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실험조건 달라 방송 결과 인정 못해
  • 엄마부대봉사단 등 6개 애국시민단체는 25일 서울 양천구 목동 SBS 정문 앞에 모여 "SBS가 만든 '그것이 알고싶다-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의 진실편'은 편파적인 날조 방송과 다름없다"고 규탄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엄마부대봉사단 등 6개 애국시민단체는 25일 서울 양천구 목동 SBS 정문 앞에 모여 "SBS가 만든 '그것이 알고싶다-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의 진실편'은 편파적인 날조 방송과 다름없다"고 규탄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고(故)백남기씨 사인을 둘러싸고 여전히 의견이 분분한 상황에서 SBS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이, 사망의 원인을 경찰의 살수차로 지목한 것과 다름없는 방송을 내보낸 것은, "공정하지 못한 처사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엄마부대봉사단 등 6개 애국시민단체는 25일 서울 양천구 목동 SBS 정문 앞에 모여 "SBS가 만든 '그것이 알고싶다-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의 진실편'은 편파적인 날조 방송과 다름없다"고 규탄했다. 

    지난 22일 오후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살수차 9호의 미스터리-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의 진실'이라는 제목의 방송을 내보냈다. 프로그램 제작진은 지난해 11월14일 민중총궐기 시위 당시 백남기씨가 맞았다는 경찰 살수차의 위력을 가늠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했다. 

    이를 위해 3차원(3D)영상분석을 통해 상황과 거리, 각도를 재현하고 당시 투입된 경찰 살수차와 같은 크기의 노즐, 수압으로 실험을 진행했다.이날 방송을 보면, 두께 5mm의 유리가 수압 7바(bar)의 물살에 깨졌다. 이런 실험 결과는 15기압으로 물을 분사해도, 5mm 두께의 유리가 멀쩡했다는 경찰보고서의 내용을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어, 상당한 논란을 예고했다.

    시민단체들은 "두개골은 원형으로 평면인 유리와는 다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은 유리, 나무판자, 철판 등이 물줄기에 부서지는 장면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며, 고인의 사망 원인이 물대포라는 인식을 심어주려고 한 것 같다. 방송이 지켜야 할 객관성과 공정성을 상실한 편파, 날조, 선동 방송"이라고 날을 세웠다.
     

  • 주옥순 엄마부대봉사단 대표는 "사람 뼈와는 전혀 다른 유리가 물대포를 맞아 깨지는 장면을 보여주고, 백남기씨 사망의 사인이 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객관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주옥순 엄마부대봉사단 대표는 "사람 뼈와는 전혀 다른 유리가 물대포를 맞아 깨지는 장면을 보여주고, 백남기씨 사망의 사인이 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객관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시민단체들은 "사인을 둘러싸고 여러 가능성이 제기되는데 경찰의 물대포가 사인이라는 주장에 맞춰 실험을 진행한 것은 편파적"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백남기씨의 서울대 주치의 백선하 교수도 경찰의 물대포를 직접적인 사인으로 인정하지 않고, 건국대병원 두경부외과 이용식 교수 등 다른 전문가들도 제3 인물의 가격으로, 두개골과 얼굴 골절이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 고(故)백남기씨 사인의 원인으로 제기 되는 제3의(빨간 우비)인물 가격 논란에 불을 붙인 장면. 빨간 우비를 입은 사람이 백남기씨를 가격하기 위해 팔꿈치를 뒤로 뺀 것으로 보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뉴스타파 캡쳐
    ▲ 고(故)백남기씨 사인의 원인으로 제기 되는 제3의(빨간 우비)인물 가격 논란에 불을 붙인 장면. 빨간 우비를 입은 사람이 백남기씨를 가격하기 위해 팔꿈치를 뒤로 뺀 것으로 보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뉴스타파 캡쳐


