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명 이상 근무업체, 노사합의로 시행…이메일·메신저로 업무지시 불가
  • 프랑스가 2017년 1월 1일부터 '고용법 개정안' 시행을 통해 근로자에게 '연락 끊을 권리'를 부여하자 세계 각국은 이 일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美공영방송 NPR의 관련보도 화면캡쳐
    ▲ 프랑스가 2017년 1월 1일부터 '고용법 개정안' 시행을 통해 근로자에게 '연락 끊을 권리'를 부여하자 세계 각국은 이 일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美공영방송 NPR의 관련보도 화면캡쳐


    프랑스는 2000년 이후 ‘주당 35시간 근무제’를 실시했다. 한국은 근로기준법 상으로는 ‘주당 40시간 근무’로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초과근무 통합 허용시간인 52시간이 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국 근로자들이 또 한 번 프랑스 근로자들을 부러워할 일이 벌어졌다. 프랑스 AFP통신, 英BBC 등 주요 외신들은 2017년 1월 1일부터 프랑스가 고용법 개정안을 시행한다고 전했다.

    2016년 5월부터 논의된 프랑스의 고용법 개정안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퇴근 이후 이메일, 메신저 등으로 업무지시를 할 수 없다”고 명시한 부분 때문이다.

    2017년부터 시행되는 프랑스 고용법 개정안은 50인 이상 고용기업에 한해서 노사가 “근무시간 이후 이메일, SMS(휴대전화 단문메시지), 메신저 등으로 업무지시를 내릴 수 없다”는 내용에 합의하고, 이를 명시하도록 규정했다고 한다.

    만약 노사 간에 합의를 하지 못할 경우 사측은 근로자들의 요구와 권리를 명시한 선언문을 의무적으로 발표하도록 강제했다고 한다.

    ‘연락 끊을 권리(Right of Disconnect)’라고 알려진 이 조항은 2014년 독일 자동차 업체 ‘다임러’社가 “퇴근 이후 근로자들에게는 업무와 관련한 이메일 등을 보내지 말아야 하며, 근로자는 해당 메일이나 지시에 응답할 의무가 없다”고 명시하고, 쉬는 날 회사에서 보내는 메일을 자동으로 삭제되도록 의무화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프랑스의 경우 IT관련 직종 등에서는 디지털 기기를 이용한 업무지시가 많아진 반면 이를 ‘근로시간’으로 인정하지 않은 탓에 노사 양측의 갈등이 점차 심해졌다. 일부 근로자들은 디지털 기기를 이용한 업무지시로 인해 ‘과로증후군’에 빠지거나 인간관계가 훼손됐다고 하소연하는 등 심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이후 프랑스를 비롯해 유럽 곳곳에서 ‘연락 끊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생산성 저하와 인건비 상승을 이유로 내세운 기업 측의 반대로 인해 법률로 통과되지는 못했다. 다만 일부 대기업은 근로자들의 삶의 질 개선을 이유로 이를 먼저 도입했다. 

    때문에 프랑스를 비롯한 EU 회원국에서는 “자금이 풍부한 대기업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는 인식이 팽배했지만, 이번의 고용법 개정안 시행으로 사정이 크게 달라진 것이다.

    이 소식은 직장상사가 자기 내키는 대로 근무시간, 휴일, 명절에 관계없이 SNS와 이메일 등으로 업무지시를 내리는 문화가 퍼진 나라에서는 ‘해외토픽’처럼 다뤄지고 있다. 특히 ‘업무효율성’에 무관하게 직장상사의 ‘기분과 논리’에 따라 일을 하는 한국에서는 프랑스의 ‘연락 끊을 권리’를 매우 흥미롭게 받아들이고 있다.

    사실 한국에서도 ‘연락 끊을 권리’를 법으로 만들려는 노력이 있었다. 2016년 6월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연락 끊을 권리’를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해당 조항은 근로기준법 제6조 2항으로 신설됐다. 하지만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당시 의원들은 직장상사들이 ‘긴급사항’임을 내세워 고용계약서나 근로기준법을 무시하고, 퇴근 후 또는 휴일, 명절 등에 ‘카카오톡’이나 SMS, 전화, 이메일 등을 통해 업무지시를 내리는 경우가 매우 많다는 이유를 들었다.

    유럽에서 논의했던 '기초급여제'가 한국 내에서도 이슈가 된 데 이어 '연락 끊을 권리' 또한 조만간 소위 '진보진영'의 주요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