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경찰 “1차 부검서 사망원인 못 밝혀 18일 2차 부검 실시 예정”
  • 美AP통신은 18일 오전 1시(美현지시간) 김정남에 대한 2차 부검이 끝났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AP통신 보도를 인용한 '미국의 소리' 관련보도 가운데 강 철 駐말레이시아 북한 대사의 모습. ⓒ美VOA 관련보도 화면캡쳐
    ▲ 美AP통신은 18일 오전 1시(美현지시간) 김정남에 대한 2차 부검이 끝났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AP통신 보도를 인용한 '미국의 소리' 관련보도 가운데 강 철 駐말레이시아 북한 대사의 모습. ⓒ美VOA 관련보도 화면캡쳐


    지난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암살당한 김정남의 ‘사망원인’을 둘러싸고 각국이 치열한 정보전을 벌이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관련국과의 갈등을 막기 위해서인지 철저히 사실에 근거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암살당한 김정남의 부검을 두고 새로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7일 말레이시아 당국이 부검을 마쳤다는 소식이 나오자 밤늦게 강 철 駐말레이시아 북한 대사가 성명을 배포하고 “북한 국민을 당국의 승인 없이 부검한 결과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경찰은 북한의 반발에 아랑곳 않고 김정남에 대한 부검을 재실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말레이시아 현지 중국어 매체 ‘동방일보’는 18일 소식통을 인용, “말레이시아 경찰이 지난 15일(현지시간) 김정남 시신을 1차 부검했지만 정확한 사인을 밝혀내지 못해 18일 오전 9시(현지시간)에 2차 부검을 실시한다”고 보도했다.

    ‘동방일보’에 따르면, 1차 부검은 중국계 법의학 전문의들이 했다고 한다. 그러나 김정남의 사인(死因)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음에 따라 말레이계 의사를 포함해 더 많은 법의학자들이 참여하는 2차 부검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한다.

    말레이시아 현지 매체 ‘더 뉴스 온라인’도 김정남 시신의 2차 부검과 관련해 “익명의 정부 고위 소식통에 따르면 1차 부검에서 김정남의 사인이 밝혀지지 않아 18일 2차 부검을 실시하기로 했다”면서 “이에 강 철 駐말레이시아 북한 대사는 ‘김정남 시신 부검에 대한 권한은 북한에 있으므로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며 북한은 부검 결과를 받아들이기는 거부했다”고 전했다.

    美AP통신은 18일 오전 1시(현지시간) 2차 부검이 끝났지만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김정남이 암살당한 직후 그의 세포 조직과 혈액 등을 말레이시아 국립 과학대학 내 화학연구소로 보내, 사인의 정밀분석을 맡긴 상태다. 이 결과는 내주 중에 발표될 것이라는 게 현지 언론들의 예상이다.

  • 말레이시아 일간 '뉴 스트레이츠 타임스' 18일자 보도. 김정남의 사망 직후 사진이라고 한다. ⓒ말레이시아 NST 관련보도 화면캡쳐
    ▲ 말레이시아 일간 '뉴 스트레이츠 타임스' 18일자 보도. 김정남의 사망 직후 사진이라고 한다. ⓒ말레이시아 NST 관련보도 화면캡쳐


    한편 김정남의 사인과 관련해 단순한 ‘독살’인지 의심하는 시선도 생기고 있다. ‘더 스타 온라인’ 등 현지 언론들은 김정남 암살 용의자로 경찰에 붙잡힌 여성들이 암살 전날 쿠알라룸푸르 공항을 찾아 서로에게 장난치듯 스프레이를 뿌리며 돌아다녔다고 보도했다.

    김정남 암살 당시 현장 목격자들에 따르면, 용의자 여성 한 명이 김정은을 뒤에서 붙들자 다른 한 명이 얼굴에 스프레이를 뿌리고, 손수건 같은 천으로 얼굴을 덮고 눌렀다고 한다. 이 여성들이 불과 몇 초 만에 사라진 뒤 김정남은 심한 두통을 호소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말레이시아는 물론 한국, 일본, 미국 언론 등은 ‘암살 무기’가 독극물이라고 추정했다.

    하지만 만약 김정남의 사망 원인이 독극물이라면, 1차 부검 결과에서 정확한 사망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점, 김정남 당시 입고 있던 옷과 얼굴 등에서 화상 등 화학적 피해를 입은 흔적이 발견되지 않은 점, 용의자 여성들이 암살 전날 공항에서 ‘스프레이’로 서로에게 장난치듯 뿌렸다는 점 등은 설명이 되지 않는다.

    말레이시아 언론 '뉴 스트레이트 타임스'가 18일자 신문에 공개한 김정남의 사망 직후 사진 또한 궁금증을 더한다. 1인용 쇼파에 축 늘어진 김정남의 얼굴에는 아무런 상처가 없고, 다만 옷에만 작은 얼룩이 보인다.

  • 말레이시아 '더 스타 온라인'은 18일 "왜 모두가 김정남 암살 배후로 김정은을 지목할까'라는 기사를 내놓기도 했다. 사실 지금까지 나온 내용은 '정황증거'임에도 김정남의 암살이 북한 소행이라고 주장한다는 내용이다. ⓒ말레이시아 '더 스타 온라인' 관련보도 화면캡쳐
    ▲ 말레이시아 '더 스타 온라인'은 18일 "왜 모두가 김정남 암살 배후로 김정은을 지목할까'라는 기사를 내놓기도 했다. 사실 지금까지 나온 내용은 '정황증거'임에도 김정남의 암살이 북한 소행이라고 주장한다는 내용이다. ⓒ말레이시아 '더 스타 온라인' 관련보도 화면캡쳐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정남의 알레르기 등을 악용한 무기이거나 신종 생물학 무기일 가능성이 있다는 설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 대사가 “김정남의 시신을 빨리 돌려 달라”면서 부검을 반대하는 것도 새로 개발한 생물학 무기가 국제사회에 알려지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그럴듯한 주장도 함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