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문재인은 부결돼도 손해없어… 대선까지 계속 촛불 가면 유리"
  • 새누리당 비상시국회의 대변인 격인 황영철 의원이 국회본청에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를 만나 무언가 언질을 주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새누리당 비상시국회의 대변인 격인 황영철 의원이 국회본청에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를 만나 무언가 언질을 주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재주는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사노비들이 부리고, 욕은 새누리당 비박계가 먹게 되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표결하는 '운명의 날'을 앞두고, 비박계 의원들이 친문(親文)패권세력의 조직적 부(否)표 행사 우려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은 현재까지 35표+α의 탄핵 찬성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박계의 임시지도부 격인 비상시국회의의 황영철 대변인은 "35표 이상", 김재경 실무위원장은 "40표 이상"으로 찬성표를 집계했다.

    그렇다면 이론상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무리없이 의결이 가능하다. 지난 2일 탄핵소추안 발의에 동참한 의원만 171명이다. 더불어민주당(121석)·국민의당(38석) 양당에 야권 성향 비교섭단체 의원(12석) 전원이 발의에 동참했다.

    새누리당을 탈당한 여권 성향 무소속 김용태 의원은 탄핵 찬성을 공언하고 있으므로, 172표는 이미 확보돼 있다. 여기에 새누리당 비박계가 확보한 35~40표를 합하면, 탄핵소추안은 207~212표로 의결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박계가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우려는 민주당 친노친문 호헌패권 세력이 조직적으로 반대표를 던지는 음험한 정치 책략을 벌일 가능성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8일 CBS라디오 〈시사자키〉에 출연해 "새누리당 비박계에서 최소한 40명은 (탄핵) 찬성을 할 것이므로 야당에서 15명 이상 반대하지 않는 이상 통과된다"며 "만약에 부결이 된다면 야당에서 전략적으로 고의로 반대표를 던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야당 입장에서는 부결돼도 손해볼 게 없다"며 "계속 반정부투쟁을 하면 되는 것이고, 촛불이 대선 끝까지 이어지는 게 가장 유리한 국면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므로 "야당 입장에서는 부결돼도 나쁘지 않다"며 "지금 탄핵이 가장 절박한 집단은 우리 새누리당 비박계"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야당, 특히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입장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부결되더라도 전혀 손해 볼 게 없는 국면이다.

  • 새누리당 비상시국회의 도중 정병국 의원과 나경원 의원이 우려스러운 표정으로 어떠한 상황에 대한 걱정을 나누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새누리당 비상시국회의 도중 정병국 의원과 나경원 의원이 우려스러운 표정으로 어떠한 상황에 대한 걱정을 나누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극렬 친문패권세력이 주도하고 있는 '촛불' 여론은 만약 탄핵소추안이 부결될 경우, 새누리당 비박계가 이탈했거나 국민의당에서 '반란표'가 나온 것으로 지레짐작할 것이므로, 재주는 친문패권세력이 부리고 욕은 비박계나 국민의당이 먹는 국면이 된다. '촛불'의 힘을 빌려 대권 가도의 걸림돌을 치우는 차도살인(借刀殺人)의 계책이 되는 셈이다.

    탄핵소추안은 국회법 제130조 2항에 따라 무기명으로 표결하므로, 부결이 되더라도 정확히 누가 색출했는지 알아낼 수도 없다. 친문패권세력으로서는 '완전범죄'를 꿈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 민주당에는 문재인 대표가 '죽어라'라고 하면 죽는 시늉까지도 할 '문재인 키즈'들이 82명"이라며 "이들은 국회의원으로서 국민의 공복(公僕)이라기보다는 사실상 문재인 대표의 사복(私僕, 사노비)"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친노식 조폭문화에 익숙한 이들은 누군가로부터 '당신은 반대표를 던지라'는 지령을 받으면 그대로 수행할 우려가 높다"며 "'역사적인 날'에 정치 술수가 발생할 우려가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걱정했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 비박계도 정치 책략의 희생양으로 전락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각종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은 8일 MBC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야당에서 반대표가 있다는 둥 지금 온갖 시나리오가 다 있지 않느냐"며 "비상시국회의에서 찬성표를 던지는 경우에는 인증샷을 찍어서 (유사시에 결백을 입증할 수 있도록) 간직하고 있자는 논의까지 나왔다"고 경고했다.

    비박계가 탄핵안 부결시 문재인 전 대표의 정계은퇴를 압박한 것도 이러한 맥락의 연장선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친문패권세력에게 지령이 떨어져 '조직적인 반대표'가 나오는 상황에 대비해, 문재인 전 대표의 정치생명을 인질로 잡겠다는 뜻이다.

    즉, 차기 대선에서 유의미한 경쟁 세력으로 간주되는 새누리당 비박계와 국민의당을 제거하기 위해 정치 술수를 쓰려고 하면, 자신의 정치생명도 내놓을 각오를 하라는 엄포다.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은 8일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에 출연해 "탄핵안이 부결될 경우, 문재인 전 대표의 정계 은퇴를 요구했다"며 "다른 당에 대한 압박이나 비난보다는 자당의 역할을 더 집중해서 챙겨달라는 취지"라고 우회적으로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