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이사모가 운전하는 내 차가 어둠에 휩싸인 동대문운동장을 지나 곧바로 우회전을 했고 얼마 안 가 또 우회전을 했다. 간판 불빛조차 없는 캄캄한 골목 안으로 내 차가 진입하고 있었다. 캄캄한 골목 안을 얼마간 서행하다 이번에는 좌회전을 했고, 좌회전을 통해 들어온 골목은 더욱 비좁고 더욱 어두웠다.

    내 차는 미로같은 골막 안을 좌우로 왔다리갔다리 하면서 마치 뱀처럼 어딘가를 향해 나아갔다. 온 길을 알 수가 없었다. 너무 미로같은 이쪽저쪽, 우왕좌왕 지나온 탓이었다. 갑자기 검은 막다른 골목의 벽에 부딪히지 않나 의심스러울 때쯤 케이사모가 차를 세웠고, 그리고는 말했다.

    "다 왔습니다. 내리시지요."

    '내리시지요' 하는 케이사모의 목소리가 오싹할 정도로 음침하게 들려왔다. 여태까지의 그의 목소리 톤과는 사뭇 다른, 몹시 기분나쁜 목소리 톤이라는 느낌이었다. 이 느낌은 나만의 느낌이었던가.

    하여간 이상했다. 아무도 없는, 깜깜한 이런 막다른 뒷골목에서 사람을 만나기로 했다는 게 아무래도 기이하고 거부반응이 일었다. 본능적으로 그랬다. 아무리 오르그뜨가 도망쳐다니는 쫓기는 신세이고 사람들과 경계중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식의 장소는 너무 지나치다는 느낌이었다. 이건 뭐랄까, 싸이코적이라고 해야 할까, 공포영화를 찍겠다는 의도가 아니라면 이런 데에서 사람을 만나기로 했다는 게 도무지 믿기지 않는 것이었다.

    "여기가 맞습니까."

    지만이었다.

    "맞다니요. 뭐가 맞냐는 겁니까."
    "여기서 오르그뜨를 만나기로 한 게 맞느냐는 겁니다."
    "당연히 여기가 맞지요. 여기가 아니라면 우리가 또 어디서 만날 수 있겠습니까."
    "?...."

    케이사모의 목소리는 분명 변해 있었다. 소름이 오싹할 정도로 음침하고 냉소적인 목소리였다. 나만이 특별히 느끼는 느낌 같지는 않았다. 지만이도 성규도 케이사모에게서 이상한 변화를 감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오르그뜨가 이 곳으로 나오지는 않습니다. 오르그뜨가 이 곳으로 나올 수는 없지요. 이런 어둡고 칙칙하고 살벌한 뒷골목으로 어떻게 오르그뜨가 나올 수가 있겠습니까."
    "그게 무슨 말이요, 우리는 오르그뜨를 만나러 온 건데, 오르그뜨가 이 곳에 나오지 않는다니 그럼 무엇 때문에 이런 곳엘 왔단 말이요."
    "으하하하하-"

    지만이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케이사모가 갑자기 미친 놈처럼 웃어대기 시작했다. 갑자기 미친 놈처럼 웃어대기 시작하는 케이사모는 진짜 미친 놈 같았고, 귀신들린 무엇 같기도 했다. 사람이 귀신이 들리면 갑자기 마구 웃어대기 시작한다고 하던데, 지금 케이사모가 영락없는 그 짝이었다. 일이 잘못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퍼뜩 머릿속을 스쳐지나가고 있었다.

    "난 오르그뜨란 년이 누군지도 몰라. 뭐 그렇고 그런 년이겠지. 먹고 살기는 힘들고 몽골에서는 아무래도 미래가 보이지 않고, 그래서 한 번 외국으로 나가보자 하는 마음을 먹고 한국으로 나와 본 년이겠지. 아주 흔하디 흔한 년이지."

    케이사모의 말이 어느새 존칭어에서 비존칭어로 바뀌고 있었다. 오르그뜨를 모른다는 그 말의 내용도 충격적이었지만, 갑자기 하대를 하는 말의 형식도 충격적이었다.

    "내가 너희 새끼들을 여기로 데려온 것은 오르그뜨를 만나게 해주기 위해서가 아니야. 내가 왜 너희 새끼들한테 오르그뜨를 만나게 해주어야 하지. 너희 새끼들 어디 예쁜 구석이 있다 고. 너희들을 여기로 데려온 것은 나를 만나게 해주기 위해서인 거야. 내 본질을 만나게 해주기 위해서란 말이야."
    "이 봐. 그러고 보니까 당신 우리한테 사기를 친 거구만. 처음부터 이럴 작정으로 의도적으로 우리한테 접근한 거야."
    "이제 눈치챈 모양이군. 병신같은 것들이. 하지만 이제 때는 너무 늦었지."