    주옥순 대표는 "오마이뉴스 기자가 촬영한 영상을 보면 빨간 우비를 입은 남성이 백남기씨를 가격하는 것처럼 보이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그런데 SBS는 그런 영상은 제대로 보여주지 않고 물대포 실험한 내용만 보여주고 있다.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옥순 대표 등은 SBS의 실험과 다른 결과를 보여준, 일부 시민단체 관계자의 자체 실험 사실을 언급하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도 방송사는 설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3일 일부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경찰 살수차 분사와 유사한 상황에서, 이른바 '물대포 실험'을 진행했다. 4명의 실험 참가자들은 살수차와 10~20m 떨어진 곳에서 10~13기압 정도의 물줄기를 맞았지만, 골절 등 외상은 없었다. 다만 이 실험은 사람이 직접 노즐을 들고 참가자들을 향해 물을 분사하는 등 경찰 살수차 운용 방식과는 여러면에서 차이가 있어, 직접적인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

  • 신혜식 독립신문 대표는 지난 23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백남기편'에서 진행된 실험 내용을 신뢰할 수 없다며, 백남기씨의 상황과 유사한 환경에서 직접 물대포를 맞는 실험을 진행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신혜식 독립신문 대표는 지난 23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백남기편'에서 진행된 실험 내용을 신뢰할 수 없다며, 백남기씨의 상황과 유사한 환경에서 직접 물대포를 맞는 실험을 진행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주옥순 대표 등 회원들은, 위 실험 결과를 강조하면서,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에 재실험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정영모 정의로운시민행동 대표는 "얼마 전 빨간 우비의 정체가 밝혀졌는데 수상한 점이 있다. 왜 특정 좌파성향 언론만 모아 놓고 '타격한 적 없다'는 해명 기자회견을 했느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정 대표는 "SBS는 백남기씨가 물대포에 맞아 죽었다고 하는데, 한쪽에서는 빨간 우비가 타격을 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타격 의혹도 방송에 담겨야 형평성에 맞는 것 아니냐"고 했다. 

    시민단체 회원 조경묵씨는, '그것이 알고싶다 백남기편'을 제작한 PD가 방송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이제 아시겠습니까. 왜사과가 필요한지 말이죠.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신의 완고함이 아닌 세상의 '보다 더'의 완전함 입니다. 인정할 것은 받아 들이는 게 순리겠죠 #순실이 아니고"라고 올린 사실을 지적하면서, 프로그램의 기획의도에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 지난 22일 오후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백남기 사망의 진실편을 제작한 배정훈 PD는 방영 다음 날 자신의 트위터에 "이제 아시겠습니까. 왜 사과가 필요한지 말이죠"라는 의미심장한 글을 올렸지만, '백남기편'에 대한 편파성 논란이 일자 하루 만에 삭제했다. ⓒ온라인 캡쳐
    ▲ 지난 22일 오후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백남기 사망의 진실편을 제작한 배정훈 PD는 방영 다음 날 자신의 트위터에 "이제 아시겠습니까. 왜 사과가 필요한지 말이죠"라는 의미심장한 글을 올렸지만, '백남기편'에 대한 편파성 논란이 일자 하루 만에 삭제했다. ⓒ온라인 캡쳐
    민영기 광야의 외침 대표는 "SBS는 상업방송을 위해 인기와 시청률만 신경 쓴 프로를 내보냈다"고 했다. 

    민 대표는 "왜 백남기씨가 민중총궐기에서 보인 행동은 문제 삼지 않느냐. 집회참가자들이 경찰의 폴리스라인을 무너뜨리기 위해 경찰차를 잡아끌고 쇠파이프와 사다리를 들고 경찰을 끌어내리려 한 것은 왜 방송에 안 나오느냐"고 비판했다. 

    경찰은 SBS의 실험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2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기본적으로 실험조건과 차량 등이 다르다. 8년 전 (경찰보고서 제작에) 직접 참여한 직원 얘기를 들었는데 강화유리의 폭이 중요하고, 당시 실험은 사람이 직접 유리를 잡고 했고 이번엔 금형틀에 넣어서 했다"고 설명했다. 

    이 청장은 "그러면 장력이 달라진다. 실질적인 실험조건이 달라서 SBS가 실험한 게 반드시 맞다고 할 수 없다. SBS 실험은 저희 기준과 많이 달라서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