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광주서 지역표심 구애 발언..어제는 조선일보, 오늘은 오마이TV와 인터뷰
  •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이기륭 기자
    ▲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이기륭 기자

    대선 열기가 조기에 달궈진 가운데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정체를 알 수 없는 오락가락 언행을 보이고 있다.

    지난 15일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주장했던 문 전 대표는 16일에는 오마이TV <장윤선·박정호의 팟짱>에 출연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한 자신의 입장을 강변하고 나섰다.

    그는 "사드배치는 안보문제이기도 하지만 국제정치의 문제이기도 하다"며 "북핵문제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겠지만 외교적인 부담 등 득실이 존재한다. 우리의 국익을 놓고 충분히 공론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문재인 전 대표는 전날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사드 문제의 해법은 차기 정부가 강구해야 하지만, 한미 간 이미 합의가 이뤄진 것을 쉽게 취소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드 반대', '차기 정부로 연기'의 기존 입장에서 변화된 것이어서 '말 바꾸기' 논란을 낳았다.

    문 전 대표가 각종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락가락 발언을 하는 것을 두고, 일각에선 "보수와 진보의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스텝이 꼬인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최근 문 전 대표는 광주, 부산, 대구, 충북 등 각 지역을 돌아다니며 "우리 호남의 염원", "충청 민심이 대선 승리 좌우" 등의 각 지역 표심을 자극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특히 문 전 대표는 새해 첫 일정으로 광주 무등산에 오른 뒤 "호남은 민주주의의 본산이자 민주당의 뿌리"라며 "이번 대선에서 호남의 염원인 정권교체를 반드시 해내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국민의당을 향해 '야권 통합'을 압박하며, '광주에서의 정계은퇴 약속'에 대해 "호남의 지지를 받고 싶은 간절한 마음으로 드린 말씀이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 11일 충북을 방문한 자리에선 "충청에서 이기는 후보가 대선에서 이기는 만큼, (저도) 충청에서 선택받고 싶다"고 노골적인 구애발언을 하기도 했다.
  •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오후 전남 여수시 교동 여객선터미널 맞은편 여수수산시장 화재 피해 현장을 둘러본 뒤 상인들과 면담하고 있다.ⓒ뉴시스
    ▲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오후 전남 여수시 교동 여객선터미널 맞은편 여수수산시장 화재 피해 현장을 둘러본 뒤 상인들과 면담하고 있다.ⓒ뉴시스


    정치권 안팎에선 일관성이 없는 문 전 대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지는 모양새다. 문 전 대표가 지지층 결집과 외연 확장을 꾀하려다가 양쪽으로부터 버림받게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국민의당 이동섭 원내대변인은 문 전 대표의 광주 방문에 대해 "중대한 시점에 문재인 전 대표는 자신이 마치 대통령이 되었다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다"며 "'호남의 지지가 없으면 정계 은퇴하겠다'고 해놓고 호남에서 외면받자 이제 와서는 '호남의 지지를 받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었다'고 말을 바꿔 호남정신을 우롱하며 정치적 야욕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한 말 바꾸기 논란을 두고도 여야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은 문 전 대표를 향해 "미국 앞에서만 서면 작아지는 지도자가 어찌 국익을 지킬 수 있을까"라며 "정치적 표를 계산하며 말을 바꿔서는 안된다"고 꼬집었다.

    새누리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당회의에서 "사드배치 문제 관련, 또 말을 바꿨다. 상황에 따라 말 바꾸기를 하는 것 같아 종잡을 수 없다"고 지적했고, 바른정당 정병국 창당준비위원장도 "문 전 대표가 말 바꾸기를 시리즈로 하는데 듣는 사람이 민망할 따름"이라며 "국민은 양치기 소년과 같은 대통령을 원하지 않는다"고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