로 지급된 시점은 9월14일이다.”

    변호인단은, 특검이 자신에게 유리한 내용만을 짜깁기해 사실과 다른 주장을 펴고 있다면서, “컨설팅 계약 본문을 보면 ‘삼성은 2018년 아시안게임과 세계승마대회 준비를 위해 선수 해외훈련 포함 승마팀 발전’을 본 계약의 목적으로 명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변호인 측은, 특검이 의심하고 있는 마필 및 차량 소유권 역시, 계약 내용을 보면 ‘삼성의 단독 소유’임이 명백하게 드러나 있다고 받아쳤다.

    계약 내용 가운데 해지 관련 조항이 없다는 특검 측 지적과 관련해서는, ‘컨설팅 회사의 진술보장 규정’에 대한 특검 측의 무지를 꼬집었다.

    변호인단은 ‘진술보장 규정’은 계약의 당사자인 코어스포츠가 어떤 수준의 컨설팅 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진술하고, 이를 보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이것을 위반하면 손해배상은 물론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변호인단은 김종 전 차관과 박상진 전 사장의 통화기록을 인용해 특검 측 주장이 안고 있는 허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2015년 8월 이전에는 김종과 박상진의 통화내역이 거의 없다. 8월 이후 통화내역이 증가하는 건,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대통령의 질책(같은 해 7월 2차 독대)이, 정유라를 지원하게 된 결정적 동기가 됐음을 보여준다.

    통화내역 뿐만 아니라 문자메시지 등을 봐도 같은 해 7월25일 이전과 이후 상황에 많은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주의 깊게 봐 달라.

    7월25일 이전 박상진의 문자메시지에는 승마나 최순실, 정유라 관련 문자가 전혀 없다. 7월25일 이후부터 이런 것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변호인단은 김종찬 승마협회 전무, 박원오 전무, 최순실 사이에 수시로 ‘올림픽 승마 준비 계획안 로드맵’ 등 문서들이 오고간 사실도 인용했다.

    “이 문서들을 보면 특이한 걸 발견할 수 있는데, 수십 차례 로드맵이 수정되는데 모두 위 세 사람 사이에서만 오고간다. 그러나 박상진 전 사장은 위 로드맵이나 계획안 중 어떤 것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상진이 27일 회의에서 이재용이나 최지성에게 최서원의 영향력에 대해 말하지 못한 건, 박상진 스스로도 최서원과 박 전 대통령의 관계를 몰랐기 때문이다.

    박상진은 박원오에게 최순실과 박 전 대통령의 관계, 최순실-정유라의 관계를 듣기 전까지 전혀 내용을 알지 못했다.

    박상진이 최순실의 존재를 몰랐음을 방증하는 증거는 더 있다. 박상진과 노승일의 통화 내용을 보면, 박상진은 노승일에게 ‘(K스포츠재단도) 최 여사(최순실)와 관련이 있나요’라고 묻는다. 그가 최순실의 존재를 알았다면 이런 질문을 할 이유가 없다.“

    변호인 측은 정유연(정유라)의 존재, 즉 최씨 모녀의 존재를 이 사건 피고인들이 인지한 시점이 각각 다르다고 설명했다.

    변호인단에 따르면, 박상진 전 사장은 승마협회장을 맡으면서 정유라의 이름을 들었다. 다만 박 전 사장은 이때도 정유라를 ‘정윤회의 딸’로만 알고 있었다. 장충기 전 사장이 정유라를 인지한 시점은 2015년 3월 쯤이며, 이재용 전 부회장은 2016년 8월 말이 돼서야 최지성 부회장으로부터 상황을 듣고 최씨 모녀의 존재를 알게 된다.

    특검과 변호인 측은 1, 2차 독대 사이에 정유라에 대한 승마지원이 거의 이뤄지지 않은 이유를 두고, 다시 한 번 팽팽하게 맞섰다.

    특검은 그 이유로 정유라의 출산과 가출을 꼽았고, 변호인단은 그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며, 1년이 넘는 기간 사이 삼성이 정유라에 대한 지원을 거부한 것만 봐도, 박 전 대통령이 이재용 부회장을 불러 ‘올림픽 승마지원 부실’을 질책하기 전까지, 이 부회장은 물론이고 나머지 피고인들도 최씨 모녀의 존재를 몰랐음을 알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대한 변호인 측의 변론.

    “최서원 성격을 보면 황성수(피고인)하고도 엄청 많은 통화를 한다. 특검은 2014년 9월15일 삼성이 승마협회를 맡은 시점부터 정유라 승마지원계획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때 이후에 임신이라는 이유만으로 2015년 7월까지 아무런 접촉이 없었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삼성에서 먼저 접촉한 것도 없고, 그쪽에서 요구한 내용도 없다. 전혀 그런 부분이 이해가 안 된다. 최소한 어떤 연락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 조차 없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