    이 말을 무슨 암시처럼 남겨두고 케이사모가 우리에게 등을 진 채 골목의 어둠 속으로 사라져갔다. 휘휘휘. 케이사모가 사라진 골목의 어둠 저 편으로부터 휘파람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케이사모는 아무래도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그러나 제정신이 아닌 듯한 케이사모에게서는 공포스러움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것도 예삿 공포가 아닌 막강한, 등골을 오싹케 하는 공포가.

    사라진 줄 알았던 케이사모는 그러나 어둠 속으로부터 다시 우리들 앞에 나타났다. 다시 나타난 케이사모의 손에는 묵중한 야구 방망이가 들려져 있었다. 알루미늄 방망이가 아닌 나무 방망이가. 어둠 속에서 다시 우리 눈 앞에 나타난 케이사모는 야구 방망이를 손에 든 더욱 가공할 공포의 케이사모였다.

    몹시 당혹스럽고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이 상황이 지금 우리에게 몹시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만큼은 급히 이해되었다. 케이사모가 우리에게 사기를 친 거고, 우리는 케이사모의 그 사기에 걸려든 거라는 것이었다. 케이사모의 사기에 걸려든 우리는 지금, 그 생명을 장담키 어려운 상황이었다. 케이사모의 장대한 체구와 그가 들고 있는 야구 방망이를 보면 의심할 여지없이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케이사모가 왜 우리를 죽이려고 하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우리는 케이사모를 몰랐고, 케이사모는 우리를 몰랐다. 우리와 케이사모는 쌩판 모르는 사이였다. 쌩판 모르는 사이의 케이사모가 왜 우리를 죽이려 한단 말인가.

    정말이지 궁금해지는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궁금한, 그 왜냐 캐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지금은 당장 사는 게 급선무였다. 야구 방망이를 든 가공할 공포의 케이사모에게서 어떻게 빠져나가 생명을 보존하느냐 하는 거 말이다.

    "이봐 우리는 당신을 모르고, 당신한테 아무 억하 심정이 없는데, 왜 이러는 거지. 우리는 오늘 처음 당신을 봤고, 당신도 마찬가지잖아."
    "나도 너희 새끼들한테 감정은 없어. 다만 난 내 본질을 너희 새끼들한테 보여주고 싶다는 것 뿐이야."
    "당신 본질이 뭔데? 공포스럽다는 것?"
    "엑설런트. 바로 그거야. 공포."

    미친 놈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미친 놈에게 걸린 것이었다. 더 이상 말이 필요없는 일이었다. 말로 해서 될 놈이 아니었다. 말로 해서 될 놈이라면, 미친 놈이 아닐 거였다.

    그러고 보니까 처음부터 놈에 대해 이상하게 느껴졌던 그 이유가 이로써 설명이 되었다. 오르그뜨에 대한 놈의 언술이 꽤 모순된다고 느꼈었는데, 놈이 미친 놈이었으니 당연히 그와같을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었다. 그 이상한 느낌이 있었을 때 이런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미리 예측했어야 했던 건데....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예언자인 것은 아니었다. 대부분의 사람은 예언자가 아니었고, 때늦은 후회를 하게 마련이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케이사모가 든 야구 방망이와 그의 장대한 체구를 보면 가슴이 턱 막혀오고 이 노릇을 어쨌으면 좋냐는 공포스러움이 몰려왔지만, 차근차근 상황을 살펴보면 꼭 우리가 불리하다고만은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내가 케이사모에 대해 느끼는 공포가 지나치고, 과잉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우선 숫적으로 우리는 셋이었고, 케이사모가 칭기즈칸의 현신처럼 착각될 정도로 장대한 체구를 지녔다 하더라도 우리 셋을 합친 것보다 더 장대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우리는 케이사모가 들고 있는 야구 방망이를 들고 있지 않지만, 찾아보면 이 골목 안에서라도 무기가 될 만한 유용한 물건을 찾아낼 수도 있을 거였다. 예를 들자면 돌멩이 같은 것 말이다.

    그걸로 케이사모를 한 방 먹이면, 아무리 칭기즈칸 같은 장대한 체구의 케이사모라도 나가 떨어지지 않고는 못베길 것이었다. 다윗의 돌팔매질에 거대한 골리앗이 맥없이 쓰러졌듯이 말이다.

