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대표적인 보호지역인 국립공원 본연의 관리 목적을 망각한 채 개발의 압력에 무릎을 꿇는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국립공원 정상까지 케이블카 설치가 가능하도록 환경부가 관련법을 개정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 ▲ <span style=지리산 천왕봉 근처까지의 케이블카 설치를 반대하며 지리산 천왕봉에 올라 1인 시위를 벌이는 한 시민 ⓒ 연합뉴스 " title="▲ 지리산 천왕봉 근처까지의 케이블카 설치를 반대하며 지리산 천왕봉에 올라 1인 시위를 벌이는 한 시민 ⓒ 연합뉴스 ">
    지리산 천왕봉 근처까지의 케이블카 설치를 반대하며 지리산 천왕봉에 올라 1인 시위를 벌이는 한 시민 ⓒ 연합뉴스

    지난 5월 1일 입법 예고된 자연공원법 개정안에 의하면 국립공원내의 생태적으로 가장 민감한 자연보존지구 내 로프웨이 (케이블카) 거리규정을 2km에서 5km로 완화하게 된다. 지리산 최고봉 천왕봉, 설악산 최고봉 대청봉 그리고 한라산 정상 턱밑까지 케이블카 설치가 가능하다.

    만약 이런 일이 발생하면 지리산과 설악산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인정한 국제적 기준의 '국립공원'에서 탈락되고 한라산은 유네스코(UNESCO)가 지정한 세계자연유산에서 단계적으로 배제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유엔생물다양성협약(UN CBD)과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정의하는 보호지역은 생물다양성 보전과 증진을 위해 국가의 법으로 보호되고 있는 공간이다. 생물다양성의 보전이 주된 관리목표임은 자명하다.

    법적으로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인 생물다양성협약은 특히 지난 2004년 제7차 당사국 회의부터 전 세계 생물다양성의 60%이상이 서식하고 있는 보호지역에 대한 생물다양성 증진을 위한 실행프로그램(Program of Work on Protected Areas, PoWPA)을 추진하고 이행실태의 점검을 하고 있다. 내년 말이 매 2년마다 돌아오는 보고서 제출시기다.
     
    만약 오색-대청봉간 케이블카에 건설에 따른 500억원의 토목공사와 지금보다 4배 이상 늘어나는 80만명의 정상등정 등산객이 설악산의 생물다양성 증진에 도움이 되는 관리 선택이었다는 정당성을 보고서에 담지 못한다면 우리 공원을 국제적 기준에 맞는 보호지역으로 관리할 것이라고 지속적으로 천명해온 환경부는 협약총회에서 매우 난감한 비난에 봉착할 것이다. 또 설악산은 환경부가 그토록 자랑하던 2005년도 IUCN 인정 '국립공원' 리스트에서 삭제될 확률이 높다. 최소한 IUCN의 이사인 필자의 판단에는 그러하다.

    최근 환경부는 IUCN의 전문가들에게 의뢰해서 우리나라 국립공원 관리성과평가 보고서를 출간한 바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국가차원의 평가를 받은 나라는 우리 외에 핀란드, 호주, 그리고 오스트리아 뿐이다. 우리 국립공원을 세계적 브랜드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함이다. 최근 완성된 평가보고서는 전국적인 케이블카 설치 가능성을 누락하고 있다. 평가단에 참여했던 전문가들은 그 사실을 몰랐던 것에 의아해 하고 있다. 현재까지 밝혀진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건설계획만도 설악산 한라산 속리산 소백산 그리고 월출산 등이다.

    제주에도 동일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만약 케이블카가 설치되고 수 많은 관광객을 정상부로 올려 환경훼손을 야기하게 되면 결국 우리나라 최초이자 유일한 세계자연유산인 제주도가 '위험에 처한 자연유산 (in danger list)' 목록에 오를지 모른다. 올해 독일 드레스덴의 한 유산처럼 등재취소까지는 가지 않을지라도.

    보호지역의 보전 철학은 100여 년 전 미국 국립공원 제도에서 출발하여 한 세기를 풍미한 폐쇄적 보호모델에 기초한다. 규제와 강제력에 주로 의존하며, 보호지역 안과 주변부에 위치한 지역사회의 이익을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는다. 이제는 유연한 보호모델로 전환되고 있다. 즉, 보호지역 경계 안 뿐 아니라 주변 지역사회의 보전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동시에 달성하자는 것이다. 다양한 당사자들 간에 첨예한 이해관계가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혀있어 어쩌면 불가피한 패러다임의 변화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환경보전에도, 지역사회발전에도, 그리고 산업적으로도 전혀 지속가능하지 못한 케이블카를 왜 환경부가 허용하는지는 유연한 보호모델로도 납득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