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도 아니고 고영태도 게이트도 아냐…공산당 게이트와 싸움"
  • 19일 오후, 춘천 거두리 사거리에서 진행된 태극기 집회. 주최 측 추산 13만 명의 인파가 몰리면서 일대는 극심한 혼잡을 빚기도 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19일 오후, 춘천 거두리 사거리에서 진행된 태극기 집회. 주최 측 추산 13만 명의 인파가 몰리면서 일대는 극심한 혼잡을 빚기도 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태극기가 강하게 펄럭이자 촛불은 빛을 잃고 희미해졌다. 역대 춘천 집회 중 가장 많은 인원이 몰리면서 춘천의 번화가는 온통 태극기 물결로 가득찼다.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강원본부는 19일 오후 2시 춘천시 거두 사거리 앞에서 태극기 집회를 열었다. 주최측 추산 13만 명이 모인 이날 집회는 촛불집회에 맞서 나라를 구하겠다는 시민들이 저마다 태극기를 흔들며 장관을 이뤘다.

    이날 집회는 연예인 김제동 씨가 춘천 촛불집회에 참석한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단시간에 결정됐다.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자신의 SNS에 "(촛불 집회 하는 것은 좋은데)집회 장소가 제가 사는 아파트"라면서 "하필 그곳 좁아터진 인도변에서 (집회를 하는 것은) 우연이겠죠"라면서 집회 사실을 알렸다.

    정광용 대변인은 "태극기 집회의 성격은 정의와 진실을 구하는 것"이라며 "특정 장소에서 특정인을 띄우는 것은 상상도 못했지만, 정말 예외적인 경우로 대통령을 지키는데 애쓴 김진태 의원을 우리가 지킨다는 의미로 집회가 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진태 의원이 한 어록 중 하나인 '촛불은 태극기 바람이 불면 꺼진다'라는 문구가 전면에 등장했다.

    소식을 접한 애국 시민들은 곳곳에서 버스를 타고, 열차를 타고 춘천으로 집결했다. 전날 서울에서 태극기 집회가 열렸지만 피로도 잊은 채 서울서 내려온 시민들의 숫자도 상당했다. 춘천시 인구가 28만 7천 여 명인 것을 감안하면 이날 주최 측 추산 13만은 상당한 숫자다.

    가장 먼저 연단에 선 변희재 미디어워치 전 대표는 김제동씨의 연예계 데뷔 시절을 설명하면서, 문화계 전체가 좌파에 물들어 있다고 지적했다.

    변희재 전 대표는 "박근혜 정권은 블랙리스트를 만들 필요도 없다"면서 "문화계 전체가 장악당했는데, 하나하나 분류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변 전 대표는 "김제동이 저랑 동갑이다. 제 기억에는 (김제동 씨가) 젊었을 때, 연예계 데뷔했을 때에 맑은 눈을 가지고 성실하게 독서를 열심히 하는 좋은 친구였다"면서 "그런데 윤도현의 기획사로 들어가면서 변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전에는 (김제동 씨가)이명박 전 대통령 취임식의 MC도 본 사람"이라면서 "스트레스와 과로로 〈도전! 골든벨〉과 〈연예가 중계〉를 하차했는데, 기획사에서 하차하게 된 것을 이명박 때문이라 치고 나오면서 보수정권에 탄압받는 연예인이 되니 본인도 헷갈리기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김제동·윤도현 같은 정치색이 분명한 문화계 인사가 계속 등장하는 것은 문화계 권력 구조의 문제이지, 개인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나아가 "정치 권력의 맛을 한 번 체감한 김 제동은 밑에 자기 후배도 의식화 교육을 하고 좌지우지하면서 좌익 권력으로 성장하게 됐다"면서 "정치 권력의 사냥개 노릇을 하게 되면 어찌 되는지, 우리가 쓰러뜨려 보여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같은 날 열린 촛불집회 사진. 탄기국 주최 집회에 비해 확연하게 작은 규모임을 알 수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같은 날 열린 촛불집회 사진. 탄기국 주최 집회에 비해 확연하게 작은 규모임을 알 수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뒤이어 마이크를 잡은 정용섭 전 국방부 정보 사령관은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치권이 아직 자주국방을 실현할 준비가 안 된 국내 사정을 무시한 채, 포퓰리즘적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 전 사령관은 "한반도에서 미국이나 중국의 지원 없이 남과 북이 한바탕 붙는다면, 누가 이긴다고 생각하냐"면서 "안타깝게도 우리 쪽이 백전 백패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무현 정권 초기에 대통령 지시에 따라 한국군 최초로 남·북한 간 군사력을 비교·분석 한 적이 있다. 당시 총대를 멘 게 저였다"면서 "지상군과 해군은 북한 대비 80% 수준이고 해군은 대등한 수준으로 나왔지만 비대칭 전력이 포함됐다면 남북한 군사력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정권 당시 나온 '남북한의 전력이 비슷하거나 조금 모자라다'는 발표는 북한군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비대칭 전략을 제외한 평가여서 실제로는 남북한 간 군사력 격차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그는 "더구나 북한의 핵무기를 보유한 현재 상황에서는 말할 필요도 없다"면서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대선 놀음 쇼를 벌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안보위협에 적극 대응해 국민의 재산과 안전을 지켜야 할 정치권이 ▲전시 작전권 통제 ▲군 복무 기간 단축 ▲사드 배치 반대 확산 등의 공약으로 되레 안보위협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이었다.

