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결재' 단순 실수 아니다…10·4 선언 곳곳에서 문제 드러나
  • 새누리당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2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해 국가 정체성 문제를 거듭 제기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2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해 국가 정체성 문제를 거듭 제기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누리당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가 "문재인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평화 협상하는 자리에 한국이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송민순 회고록이 공개되면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안보관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대북결재 사건'이 단순 실수가 아닌 정체성 문제라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 원내수석부대표는 21일 밤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난 2012년 대선에서 제기됐던 NLL 포기 논란, 10·4 남북정상선언 관련 논란을 거론했다. 두 사안 모두 문재인 전 대표의 안보관이 논란이 됐던 사안이다.

    ◆ 10·4 남북정상선언 속 '3자, 4자'논란

    김 원내수석부대표는 "10·4 남북 정상선언 4항을 보면, 정전체제를 끝내는데 '3자 또는 4자'라는 표현이 등장한다"면서 "대한민국과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아주 엄청난 결정을 하는데 특정국이 아니라 3자 또는 4자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시 송민순 전 장관이 직통전화로 북한과 실무 접촉을 하고 있던 문재인 전 대표에 이 대목을 반드시 빼야 한다고 건의했는데 문 전 대표가 '김정일의 지시사항이라 변경의 여지가 없다'고 해서 묵살됐다"고 했다.

    그는 "평화협정과 종전 선언은 북한의 선전·선동 전술 중 하나로,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은 북한을 상대로 정전·평화협정을 맺으면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셈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이 엄청난 일을 (노무현 정부는) 3자 또는 4자라 하고 있다. 북한은 중국 의존도가 높은데 3자라고 하면 한국이 빠질 가능성이 담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가 말하는 10.4 남북정상선언 4항은 "남과 북은 현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하였다"는 문구다.

    그의 지적은 여기에서 '3자'가 해석하기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남한의 입장에서 보면, 향후 한반도 평화를 이끌어가야 할 실체적 당사자라는 점에서 남북한을 제외한 미국(UN군)이나 중국을 제3자, 제4자로 볼 여지도 있다.

    그러나 북한의 입장에서는 해석하기에 따라 얼마든 중국을 3자, 한국을 제4자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10.4 남북정상선언에서 언급하고 있는 '현 정전체제'는 정전협정을 통해 형성됐다. 당시 정전협정에 서명했던 당사자는 북한과 미국, 중국으로, 남한은 서명하지 않았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분단을 반대하면서 끝까지 정전협정에 서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종전을 선언한다면, 이를 위한 직접 당사자 역시 북한과 미국, 중국으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민순 전 외교통일부 장관이 '3자, 4자' 표현을 바꾸길 요청한 것은 북한이 이처럼 해석할 가능성을 우려한 탓으로 보인다. 실제로 김관진 안보실장은 이날 김 원내수석부대표의 질문에 "3자라 하면 한국이 빠질 수 있다"고 답했다.

    송민순 전 장관은 회고록에서 "문재인 비서실장도 해당 문구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다"고 했다. 알면서도 김정일의 지시라 거부하지 못했다는 설명을 듣고 불쾌한 느낌이 들었다고도 적었다.

    향후 대한민국 미래를 결정짓는 자리에 대한민국이 제4자로 분류돼 빠지게 될 수 있는 엄청나게 중요한 사안을 문 전 대표가 나서서 '김정일의 지시라 바꿀 수 없다'고 정한 것은 안보관에 문제가 있다는 설명이다.

  • 새누리당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 (왼쪽) 가운데는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 오른쪽은 국민의당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이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 (왼쪽) 가운데는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 오른쪽은 국민의당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이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10·4 남북정상선언 3항도 문제…NLL 문제도 아직 진행형

    또한 김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2012년 대선 때 가장 큰 논란 중 하나였던 NLL 포기 논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3항을 보면 NLL에다 공동어로 수역을 설정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 말은 곧 우리 영해를 포기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같은 날 낮에도 연평도 인근에서 찍은 사진을 제시하면서 "만약 김장수 장관이 10·4 선언 당시 합의해줬다면 지금쯤 여기엔 북한 배와 중국 배가 다 넘어올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 NLL을 포기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김장수 당시 국방부 장관이 당시 합의를 안 해줘서 그렇지, NLL 안쪽에 공동어로수역을 설정한다는 것은 사실상 우리 영해를 포기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못 박았다.

    김 원내수석부대표가 지적한 부분이 NLL만은 아니었다. 그는 한강하구 공동이용 사업에 대해서도 포기선언을 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한강하구 공동이용 사업은 비록 남북정상선언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당시 함께 배포된 해설집에 수록돼 있다. 내용을 살펴보면 수도권에서 20년 이상 사용 가능한 거대한 규모의 한강하구 골재를 남북한이 함께 이용한다는 구상이 나와 있다.

    골재 판매 수익, 수해 예방, 군사적 긴장 완화 등을 위해 공동이용하기로 한 한강하구의 골재는 당시 추산으로 28억 달러 상당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내수석부대표는 두 차례의 연평해전을 언급하면서 "10·4 남북정상선언을 보면 남북관계 개선이 아닌 굴욕적 항복"이라고 개탄했다.

    ◆ 적반하장 文, 심각성 축소하고 여전히 색깔론만…

    그는 "이같은 사실이 문제가 되는 것은 대통령이 되겠다는 분이 지나치게 오해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문 전 대표가)10·4 선언 문화행사에 참석해 뭐라고 하나. '사상 최악의 남북관계에서 해법은 단 하나밖에 없다, 10·4 남북정상선언 합의 정신으로 돌아가는 것'이라 하지 않았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이런 분을 과연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만들어서 되겠냐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색깔론이라 주장하니 얼마나 심각한 일인가"하고 개탄했다.

    문 전 대표는 그간 새누리당의 공세에 명확한 답장을 하지 않으면서도 원색적인 비난으로 대응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북한 덕에 존재하는 정당"이라 한 데 이어, 급기야는 "새누리당은 지질한 정당"이라는 말까지 나온 상태다.

    하지만 문 전 대표가 지향하는 길이 10·4 남북정상선언이라면 대북관에 심각한 문제가 있고, 이를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게 김 원내수석부대표의 설명이다.

    같은 정부에서 일했던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마저 문재인 전 대표의 대북관을 문제 삼고 있는데도 문 전 대표가 오히려 적반하장 식 태도를 보인다는 지적이다.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의 말을 듣고 있던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는 뒤이어 곧바로 의사 진행 발언을 신청하고 "문 전 대표가 NLL을 포기할 것이라고 확정적으로 말씀하시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국회 운영위원장을 맡은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김도읍 의원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 문제"라면서 "더 논의할 가치가 없다. 발언신청은 받지 않겠다 "라고 잘라 말했다.