潘, 2009년에 노 전 대통령 서거하자 즉각 애도 표명…장의위원회에도 이름 올라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7일 故노무현 전 대통령을 참배하기 위해 봉하마을을 방문했지만, 친문(親文)지지자들의 행패에 그 의미가 크게 퇴색됐다.

    반 전 총장은 이날 도착 직후 헌화 및 참배를 한 뒤, 권양숙 여사를 만나는 간단한 일정을 택했다. 반 총장과 유순택 여사가 나란히 입장해 분향하고, 너럭바위에서 간단하게 묵념했다.

    방명록에는 "따뜻한 가슴과 열정으로 '사람 사는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헌신하신 노무현 대통령님께 무한한 경의를 표합니다"라면서 "노 대통령님, 대한민국의 발전을 굽어살펴주소서"라고 썼다.

    참배 직후 반 전 총장은 "경건하고 애통한 마음으로 고 노무현 대통령 영전에 귀국 인사를 올렸다"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정치 교체를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던 것, 아직 우리 가슴 깊이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반 전 총장의 참배절차는 간단했지만, 문재인 전 대표를 지지하는 친문(親文)세력이 시위를 벌이면서 복잡하게 진행됐다. 문재인 전 대표를 지지하는 친문(親文)세력이 반 전 총장 앞으로 가로막으면서 밀고 밀리는 육박전이 계속됐다. 엄숙해야 할 추모현장의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고 참배하겠다는 의미는 크게 퇴색됐다.

  • 문재인 전 대표의 지지자들은 "민족의 반역자 반기문은 떠나라", "친일파 반기문", "노무현 대통령에 부끄럽지 않으냐" 등등을 외쳤다.

    현장에 있던 소수의 사람이 "수고하셨다", "조국과 민족을 위해 정말 고생이 많으셨다"고 했지만, 친문재인 지지자들에 묻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이날 반기문 전 총장을 막아선 시위대 주장의 요지는 반 전 총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배신했다는 것이었다. 보수 정권이 추진한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는 등 야권에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서 단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이용만 하려 든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한 지지자는 "2011년 봉하마을 참배를 왜 비공개로 진행했냐"는 팻말을 들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시위대의 주장은 다소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지난 2007년 한·일 군사협력 강화를 합의하고 해저터널을 논의하는 등 일본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려 애썼다.

    아웃 나라인 일본과의 관계는 필연적으로 복잡할 수밖에 없는데 시위대가 이를 섣부르게 해석해 낙인찍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문 세력의 시위가 계속되자, 현장에 있던 다른 시민조차 이들의 행태를 비판하고 나섰다.

    한 시민은 "반기문이가 뭔데 씨X 벌써 이러느냐"면서 "여기는 사람들만 오면 XXX라 한다"고 일갈했다. 보수 정치인은 물론 안철수, 정동영 등 야권 정치인도 친문과 생각이 조금만 다르면 공격의 대상이 된다는 개탄이었다. 이 시민은 2007년부터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을 지지하며, 현재는 국민의당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측은 이같은 논란에 대해 "반 전 총장은 이미 여러 차례 노무현 전 대통령에 관련해 입장을 표명한 바 있으며, 이러한 내용이 보도된 바도 있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 "갑작스러운 서거 소식에 충격을 받았고 깊은 슬픔에 빠졌다"며 애도 성명을 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 장의위원회 59명 중 한 사람으로도 선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