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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들을 위한 국제사회의 대북식량지원이 오히려 장마당에서의 식량 가격 폭락을 초래, 뙈기밭 농사로 살아가는 북한 주민들을 더욱 궁지로 몰고 있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RFA)'는 지난 7일 대북 소식통들을 인용해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면서 북한의 식량가격 폭락으로 주요 강냉이 생산지인 북부 수해지역 주민들이 곤경에 처해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에 파견돼 활동하고 있는 북한의 한 무역업자는 '자유아시아방송'에 "지난 11월 한국의 한 민간단체가 심양(瀋陽)에서 노동당 통일전선부 산하 민족화해협의회(북측 민화협) 간부들과 만나 수해지역 주민들의 식량지원 문제를 토의했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한국 민간단체가 만난 북측 인사들은 민화협 간부들이 아닌 국가보위성 산하 해외반탐국 요원들이라고 지적했다.
소식통은 또 "북측 민화협은 통일전선부에 이름만 있을 뿐 실체가 없는 조직"이라고 지적했다.
이 소식통은 "한국의 '우리민족서로돕기'와 '우리겨레하나되기'라는 단체가 함경북도 수해지역에 식량을 보내려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런 단체들의 대북지원은 북한 장마당의 식량가격을 떨어뜨려 수재민들을 더욱 곤경에 몰아넣게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 소식통은 최근 한국의 민간단체의 대북 식량지원으로 실제 도움을 받은 사례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무턱대고 보낸 식량지원으로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고만 말했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한국의 민간단체뿐 아니라 국제사회도 북한의 식량지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면서 "북한에 대한 무조건적인 식량지원은 농민들과 뙈기밭 농사에 의지해 살아가는 주민들, 장마당 장사로 끼니를 이어 가는 주민들 모두 벼랑 끝으로 내몰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함경북도의 또 다른 소식통은 '자유아시아방송'에 "수해지역 주민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옥수수 농사로 생계를 이어가는 북부 수해지역 주민들이 어렵게 된 이유는 수해복구 인력이 철수한 후 강냉이 가격이 1kg당 내화(북한 돈) 8백 원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북한 장마당을 활성화시키는 동력도 식량인데, 거듭되는 가격 하락으로 장마당에서 돈이 회전을 못 한다"면서 "무엇보다 하루벌이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장 위태로워졌다"고 덧붙였다.
북한 주민의 비참한 실상도 전해졌다.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자유아시아방송'에 "강냉이를 팔아 생계를 이어가던 한 농민이 '내고향' 솜동복(패딩점퍼)을 사달라고 떼쓰는 14살짜리 딸을 구타해 사망에 이르게 되자 목을 매 자살한 사건이 지난 4일 무산군 주초리에서 발생했다"고 전했다.
또한 소식통은 "내고향 상표의 솜동복은 장마당에서 최하가격이 중국인민폐 350위안(한화 약 6만 원), 내화로 40만 원이 넘는다"면서 "농민들과 뙈기밭 농사에 의지해 사는 사람들이 동복 한 벌을 사려면 강냉이 500kg을 팔아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 정부는 지난 9월 태풍 '라이언록'의 영향으로 큰 수해피해를 입은 북한의 두만강 유역 지역에 대한 수해 복구 지원에 대해서 사실상 불가 방침을 유지해왔다. 이는 북한이 수해복구 지원을 요구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외화벌이를 통해 번 돈을 핵·미사일 개발에 들이붓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