    "이봐 경고하는데 그 야구 방망이를 내려놓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진짜 우리가 당신한테 공포가 무언지를 보여주겠어. 우리는 당신한테 아무 억하 심정이 없는 거지만, 당신이 우리를 속이고 자꾸 이런 식으로 엉뚱하게 나온다면 하는 수 없는 거야."

    지만이의 경고였다. 지만이의 경고는 합당했다. 케이사모가 야구 방망이를 들고 설쳐대고는 있지만 케이사모는 혼자였고 우리는 셋이었다. 셋이 하나를 못 당할 리 없는 일이었다. 나는 그렇다 하더라도 내 보기에 지만이나 성규는 결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그러나 케이사모는 지만이의 경고에 코웃음만을 쳤다.

    "으하하하."

    휘파람 대신 케이사모가 한바탕 크게 웃어제꼈고, 그리고 말했다.

    "이 새끼들이 아직도 상황파악을 못했군."

    이 말과 동시였다. 케이사모의 야구 방망이가 쌩하는 강한 바람소리를 내며 하늘을 날았다. 예상한 일이었지만, 케이사모의 움직임은 표범처럼 빨랐고 예상했다 하더라도 섬뜩함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케이사모의 일격은 다른 누구 아닌 나를 향한 것이었다. 우리 셋 중 내가 가장 약해 보이고 만만해 보였기 때문이었을 수 있었다. 아니, 그 일격은 나를 향한 것이 아니었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케이사모의 그 일격에 강타를 당하고 맞아 떨어져나간 것은 다름아닌 나였다. 케이사모의 그 일격이 나를 향한 것이었다면 제대로 번지수를 찾아온 거고 나를 향한 게 아닌데도 내가 강타를 당하고 맞아떨어졌다면 지만이나 성규나 케이사모의 일격을 요령있게 잘 피했다는 얘기였다.

    케이사모의 야구 방망이가 내 어깨를 강타했고, 나는 저만치, 야구공처럼 붕 날아 막다른 골목의 벽에 부딪고 골목의 콘크리트 바닥에 낙엽처럼 고꾸라졌다. 뼈 속까지 아팠다. 나는 어깨가 부러졌다는 생각이었다. 나는 아픔과 충격 때문에 거의 기절할 지경이었는데, 실제로 기절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내가 어깨가 부러졌다고 생각하는 건 다소 시간이 지난 후의 일처럼 여겨지는 까닭이다.

    나는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어나서 케이사모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만이와 성규가 있지만, 케이사모는 힘이 세고 야구 방망이까지 들고 있어 둘만으로는 안심이 안 되고, 내가 힘을 보태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만이와 성규 둘 만으로도 안심이 된다 하더라도, 그래도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안심이 된다 하더라도, 어쨌든 둘보다는 셋이 더 안심이 될 일이었으니까.

    그러나 나의 몸이 나의 생각처럼 움직여주지 않았다. 케이사모의 무지무지한 야구 방망이 일격에 아무래도 내 몸이 제 기능을 상실한 듯 했다. 아무리 몸을 움직여 일으켜세우려 하여도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고 일으켜세울 수 없었다. 내 몸의 반응이라곤 끙끙 앓는 소리를 내는 것 뿐이었다.

    내가 여전히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면서도 약간이나마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었을 때, 그러나 때는 이미 늦어 있었다. 우리들 중 또 한 명이 나처럼 붕 날아 막다른 골목의 벽을 부딪고는 내 옆 골목의 콘크리트 바닥에 고꾸라졌던 것이었다.

    성규였다. 성규가 나처럼 케이사모의 무지막지한 야구 방망이 일격을 받고 그렇게 야구공처럼 날아 - 옆에 곤두박질쳤던 것이었다.

    성규는 한동안 꼼짝하지 않았는데, 나는 성규가 기절했다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솔직히 성규가 기절한 건지 안 한 건지 알 수 없었다. 성규처럼 나 역시 꼼짝할 수 없었으니까. 잠시 후 나처럼 끙끙 앓는 성규의 신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성규가 고꾸라지자 나는 어떻게든 몸을 추스르고 일어나 케이사모와 맞서야겠다는 생각을 포기해가고 있었다. 나 뿐만아니라 성규마저 이렇게 간단하게 무력화시킬 정도라면, 케이사모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되는 탓이었다. 이 싸움은 우리가 이길 수 있는 싸움이 아니었다. 우리가 이길 싸움이 아니라면, 애써 싸울 필요가 없는 일이었다. 내가 일어나서 지만이를 돕든 돕지 않든 싸움의 성패는 이미 난 거고, 뒤바뀔 수 없다는 것이었다.

