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정지 직전 국무위원 간담회 주재 "국민의 삶은 결코 방치돼선 안돼"
  • 9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마지막 국무위원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뉴데일리
    ▲ 9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마지막 국무위원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뉴데일리

     

    국정을 내려 놓는 박근혜 대통령의 마지막 한마디는 "국민의 삶이 방치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간곡한 당부였다.

    국회의 탄핵(彈劾) 소추안 의결로 직무정지가 되기 직전인 9일 오후 5시, 박근혜 대통령이 권한대행을 맡게 되는 황교안 국무총리와 각 부처 장관들을 청와대로 불러모았다.

    탄핵 소추 의결서가 청와대에 전달되는 즉시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으로서 모든 권한이 정지되는 만큼 끝으로 국무위원 간담회를 소집한 것이다.

    담담한 표정으로 입장한 박 대통령의 첫마디는 국정혼란 야기에 대한 사과(謝過)였다.

    "오늘 오후에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가결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안보와 경제가 모두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 저의 부덕과 불찰로 이렇게 큰 국가적 혼란을 겪게 되어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밤낮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한 일에 여념이 없는 국무총리와 각 부처 장관을 비롯한 모든 공직자 여러분께 더 많은 어려움을 드리게 돼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어 국무위원들에게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부탁했다.

    "여러분 모두 마음이 무겁고 힘들겠지만 우리가 맞닥뜨린 엄중한 국내외 경제 상황과 안보 현실을 생각하면 잠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불확실성의 시대에 대한민국의 국익과 국민의 삶이 결코 방치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박 대통령은 또 "국무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을 중심으로 각 부처 장관들께서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비상한 각오로 합심해 경제 운용과 안보 분야를 비롯해서 국정 공백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국민의 삶(民生)에 대한 걱정이 컸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기업구조조정 가시화, 조류인플루엔자 확산 등에 따라 해당 지역을 비롯한 민생경제의 어려움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동절기는 홀로 사시는 어르신, 결식아동, 에너지 빈곤층을 비롯해서 저소득 취약계층의 고통이 더 큰 시기입니다. 과거를 돌아봐도 시국이 어수선하고 사회가 혼란스러울수록 더욱 힘들어지는 것은 서민과 취약계층의 삶이었습니다."

    박 대통령은 "국정에 어떤 공백도 있어서는 안되겠지만, 민생안정에는 단 한 곳의 사각지대도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하고 각별하게 챙겨봐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국무위원들에게 재차 강조했다.

     

  • 9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마지막 국무위원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뉴데일리
    ▲ 9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마지막 국무위원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뉴데일리

     

    미래 성장의 불씨가 꺼져가는 현실을 안타깝게 바라보기도 했다.

    "최근의 일들로 우리나라의 미래 성장 동력을 만들기 위해 정부가 추진해온 국정과제들까지도 진정성을 의심 받고 있어서 참으로 안타까운 심정입니다. 이로 인해 대한민국 성장의 불씨까지 꺼뜨린다면 우리나라의 미래에 대한 희망도 함께 꺾는 일이 될 것입니다. 각 부처 장관께서는 대한민국의 미래 발전을 위한 국정과제 만큼은 마지막까지 중심을 잡고 추진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박 대통령은 법에 따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절차에 임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저는 국회와 국민의 목소리를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지금의 혼란이 잘 마무리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앞으로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과 특검의 수사에 차분하고 담담한 마음가짐으로 대응해 나갈 것입니다."

    박 대통령은 모두발언 말미에 "지금의 상황을 바라보고 계신 국민들의 심정을 생각하면 참으로 괴롭고 죄송스러운 마음 뿐"이라고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아울러 "이처럼 어려울 때 국민들께서는 항상 묵묵히 맡은 바 소임을 다하고 있는 공직자들이 마음을 잘 추스르고 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국무총리와 장관들께서 잘 독려해 주시고 국정현안과 민생안정을 위해 힘과 지혜를 모아 주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비공개로 진행된 간담회에서 국무위원들과 일일이 악수하면서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황교안 총리는 간담회 참석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국정을 돌보기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황교안 총리는 탄핵안 가결 직후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북한의 도발 가능성과 관련해 "전군의 경계태세를 강화하고 비상한 각오로 모든 위기상황에 대비하라"고 지시했다.

    또한 윤병세 외교부장관에게 전화해 유엔 안보리 결의 2,321호 채택과 관련한 대북제재의 차질없는 이행 및 국제사회에 대한 우리 정부의 변함 없는 대외정책 기조 설명을 지시했다. 황교안 총리는 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에게도 전화를 걸어 치안 공백이 없도록 하라고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