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기간 연장돼도 6월 초까진 1심 선고 나올 듯
  • 구속 수감 중인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 ⓒ 사진 뉴시스
    ▲ 구속 수감 중인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 ⓒ 사진 뉴시스


    17일 새벽 서울중앙지법 한정석(39·사법연수원31기) 영장전담판사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이재용 구속에 사활을 걸었던 박영수 특검과 삼성 측 변호인단이 벌인 7시간30분 동안의 법정공방은 특검의 판정승으로 마무리됐다.

    지난달 1차 영장 기각 당시, 뇌물죄 구성을 놓고 이른바 ‘時點의 역전’이란 모순을 초래하는 등 허점을 드러낸 박영수 특검은, 금융위와 공정거래위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한 자료 분석결과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작성했다는 39권의 수첩을 제시하면서, 승부수를 띄웠다.

    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의 대화내용이 비교적 자세하게 기록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안종범 수첩은, 법원의 영장 발부를 이끌어낸 특검의 ‘신의 한수’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16일 이뤄진 영장실질심사에서 결정적 변수로 작용했다.

    삼성 측 변호인단은 해당 수첩에 대해, 안 전 수석의 변호인이 특검에,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며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취지의 의견서를 낸 사실을 강조하면서 변론에 나섰으나, 영장실질심사 심리를 맡은 한정석 판사의 심증(心證)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한 판사가 “새롭게 구성된 범죄혐의사실과 추가로 수집된 증거자료 등을 종합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영장을 발부한 사실에서 볼 수 있듯, 이제 공은 삼성 측으로 돌아갔다.

    한 판사가 밝힌 영장 발부 이유를 들여다보면, 적어도 그는 ‘안종범 수첩’을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 판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박영수 특검은 ‘안종범 수첩’의 내용과 이를 뒷받침하는 안 전 수석 및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의 진술조서를 근거로, ‘이재용 부회장이 자신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박 대통령에게 정부 차원의 지원을 청탁했고, 그 대가로 대통령과 경제적 이익을 공유하는 최순실 측에 433억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했다’는, 이른바 포괄적 뇌물죄의 밑그림을 완성했다.

    빠르면 다음 달 중순 첫 기일이 잡힐 것으로 예상되는 이재용 부회장 공판에 앞서 삼성 측 변호인단은, 특검이 회심의 카드로 들고 나온 ‘안종범 수첩’의 법적인 효력을 무력화하는 법리 혹은 새로운 팩트(증거 혹은 진술)를 발굴해내야만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우선 삼성 측 변호인단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는 변론을 계속 유지하면서, 동시에 ‘수첩의 내용이 뇌물죄의 구성요건인 대가관계를 입증하기에 충분하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을 증명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법원의 영장 발부는, 피의자가 범죄를 범했을 것으로 일응 추측 할 수 있을 정도의 ‘소명(疏明)’으로 충분하지만, 죄의 유무를 다투는 형사재판에서의 유죄판결은, 피고인이 범죄를 범했을 것이라고 판단하는데 있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해도 좋을 만큼의 확신, 즉 ‘엄격한 증명‘(입증)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범죄의 소명은 입증보다 낮은 일종의 심증이라 할 수 있지만, 유죄의 입증을 위해서는, ‘무죄일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해도 좋을 만큼 증거와 이를 뒷받침하는 주장 근거가 확실해야만 한다.

    ‘안종범 수첩’의 내용이, 뇌물죄의 구성요건인 대가관계를 ‘입증’할 만큼 구체적인지 여부와, 이를 둘러싼 특검과 변호인 측의 공방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특검이 새로 밝힌 구속사유, 즉 ①통합삼성물산의 순환출자 해소 편의 제공 ②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시장(코스피) 상장 특혜 의혹 ③금융지주회사 설립 관련 입법 로비 등도, 결국 그 증명이 안종범 수첩의 기재 내용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특검이 영장을 재청구하면서 새로 추가한 혐의(재산국외도피 및 범죄수익은닉) 역시, 핵심 혐의인 (포괄적)뇌물죄를 토대로 하기 때문에, 뇌물공여죄의 성립 여부는 이어질 1심 공판에서도 최대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

    절차적 측면에서 본다면 구속기간과 적부심, 보석 등도 변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실질심사를 통해 발부된 구속영장이 적부심을 통해 다시 기각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보석 역시, 중대한 질병을 이유로 한 경우가 아니라면 거의 받아주지 않는다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이 두가지 사안은 중대변수로 보기 어렵다.

    구속기간은 형사소송법이 정한대로 10일에 10일을 연장해서 최대 20일까지 늘어날 수 있다. 다만 특검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기간을 20일로 연장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하나는 법원의 구속기간 연장 허가이고, 다른 하나는 특검의 활동기간 연장이다.

    현행 형소법은 구속기간의 연장과 관련해 “지법 판사는 검사의 신청에 의해 수사를 계속함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한 때에는, 10일을 초과하지 않는 한도에서 구속기간 연장을 1차에 한해 허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신청을 위해 검사는, ‘구속기간 연장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같은 법 205조 1, 2항).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특검의 활동기간 연장을 승인하지 않는다면, 특검은 법원의 허가를 받는다고 해도 활동기간 만료일인 이달 28일까지 이 부회장을 기소해야만 한다. 물론 황 권한대행이 특검의 활동기간 연장에 동의한다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기간은 최대 다음달 8일까지 늘어날 수 있다.

    최순실 특검법은 특검이 공소를 제기한 사건의 재판기간을 특별히 규정하고 있다.

    특검이 기소한 사건은 다른 재판에 우선해 신속처리해야 하며, 판결 선고는 1심의 경우 공소제기일로부터 3개월, 2심과 3심은 전심 판결 선고일을 기준으로 각각 2개월 안에 끝내야 한다(특검법 10조 1항).

    따라서, 이 부회장에 대한 1심 선고 시기는 빠르면 5월말, 늦어도 6월 초순을 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