    물론 성규는 나와 같지 않고,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는지도 모른다. 어떻게든 몸을 추스르고 일어나 지만이를 도와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을는지도 모른다. 성규의 끙끙거리는 신음소리에 강한 의지가 묻어나오는 걸 보면 그렇게 짐작되기도 하는 일이었다. 만일 성규가 그와같다면, 그건 성규가 쓰러지기 전 나의 생각과 같은 것이었다.

    성규가 쓰러지고서 얼마 안 있어, 아니 그건 곧바로였다. 어쩌면 순식간이었을 수도 있었다. 이번에는 지만이가 공중을 붕 날라 막다른 골목의 벽을 부딪고 골목의 차디찬 콘크리트 바닥에 고꾸라졌다. 위치는 성규 바로 곁이었다. 고꾸라진 지만이는 꼼짝하지 않았다. 죽었거나 그렇지 않다면 정신을 잃은 것 같았다. 그러나 오래 그러고 있지는 않았다. 곧 나나 성규처럼 끙끙 앓는 신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우리가 아직도 상황파악을 못하고 있다는 케이사모의 말은 맞는 말이었다. 우리는, 우리가 당연히 케이사모를 제압할 수 있을 줄로 알았다. 우리는 셋이었고 케이사모는 혼자였으니까.

    우리는 케이사모의 힘을 과소평가나 착각했던 것이었다. 케이사모에 대한 우리의 착각이, 그게 착각이었다는 게 밝혀지는 데에는 채 십 분도 걸리지 않았다.

    케이사모의 힘은 실로 막강하고 가공할 만한 것이었다. 괴력이라고 할 만한 것이었다. 나는 케이사모가 칭기즈칸의 현신이 아닐까 하는 농 비슷한 생각도 해 보았던 건데, 실제로 케이사모는 칭기즈칸의 현신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우리 셋을 별 힘 안 들이고 헌신짝처럼 패대기쳐 떡을 만드는 걸 보면, 충분히 그럴 만 했다.

    우리를 장작처럼 패대기쳐 놓았지만, 그러나 케이사모는 그것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뭔가 직성이 다 안 풀린다는 듯 우리에게로 다가와 야구 방망이는 버리고, 이번에는 발을 갖고 발길질을 해대기 시작했다. 케이사모가 휘두른 야구 방망이만큼 충격적이지는 않았지만, 그 횟수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이 지속되었다는 점에서 발길질은 더 고통스러웠다.

    나는 정신이 몽롱해져 가고 있었고, 이번에는 명확하게 단언할 수 있겠다. 나는 정신을 잃었다. 정신이 몽롱해져가는 와중에서, 먼 곳의 메아리처럼 케이사모의 목소리가 아득히 들려왔다.

    "공장 상사놈이 날 얼마나 갈구는 줄 알아. 내가 몽골인이라고 특별히 더 그러는 것 같더군. 그렇다고 상사놈을 팰 수도 없는 일이고. 마음 같아서는 그렇게 하고 싶지만. 그래서 생각해 낸 게 이거지. 공장 상사를 대신해 줄 한국놈을 찾아 물씬 패주자는 거지. 이렇게 하면 공장 상사놈이 참을 만 해 지거든. 신통하게도 말이야. 그리고 한 보름은 약발이 간단 말이야. 그러니 이 케이사모한테 맞았다고 너무 속상해 하지 마. 다, 그러니까 한국 속담에 있는 것처럼, 누이 좋고 매부 좋고 하자고 하는 일이니까...." 시동 켜는 소리가 났고, 차 엔진 소리가 아득히 들려오고 있었다. 태양처럼 밝은 빛이 한순간 내 눈 앞에 비쳐와 눈부시게 하고 있었다. 나는 누군가 내 차를 끌고 가고 있다는 걸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내 차를 끌고가는 그 누군가에 대해서는 확실치가 않았다. 나는 내 차를 끌고 가지 말라고 마음 속으로 외치고 또 외쳐대고 있었지만, 정작 밖으로는 아무 말도 나오지 않고 있었다. 나오는 소리는 의미없는 신음소리일 뿐이었다.

    차 엔진 소리는 멀어졌고, 더 이상 들리지 않게 되었고, 빛도 사라졌다.

    나는 사라져가는 그 안타까운 것들을 뒤로 한 채, 죽음보다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