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길 "탄핵 이후에 개헌 추진하면, 대통령 눈앞인 친문이 찬성하겠나"
  •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사진)은 28일 YTN라디오에 출연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처리와 국회 개헌특위 설치를 연계할 의사는 없다고 밝혔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사진)은 28일 YTN라디오에 출연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처리와 국회 개헌특위 설치를 연계할 의사는 없다고 밝혔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누리당 구성원들이 현안별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도부 무력화로 당론(黨論)을 모을 수 없게 되면서, 쟁점이 터질 때마다 끝없는 세포분열만 거듭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초유의 현직 대통령 탄핵 정국을 앞두고 호헌패권세력의 핵심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추미애 대표는 "개헌 세력을 물리쳐야 한다"는 속내를 가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이에 대항하기 위해 탄핵과 개헌을 연계하는 게 바람직한지를 놓고 새누리당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 비박계의 임시 지도부 격인 비상시국회의의 핵심 구성원인 황영철 의원과 하태경 의원은 개헌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탄핵과 개헌을 연계하는 것처럼 비쳐서는 안 된다며 강한 경계감을 드러내고 있다.

    황영철 의원은 28일 YTN라디오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비선실세들의 국정농단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게 국민들의 생각인데, 특정 차기 대권주자의 사심 때문에 (개헌 노력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도 "(탄핵과 개헌을) 조건을 건다고 하면, (개헌특위 설치를) 안 들어주면 탄핵 일정에 동참을 못하겠다는 것인데 우리와는 선이 다르다"고 못박았다.

    하태경 의원도 이날 교통방송라디오에 출연해 "나도 내각제 지지자이긴 한데, 탄핵 끝나고 (개헌)하면 되지 않느냐"며 "탄핵에 개헌 불순물을 섞으려고 하면 국민들이 좋게 보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는 비박계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의 입장과도 비슷하다. 김무성 전 대표는 이날 취재진과 만나 "탄핵 절차는 그대로 진행돼야 한다"면서도 "다시는 최순실 사태와 같은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제왕적 권력구조를 바꾸는 개헌은 개헌대로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여권 일각에서는 친문호헌패권세력이 비박계의 협력을 얻어 일단 탄핵소추안을 의결하고나면, 개헌특위 설치에 응하지 않고 '버티기'에 나설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지난 25일 의원총회에서 "야당이 제안한 (12월 2일 혹은 9일이라는) 탄핵 일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탄핵절차 협상 권한을 일임해준다면 그 입장을 정리해 두 야당과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말한 것도 그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 새누리당 정준길 서울 광진을 당협위원장은 27일 열린 비상시국회의 총회에 참석해, 일단 탄핵소추안이 의결되고나면 더불어민주당 친문 세력은 개헌 논의에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뉴데일리 사진DB
    ▲ 새누리당 정준길 서울 광진을 당협위원장은 27일 열린 비상시국회의 총회에 참석해, 일단 탄핵소추안이 의결되고나면 더불어민주당 친문 세력은 개헌 논의에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뉴데일리 사진DB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는 내년 초에야 개헌특위를 출범하기로 구두 선에서 약속이 돼 있는데 그 전에 급박하게 탄핵소추안부터 먼저 처리돼버리면, 친문호헌패권세력에게 개헌특위 출범을 강제할 수 있는 '협상의 지렛대'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27일 열린 비상시국회의 총회에 참석한 원외당협위원장들 사이에서도 이와 같은 우려의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광진을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새누리당 정준길 위원장은 이날 총회에서 "탄핵이 통과되면 대통령권한대행은 현상을 유지하는 역할만 할 수 있으므로 헌법개정안을 발의할 수 없어 정부가 발의하는 개헌은 불가능하다"며 "결국 국회에서 개헌 추진을 해야 하는데, 눈앞에 대통령이 다가온 민주당 친문 세력이 과연 개헌 추진을 찬성하겠는가"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정준길 위원장은 "탄핵 이후의 개헌 추진은 사실상 불가능한데, 어떻게 (개헌) 추진이 현실화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비상시국회의는) 이 부분에 대해 어떤 복안을 가지고 있는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야권은 어떤 형태로든 탄핵소추안의 처리 이전에 개헌특위를 논의하는 것에 대해 경계 심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28일 오후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 간의 회동이 끝난 직후 취재진과 만나 "정진석 원내대표가 '탄핵과 개헌특위를 함께 논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제안했다"며 "박지원·우상호 원내대표는 (내년 1월 1일부터 개헌특위를 가동한다는) 합의사항을 서두르고 싶으면 탄핵 '이후'에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국민의당 이용호 원내대변인도 "정진석 원내대표가 '탄핵하면 다 끝나는 것 아니냐'고 (이의를) 제기했다"면서도 "개헌특위에는 핵심이 있는 게 아니고, 지금은 탄핵절차에 집중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