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기득권’ 아닌, 비즈니스맨 대통령과의 ‘싸움’ 계산 후 유화적 태도 보인 듯
  • ▲ 中공산당 관영매체들은 15일부터 트럼프 美대통령 당선자를 칭송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지난 14일(현지시간) 美CNN의 시진핑 축하전화 관련보도.
    ▲ 中공산당 관영매체들은 15일부터 트럼프 美대통령 당선자를 칭송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지난 14일(현지시간) 美CNN의 시진핑 축하전화 관련보도.


    美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된 것을 두고 “민주주의의 실패”라고 조롱하던 中공산당 관영 매체들의 태도가 하루만에 달라졌다고 한다. 트럼프 당선자와 통화한 시진핑 中공산당 총서기가 “협력”을 천명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서울신문’에 따르면, 시진핑 中공산당 총서기는 지난 14일 트럼프 당선자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인사를 건넸다고 한다.

    ‘서울신문’은 “중국 국가주석은 美대선이 끝난 뒤 당선자에게 축전은 당일 보내고, 다시 4~5일 뒤에 전화로 축하인사를 한다”면서 “트럼프 당선자는 이런 (中공산당의) 관례를 잘 알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신문’은 “당선 뒤 4~5일은 中국가주석이 美대통령 당선자에게 첫 메시지를 내놓기 위해 당선자와 주변 인물의 초기 언행을 관찰하는 탐색기”라는 중화권 매체 ‘둬웨이’의 설명도 인용했다.

    ‘서울신문’의 보도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다음 대목이었다.

    중화권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시진핑 中공산당 총서기가 트럼프 당선자에게 건 축하 전화에서 “中-美 양국 협력만이 유일하게 옳은 선택”이라고 말했고, 트럼프 당선자는 이에 “중국은 위대하고 중요한 국가”라고 화답했다고 한다.

    변화는 그 뒤에 일어났다는 것이 ‘서울신문’의 설명이었다.

    ‘서울신문’은 “지난 14일 사설을 통해 ‘트럼프가 무역장벽을 높이면 중국은 더 큰 보복을 할 것’이라고 했던 관영 ‘환구시보’는 15일 논평에서 ‘트럼프 당선자는 미국의 엘리트 정치에 물들지 않은 정치 신인으로 실사구시의 태도로 대국 관계의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치켜 세웠다”면서 中공산당 매체가 태도를 180도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신문’은 또한 “현재 트럼프 당선자 측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으며, 양국 관계에는 큰 진전이 있을 것”이라는 왕이 中공산당 외교부장의 말과 “중국 지도자가 먼저 협력의 손길을 내밀었다. 트럼프는 中-美 우호관계를 이어갈 것”이라고 평가한 中‘신경보’의 보도를 인용했다.

    ‘서울신문’이 보도한 中공산당 매체들의 보도 기조 변화는 중국이 트럼프의 당선 이후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검토한 끝에 현재 상황에서는 미국과 대결해서는 손해라는 계산에 따라 태도를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언론들은 트럼프 당선자가 취임하면, 그가 유세 기간에 했던 말처럼 고율의 관세부과와 환율조작국 지정을 당장 시행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 中공산당은 ‘애플’ 등을 ‘반격 카드’로 활용해 미국을 압박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현재 미국과 중국 간의 자본 관계, 무역 현황 등을 살펴보면, 미국은 중국에 대해 ‘시장의 문’을 좁히는 방법 외에도 무수히 많은 ‘공격 수단’을 보유하고 있다.

    예를 들면 무역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고, 미국 내 치안 문제와 직결된 부분, 즉 미국 내에서 생활하는 중국인 불법체류자 강제추방, 돈세탁 방지법과 세법을 위반한 중국인 추방, 중국인 원정출산 금지 및 원정 출산자의 국적 박탈 등의 ‘카드’만 사용해도 中공산당 지도부는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반면 中공산당이 미국을 향해 사용할 수 있는 카드가 정해져 있다. 제3국 금융시장을 통해 보유 중인 美재무성 채권을 투매하는 것, ‘애플’과 같은 중국 현지공장을 운영 중인 미국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등의 압박, 중국 현지에서 활동 중인 금융기업에 대한 제재 등이다.

    양측이 사용할 수 있는 ‘카드’를 비교평가해 볼 때 美정부는 中공산당 최고 지도부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는데 반해 中공산당은 美정부 고위층은 물론 일반적인 미국 대기업에게도 직접적인 타격을 주기 어렵다.

    中공산당이 보유한 美재무성 채권을 대량으로 투매한다고 해도 美정부가 일본이나 영국 등의 동맹국을 압박해 소화하도록 하면, 그 충격이 ‘서브프라임모기지 파동’을 촉발시킨 2007년 4월에 비해서는 크게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이 차지하는 거대 시장과 생산력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EU, 중국의 몰락을 내심 원하는 러시아와 중동까지 대중국 압박에 가세한다면, 중국은 치명타를 입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현실을 계산한 것을 바탕으로, 中공산당은 트럼프의 당선 직후 미국 사회와 민주주의 선거체제를 조롱하다, ‘현실세계’로 돌아와서는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이며 태도를 급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