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보-치안-한미동맹 강조한 황교안 권한대행
                              -野圈의 '절제의 미덕'을 대망하며-
     
     
     박근혜 시대가 드디어 '마감의 시작'을 시작했다.
    특별히 눈에 띠는 것은, 이른바 친박(親朴) 중에서도 탄핵 찬성표가 적잖이 나왔다는 사실이다.
    그들이 대세를 '박근혜 아웃'으로 읽었다는 뜻이다.
    이 단계에서 절실한 것은 야당들이 이제는 절제(節制)의 미덕을 발휘해
    시국수습에 대국적으로 호응했으면 하는 것이다.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와 추미애 대표는 "탄핵과 상관없이 박근혜 대통령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 "황교안 총리와 그 내각도 총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그건 "이 기세로 상대방에 숨 돌릴 틈도 주지 말고 대권을 확 거머쥐자“는
    대선 전략일 수는 있어도, 국가의 안녕을 먼저 생각해야 할
    '성숙한 수권야당'의 자세라고 하긴 어렵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장 하야할 경우 내년 2월에 대선을 치러야 하는데,
    야권(野圈)인들 이에 충분히 채비가 돼 있나? 문재인 후보는 그렇다고 할지 모르나,
    국민의 당, 제3지대론의 경우는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다.
    일정한 시간여유는 그래서 전체 야권의 내부조정을 위해서도 필요한 조건이다.
    더군다나 황교안 과도기는 길어야 새 대통령이 뽑힐 내년 봄 내지는 초여름까지일 것이다.
    이 만큼도 못 참아준대서야 어찌 말이 통한다 할 것인가?
     
     황교안 총리는 국회가 총리후보를 추천해달라고 한 박근혜 대통령의 요청을
    야권이 거절한 덕택에(?) 권한대행이 된 것이다.
    그래놓고선 이제 와 물러가라고 하는 건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
    야당이 박근혜 대통령의 요청을 받아들였더라면 ‘황교안 체제’는 들어설 수 없었다.
    더불어 민주당보다 더 왼 쪽에 있는 정의당의 심상정 대표가 오히려
    문재인, 추미애 식의 “황교안 물러가라”와는 다른, 한결 순리적인 말을 하고 있는 게 돋보인다.
     
     또 하나 눈여겨 봐야 할 것은 박근혜 후보를 찍었던 표가 문재인 쪽으로 이동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중에서도 콘크리트 표 30%는 지금 어디로 갈지 몰라 허공에 떠있는 상태다.
    이 표들을 위해선 새로운 자유주의-보수주의-세계시장-자유통일-노블리스 오불리주의
    정치세력을 창출해내는 작업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누가 이 일을 해낼 수 있는가? 새누리당 친박-비박들? 글쎄올시다.
     
     새누리는 친박-비박 간에 우선 철학과 역사인식이 투철하지 않으니
    그들 중 누가 과연 이 시점의 자유-보수 진영의 문화적 헤게모니를 재창출할 수 있다는 것인지,
    심히 난감한 노릇이다. 친박은 너무 '개인 친위대(親衛隊)' 같았고, 비박은 노선이 왔다 갔다해
    양쪽 다 자유-보수 유권자들의 눈높이에 못 미치고 있다.
    정말 복 없는 자유-보수 유권자들이다.
    비박의 누구는 "참신한 얼굴들이 나서서..." 운운 했으나,
    전국구 초선 아니고선 누가 과연 참신한지 모를 일이다.  
    그렇다고 전국구 초선이 당을 휘어잡을 수는 없을 터이고....
     
     당장은 정계개편 움직임, 개헌논의, 조기대선 준비로
    눈코 뜰 사이 없는 정치 일정이 전개될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기본적인 것은 안보, 치안, 대북 국제공조, 한-미 동맹, 민생경제라는
    굵직한 과제들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중국 정책, 그의 대북 정책, 그의 경제정책,
    그의 한-미 동맹 관(觀)이 어떻게 정리되는가에 따라 우리의 이해(利害)가 크게 왔다 갔다
    할 것이다. 이 중대한 국면 앞에서 우리가 언제까지 이렇게 국내정치 싸움에
    코를 박고 있을 수만은 없다. 그러다간 정말 망한다는 소리가 나올지도 모른다.
    한 나라가 쇠퇴하기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황교안 권한 대행의 첫 담화가 국가안보, 대북 경각심, 치안질서를 강조한 것을
    그나마 다행으로 여기면서 이 과도기가 무난하게 지나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