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견제' 강하지만 '통합-통치' 취약, 더 많은 혼란 통해 정국 주도하려해
  • 문재인은 아마도 몰랐을 거다. 정국이 이렇게 흘러갈지를.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이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질 것도 몰랐을테고, 바른정당이 떨어져 나와 분열을 거듭할지도 몰랐을테다. 반기문이 20일 만에 허무하게 대선레이스 이탈을 선언할 것도 몰랐을 것이 분명하다.

    문재인이 지금 각종 토론회도 거부하고, 야권에서조차 외로운 불통의 길을 걷는 것은 이 때문이다. 최근에는 기자들의 질문까지 제지하며 논란을 자초했다. 모든 경쟁자가 무너지고 혼자가 될 지 정말 몰랐던 까닭이다.

    문재인 전 대표는 혼자인 것에 익숙치 못한 사람이다. 노무현 비서실장이란 이미지도 영향이 있겠지만, 실제로 그를 잘 아는 측근들도 '경쟁-견제'에는 강하지만, '통합-통치'에는 상대적으로 취약하다고 얘기하곤 한다.

    이유는 두 가지다. 매우 박한 평가지만, 콘텐츠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무적 감각은 뛰어나지만, 정책·행정적 능력은 아쉽다는 얘기다.

    선대본부에 합류한 송영길 의원이 대뜸 '문재인 일자리 공약'을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인천시장을 지내며 아시안게임을 준비해본 송 의원이 보기에 문재인標 공약은 부실해 보일 수 밖에 없다. 비단 광역시 행정을 이끈 송 의원을 가져오지 않더라도,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은 허황된 것이 사실이다.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것은 상식이다. 정부가 일자리를 만드는 나라는 북한 밖에 없다. 조선·금융 등 매년 수십만개 일자리가 사라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세금으로 일자리를 만든다 한들, 제로게임에 불과하다. 비록 실패로 돌아갔다 할지라도 박근혜 창조경제처럼 일자리는 창출 또는 창조하는 것이 답이다.

    문재인이 바로 맞받아 "후보는 나다"라며 발끈한 것도 그의 컴플렉스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문재인이 거친 청와대 민정수석이나 비서실장은 사실 정책과는 거리가 멀다. 전적으로 대통령의 정무적 판단을 보좌하는 자리다. 정치적 위기를 극복하는데는 탁월했을지 모르지만, 정책적 아이디어는 부족하다는 게 문재인의 아킬레스였던 셈이다.

  • ▲ 2014년 세월호 사고 당시 광화문에서 단식 투쟁 중인 문재인 후보가 휴대전화를 살펴보고 있다. ⓒ 뉴데일리 DB
    ▲ 2014년 세월호 사고 당시 광화문에서 단식 투쟁 중인 문재인 후보가 휴대전화를 살펴보고 있다. ⓒ 뉴데일리 DB
    두번째 이유는 본능적인 편가르기 습관이다. 고시촌을 방문해서 '취준생과 고시생'을 위로하면서 '취업자와 비취업자'로 사회를 양분했다. 경찰을 방문하면 '검경 대립'을 유발시키고, 부자와 가난한 자를 나눠 '기득권과 비기득권'이 갈등하게 한다.

    정치의 속성 자체가 편을 가른다는 점에서 보면 문재인은 뛰어난 정치적 감각을 가졌다. 하지만 이 점은 경쟁자가 있을 때 효과를 발휘한다. 대선 레이스 독주의 주인공인 문재인에게는 편을 가르는 정치보다는 함께 하는 통합이 더 필요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사방이 적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격렬한 좌클릭으로 문재인 지지세력을 잠식하고 있다. 오른쪽을 살펴봐도 안희정 충남지사가 외연확대에 치중하며 압박 중이다. 사면초가다.

    그래서 다시 편을 가르러 광장으로 나간다고 한다. 당 경선 예비후보 등록도 미루고 촛불 집회에 참여키로 했다. 그는 "3월13일 이전에 탄핵 결정이 안 내려지면 아주 혼미해질 것"이라고 했다. 또 "탄핵 기각을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세력이 있다"고도 했다. 태극기와 촛불을 양분해 또 갈등과 반목을 시작하겠다는 얘기다.

    속내는 뻔하다. 좀더 심한 혼란을 원하는 거다. 안정된 정국에선 자신의 특기인 편 가르기가 어렵고 부족한 콘텐츠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 시점에서 문재인이 오히려 탄핵기각을 원하지 않겠느냐는 아이러니한 생각도 마냥 허무맹랑하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