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개 약속 일정도 언론에 유출,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는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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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검의 리크(leak·유출) 논란으로 한 차례 무산된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 일정이 여전히 안갯속이다.

    지난 8일 이후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를 둘러싼 청와대와 특검 간의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특검과의 신뢰가 다시 형성될 경우, 협의를 재개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특검 측은 아직 대화의 물꼬를 트지 못한 채 청와대의 재협의 제안을 기다리는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13일 "대면조사는 박근혜 대통령이 받기로 약속한 사안이기 때문에 특검과의 신뢰가 다시 구축되면 향후 일정 조율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청와대 내부에선 "원활한 대면조사를 위해서는 신뢰가 중요한데 특검이 피의사실을 여과 없이 유포하고 비공개를 약속한 일정마저도 일부 언론에 유출한 탓에 추후 조율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 측은 어떤 형태로든 청와대와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만 확인할 뿐 명확한 방향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특검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쌍방 간의 접촉이 아예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현재 상태로는 대통령 대면조사가 언제 이뤄질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기본 원칙에는 변함이 없어서 어떤 형태로든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규철 특검보는 "박근혜 대통령에서 출석을 통보할지는 결정된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수사 기간(70일)이 이달 28일 만료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대통령 조사를 할 시한을 언제인지 미리 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일단 청와대의 재협상 제안을 기다려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앞서 지난 9일로 예정됐던 대통령 대면조사는 그 시기와 장소 등이 사전에 유출되면서 논의가 잠정 중단된 상태다.

    박근혜 대통령 변호인단은 "특검이 그동안 진행돼온 피의사실을 누설하고 심지어 수사기록이나 증거물을 통째로 언론기관에 유출해왔는데 이번 특검의 대면조사 일정 누설 역시 관계자 중 1명이 특정 언론에 누설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변호인단은 또 "특검의 피의사실 유출로 인한 관계자 명예훼손 등 인권침해 사례와 신뢰할 수 없는 특검의 태도에 대해 강력 항의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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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에 특검 측은 "우리가 정보를 사전 유출했다고 하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기존의 리크(leak·유출) 행태로 볼 때 특검 측의 반박은 설득력이 크게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특검이 강공에 나서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문제는 특검에게 주어진 시간이다. 공식수사 종료(28일)까지 남은 시간은 약 2주가량.

    일각에선 특검이 청와대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할 수 있게 해달라며 낸 행정소송을 통해 실마리를 풀어갈 수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는 특검이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과 박흥렬 경호실장을 상대로 낸 청와대 압수수색 영장집행 불승인 처분에 관한 집행정지 사건의 심문기일을 15일 오전 10시로 정했다.

    이렇게 되면 양측은 법정에서 어떤 식으로든 대화로 의견을 나눌 수 밖에 없다.

    다만 법원이 청와대의 손을 들어준다면 남은 시간은 박근혜 대통령 쪽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특검이 헛발질로 대면조사 주도권을 놓친 것을 넘어 압수수색마저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특검의 수사 동력 상실을 의미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에선 남은 2주 동안 최대한의 방어벽을 구축한다면 야당이 임명한 특검의 공격을 멈출 수 있는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특검과 일부 언론의 과도한 왜곡으로 상처를 받았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지난달 25일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주필과의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은 "특검이 나를 엮어도 너무 엮었다"며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 사태의 본질과 관련해서도 "너무나 많은 어떤 허황된 이야기가 진실이라고 하면서 그걸 바탕으로 엄청난 허황된 이야기가 만들어져서 '카더라' 하는 이야기로 산더미 같이 (의혹만) 덮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러 경우의 수를 놓고 볼 때 박근혜 대통령이 유리한 상황에서 굳이 대면조사에 응할지는 미지수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