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신앙심·전통적 가치 존중, 재정적자 감축 등…트럼프처럼 NATO에 부정적
  • 프랑수아 피용 프랑스 공화당 대선후보의 공식 홈페이지. ⓒ피용2017 홈페이지 캡쳐
    ▲ 프랑수아 피용 프랑스 공화당 대선후보의 공식 홈페이지. ⓒ피용2017 홈페이지 캡쳐


    지난 11월 9일(현지시간) 美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된 이후 서방세계에서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에 대한 반감이 곳곳에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특히 정치인들의 ‘진보적 성향’에 대한 반감은 이제 유럽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선거 결과로는 미국에 이어 프랑스 차례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英 ‘파이낸셜 타임스(FT)’와 ‘가디언’ 등은 지난 27일(현지시간) 프랑스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프랑수아 피용 前총리가 승리했다고 보도했다.

    올해 62살인 프랑수아 피용 前총리는 알랭 쥐페 前총리를 이겼다. 英언론들에 따르면, 프랑수아 피용 前총리는 우파 성향인 공화당 내에서 자유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를 공고히 하고, 전통적 가치를 존중하며, 소위 ‘진보 성향의 정책’들에 대한 개선을 기치로 내걸었다고 한다.

    이에 대한 구체적 공약으로는 자유시장제도 개혁, 무슬림 이민자들에 대한 준법 촉구, 전통적인 가톨릭적 정신과 가족의 가치 존중,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 등을 내세웠다고 한다.

    英언론들이 프랑수아 피용 前총리의 대선후보 추대에 관심을 갖는 것은 그가 ‘마가렛 대처’ 前영국 총리의 정책 기조를 신봉하는 ‘친시장경제주의자’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英‘파이낸셜타임스’는 정치평론가들을 인용해 프랑수아 피용 前총리가 샤를 드골 시절에 대한 향수를 가진 노년의 중산층과 가톨릭에 대한 신앙심이 돈독한 시골 지역의 민심을 사로잡은 것이 승리의 비결이었다고 평가했다.

    英‘파이낸셜타임스’는 프랑스 현지의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 프랑수아 피용 前총리의 득표수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은퇴자, 3분의 1이 고소득자이며, 60%가 지방에 사는 사람들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반면 무슬림 이민자와 불법체류자들이 많은 파리 같은 대도시에서는 그를 지지한 사람이 20%대에 불과했다고 덧붙였다.

    英‘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한 프랑스 국민들은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 시절의 ‘신자유주의’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신좌파’적 성향이 아니라, 과거 강력했던 ‘샤를 드골의 프랑스’에 대한 향수를 드러내며 “정부 부채와 세금을 줄이고, 빚을 지고 사회에 진출하는 젊은이들을 도우며, 전통적 가치를 지키겠다”는 프랑수아 피용 前총리에 대해 호감을 드러냈다.

    英‘가디언’은 프랑수아 피용 前총리가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됨으로써, 2017년 4월 대선에서 ‘프랑스판 트럼프’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던 마린 르펜 국민전선 대표가 강력한 경쟁자를 만나게 됐다고 평가했다.

    마린 르펜 국민전선 대표는 2015년 11월부터 계속된 파리 테러로 인해 무슬림 이민자와 난민들이 전통적 가치를 훼손하고, 기여하는 것 없이 복지혜택만 받는 것을 비판해 프랑스 국민들로부터 상당한 인기를 모았다.

  • 프랑수아 피용 前총리의 공식 홈페이지에는 '이민자 관련 공약'이 정중앙을 차지하고 있다. 지금까지 '관용'을 이유로 불법체류자와 난민까지 받아들이던 것을 합법적인 이민자만 받는 것으로 바꾸겠다는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피용2017 홈페이지 캡쳐
    ▲ 프랑수아 피용 前총리의 공식 홈페이지에는 '이민자 관련 공약'이 정중앙을 차지하고 있다. 지금까지 '관용'을 이유로 불법체류자와 난민까지 받아들이던 것을 합법적인 이민자만 받는 것으로 바꾸겠다는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피용2017 홈페이지 캡쳐


    하지만 프랑수아 피용 前총리가 극단적인 주장은 하지 않으면서도 가톨릭에 대한 신앙심 가족의 가치와 전통을 강조하고,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공약으로 내세운 부분은 마리 르펜 국민전선 대표가 그동안 주장했던 부분과 대부분 일치하는데다 그가 극단적이지 않다는 점 때문에 오히려 국민들의 호감을 살 것이라고 분석했다.

    英언론과 함께 주요 외신들은 2017년 4월 프랑스 대선의 주요 주자는 프랑수아 피용 前총리와 마리 르펜 국민전선 대표가 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현재 지지율이 4%대에 불과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과 사회당의 상황으로 볼 때 불과 5개월 남은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관측이다.

    만약 프랑스 대선에서 프랑수아 피용 前총리가 당선된다면, 미국에 이어 프랑스에도 우파 정권이 들어서게 된다.

    ‘샤를 드골’처럼 전통적인 프랑스 우파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통한 ‘집단방위체제’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고, 미국의 트럼프 당선자 또한 NATO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점, 여기다 둘 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2017년 4월 프랑스 대선 이후 대서양을 둘러싼 국제 정세에는 큰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