  •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왼쪽)과 정광용 탄기국 대변인(오른쪽)이 나란히 손을 들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왼쪽)과 정광용 탄기국 대변인(오른쪽)이 나란히 손을 들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도 등장했다. 집회에 참석한 인파들의 박수를 받으며 등장한 김진태 의원은 "제 눈이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특검 기간 연장은 절대 안 된다"면서 "당당하게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 촉구한다. 지금 당장 법무부에 고영태를 수사하도록 지시해달라"고 촉구했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정광용 탄기국 대변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태극기 집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정 대변인은 "우리가 평화집회만 하니까 정계와 관계는 물론 헌재까지 아무도 겁을 내지 않는다"면서 "앞으로는 정의와 진실을 알리는 일을 인터넷, SNS에서 마음 놓고 하시라"고 했다.

    그는 "여러분이 모금한 천 원짜리, 만 원짜리가 지금 3억 원을 넘겼다"면서 "이제 우리도 변호사를 얼마든 살 수 있고 여러분의 활동을 얼마든 뒷받침해드릴 수 있다"고 했다.

    태극기 집회에 참석하는 장년 층 이상 기성세대는 인터넷 세상에서 소위 '틀딱'으로 불린다. 틀니를 맞출 나이라는 의미로, 노인 비하 발언에 속한다.

    정 대변인은 "나는 이빨이 멀쩡한데, 인터넷 세상에서는 나를 '틀딱대장'이라 한다"면서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법적으로 모든 것을 뒷받침하겠다. 신고만 해달라"고 요청했다.

    아울러 "오는 3월 1일은 헌법 재판관이 어쩌면 판결문을 타이핑하고 있을지 모르는 때"라면서 "우리 국민의 결집된 힘을 보여달라. 춘천에 계신 수많은 시민 여러분, 서울로 가자"고 당부했다.

    이날 집회에는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 변희재 미디어워치 전 대표, 김찬수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 대표, 정용섭 전 국방부 정보사령관, 신혜식 신의한수 대표, 조은제, 사회문화연구소 소장, 정광용 탄기국 대변인, 주옥순 엄마부대봉사단 대표, 등이 참석했다.

    집회 참석자 중 연단에 오른 한 일반인은 "이번 사건은 '최순실 게이트'도 아니고 '고영태 게이트'도 아니다. 공산당 게이트와의 싸움"이라고 언급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맹목적 추종이 아닌, 좌파정권이 들어설 것을 우려한 시민들이 '태극기 집회'를 통해 모였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