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언론 "WADA 작성한 '도핑의혹 선수 명단'에 소트니코바 포함" 폭로

  • 국내 팬들로부터 '김연아의 금메달을 도둑질했다'는 원성을 사고 있는 러시아 피겨선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가 도핑(doping) 의혹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파문이 일고 있다. '도핑'은 체력을 극도로 발달시켜 좋은 성적을 거두게 할 목적으로 운동 선수에게 심장흥분제·근육증강제 등을 주입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이는 스포츠정신에 위배될 뿐 더러 선수 개인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점에서 전세계 모든 운동 경기에서 부정 행위로 간주되고 있다.

    '형광나방' 소트니코바의 우승 비결은 약물?

    러시아 언론 매체 'dni.ru'는 "최근 세계반도핑기구(WADA) 독립위원회의 리처드 맥라렌 교수가 공개한 자료를 토대로 작성된 '도핑 혐의'가 있는 러시아 스포츠 선수 60여명의 명단을 입수했다"며 "이 명단에는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에서 김연아를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던 소트니코바의 이름도 들어있다"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소트니코바의 이름에는 'AO848'이라는 고유번호가 매겨져 있는데, '샘플이 훼손된 흔적이 있다'고 명시돼 있다"며 "이는 해당 소변 샘플이 다른 샘플과 바꿔치기 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러시아 도핑방지위원회(RUSADA)의 그레고리 로드첸코프는 지난 5월 "소치올림픽 당시 국가 기관 조직원들이 직접 나서서 밤마다 경기를 끝낸 러시아 선수들의 소변 샘플을 '멀쩡한 샘플'로 바꿔치기하는 작업을 했었다"며 대회 기간 선수들의 도핑 사실을 숨겨왔음을 실토한 바 있다.

    로드첸코프의 주장에 따르면 당시 러시아 체육부는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 수십명에게 금지약물이 들어간 술을 마시게 했고, 러시아 선수들의 소변 샘플을 보관한 케이스에 구멍을 뚫어 매일 밤 선수들의 오염된 샘플을 (수개월 전 취득한 선수 개인의)정상적인 소변으로 교체하는 행위를 저질렀던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도핑방지위원회의 안나 안첼리오비치 사무총장 직무대행도 최근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자국 선수들의 도핑 사실을 시인, 로드첸코프의 폭로가 대부분 사실이었음을 인정했다.

    RUSADA 관계자의 인터뷰와 현지 매체의 보도 내용을 종합해보면 소트니코바는 아직 소변 샘플이 훼손됐다는 의혹만 받고 있을 뿐, '도핑 양성 판정'을 받은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소변 샘플이 중간에 바뀌거나 개봉된 흔적이 나왔다는 자체가 해당 선수의 도핑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해당 보도가 사실이라면 소트니코바의 금메달 박탈은 시간 문제"라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다수 국내 언론들도 'dni.ru'의 보도가 불거진 이후 "김연아가 카타리나 비트에 이어 올림픽 2연패의 대업을 이룩할 가능성이 열리게 됐다"며 소트니코바의 도핑 혐의 가능성을 짙게 보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소치올림픽에서 김연아보다 높은 기술 점수를 획득, 금메달을 거머쥔 소트니코바는 경기 직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참가하는 모든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밝혔지만, 이후 피겨 경기 대신 TV 출연에만 열을 올리며 사실상 선수 생활을 마감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