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 구분없이 '개헌' 목소리 높여… 김광림 "개헌으로 우리 당 다시 뭉쳤으면"
  • ▲ 9일 오전 의원회관에서 열린 개헌추진회의 결성식에서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개헌의 당위성을 역설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날 개헌추진회의 결성식에는 정병국 김광림 이철우 나경원 이주영 이군현 정진석 정종섭 의원 등 40여 명의 새누리당 의원들이 계파 구분없이 결집해 대성황을 이뤘다. ⓒ뉴시스 사진DB
    ▲ 9일 오전 의원회관에서 열린 개헌추진회의 결성식에서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개헌의 당위성을 역설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날 개헌추진회의 결성식에는 정병국 김광림 이철우 나경원 이주영 이군현 정진석 정종섭 의원 등 40여 명의 새누리당 의원들이 계파 구분없이 결집해 대성황을 이뤘다. ⓒ뉴시스 사진DB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표결에 부치는 '운명의 날' 아침, 새누리당 의원 40여 명이 대거 모여 개헌추진회의 결성을 선언했다.

    이들은 탄핵소추안 가결을 기정사실화하면서, 탄핵 이후에는 정국의 물꼬가 개헌의 방향으로 트여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다. 친박계와 비박계라는 기존 계파 구도를 넘어서는 개헌추진 결사체가 결성됨에 따라, 향후 정국의 구도가 개헌(改憲) 대 호헌(護憲)으로 재편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은 9일 오전 의원회관에서 '국가 변혁을 위한 개헌추진회의' 결성식을 주최했다.

    이 자리에는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과 강석호 전 최고위원, 정병국 나경원 김학용 의원 등 비박계 핵심 인사들은 물론 종래 친박계로 분류되던 김광림 정책위의장과 이주영 정종섭 전 장관, 염동열 수석대변인 등도 함께 했다.

    '낀박' 정진석 원내대표도 자리하는 등 최근 계파별로 회의까지 따로 열고 있는 당내 상황 속에서 이례적으로 계파를 초월해 대화합하는 자리가 마련되자, 참석자들도 "오늘 많이 왔다" "나라 살리는 모임인데 꼭 참석해야 한다"며 스스로 감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개헌추진회의에 참석한 새누리당 의원들은 이날 오후에 있을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것으로 내다보면서, 이 모든 불행한 사태의 기원은 '제왕적 대통령제'에 있으므로 제도 혁신을 위해 향후 정국의 물꼬를 개헌 방향으로 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철우 의원은 "이제는 국회에서 불행한 대통령제를 개혁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며 "나라를 위해서라도 개헌해야 한다는 것에 다들 동감할 것"이라고 동의를 구했다.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은 "현 헌법 체계로는 다음에 어떤 권력이 들어서더라도 유사한 사태는 또 생긴다"며 "더 이상 우리나라에 이러한 불행이 없게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개헌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우리가 진정으로 극복하고 넘어야 할 큰 산은 탄핵보다도 개헌"이라며 "정치생명을 걸고 개헌에 동참해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가세했다.

  • ▲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이 9일 오전 의원회관에서 열린 개헌추진회의 결성식에 참석해 정진석 원내대표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심재철 국회부의장과 이군현 김성원 정종섭 의원 등이 이를 지켜보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이 9일 오전 의원회관에서 열린 개헌추진회의 결성식에 참석해 정진석 원내대표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심재철 국회부의장과 이군현 김성원 정종섭 의원 등이 이를 지켜보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정병국 의원도 "탄핵 국면을 만든 최순실 사건을 해결하는 종지부는 개헌"이라며 "개헌을 하지 않으면 또다시 불행한 대통령을 만들 수밖에 없고, 이 역사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거들었다.

    개헌추진회의는 이날 결성을 선언하면서 5선 중진으로 서울법대 출신 법조인인 이주영 의원을 대표로, 서울법대 헌법학 교수 출신인 정종섭 의원을 간사로 선임했다.

    공교롭게도 개헌추진회의 대표와 간사를 모두 현 정부에서 각료를 지낸 인사가 맡게 됐다. 이주영 의원은 현 정부에서 해양수산부장관을 지냈으며, 정종섭 의원은 행정자치부장관을 지냈다. 이주영 의원은 범친박(汎親朴)계로, 정종섭 의원은 진박(眞朴)으로 분류된다.

    김무성 정병국 심재철 나경원 강석호 의원 등 비박계가 주류를 이룬 개헌추진회의에서 친박계 의원들로 대표와 간사를 선임한 것은, 개헌은 당리당략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큰 일이므로 친박~비박이라는 계파에 구애받지 말고 힘있게 추진해나가자는 의지가 담긴 인선으로 평가된다.

    개헌추진회의 참석자들은 이날 결성식에서 향후 정국을 개헌과 제도혁신에 찬성하는 개헌파와, 개헌을 반대하고 적폐를 사수하려는 호헌파의 대치 국면으로 개편하려는 의도를 내비치기도 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현 정국에서 개헌은 선택이 아니라 당위라고 많은 의원들이 말하지만, 문재인 전 대표만 개헌에 찬성하지 않고 있다"며 "5년 단임제의 폐해가 제도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라는 궤변"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당장은 개헌에 대해 미온적이지만 (안철수 대표가 주장하는) 중대선거구제는 개헌과 맞닿아 있는 주제라 심각하게 고려해볼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안철수 대표도 개헌의 대열에 동참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라고 낙관했다.

    심재철 국회부의장은 "앞으로는 정상적인 헌정 구축을 위한 개헌파와, 제왕적 대통령제 유지를 위한 호헌파로 정계의 그룹이 나눠질 것"이라고 내다봤고,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우리 당이 개헌으로 다시 통합하고 뭉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덕담했다.

    나경원 의원은 "개헌의 가장 큰 걸림돌은 정진석 원내대표가 말한 것처럼 야당의 전(前) 대표"라며 "개헌이라는 큰 과제 앞에서 이런 사소한 당리당략이 없어질 수 있도록 국회에서 논의를 해서 내년 새 대통령은 새로운 헌법으로 뽑자"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